#오늘의밑줄

장례식 블루스 - w.h.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선도 끊어라.
개에게도 기름진 뼈다귀를 던져주어 짖지 못하게 하라.
피아노들을 침묵하게 하고 천을 두른 복을 두드려
관이 들어오게 하라, 조문객들을 들여보내라.

비행기가 슬픈 소리를 냄 하늘을 돌게 하고,
‘그는 죽었다’는 메시지를 하늘에 휘갈기게 하라.
거리의 비둘기들의 하얀 목에 검은 천을 두르고,
교통경찰관들에게 검은 면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이고, 나의 남쪽이며, 동쪽이고 서쪽이었다.
나의 일하는 평일이었고 일요일의 휴식이었다.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대화, 나의 노래였다.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

별들은 이제 필요 없으니; 모두 다 꺼져버려.
달을 싸버리고 해를 철거해라.
바닷물을 쏟아버리고 숲을 쓸어 엎어라;
이제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으니까.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 라는 문장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다는 마음도, 내가 틀렸다는 마음도, 모두 피할 수 없는 진실임을 알기에, 우리의 현실이 우리의 소망을 배반하는 순간, 결국 진짜 삶의 뼈아픈 진실과 마주하게 되니까. “별들은 이제 필요 없으니; 모두 다 꺼져버려”라고 절규하는 시인의 아픔을 아니까. 달을 가리고 해를 치우라고 외치는 시인의 목소리가 가슴을 할퀸다. 그토록 눈부신 푸르름을 간직했던 바닷물조차 다 쏟아버리고, 우리에게 끝없는 안식을 주었던 것은 사랑을 잃었을 때 우리 자신의 마음이니까. 그 모든 삶의 기쁨이 오직 당신과 함께해야만 가능한 눈부신 기적이었음을,이제야 깨달았으니까.

-정여울의 월간잡지 <똑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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