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탄생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인과의 인터뷰
카렌 호른 지음, 안기순.김미란.최다인 옮김, 안기정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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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 16인의 작품집 16인의 반란자들를 읽은 적이 있다. 이후 그들의 삶과 문학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떠다니고는 한다. 그것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지배하는 것들에 반향하며 일반적으로 미처 깨닫지 못한 이데아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을 기억하면 그들의 삶과 문학에 전율하는 그 느낌그대로 느껴지곤 한다. 막연하게 그들이 유명한 상을 받아서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방식을 보면 상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유명한 이들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열 명의 학자들과의 인터뷰이다. 이들을 인터뷰한 저자 역시 경제학자이면서 기자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방식이나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며 조예가 깊고 식견이 넓다는 느낌이 든다책을 다 읽고 나서 경제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한발 다가간 기분도 든다. 사실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자들의 오랜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신설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증거에 입각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경제학은 과학이라 인정받기 힘든 분야이다. 그러나 점점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서 인정하게 되면서 슘페터가 언급한 개선하려는 의식적 노력의 대상이 되는 모든 지식이라는 과학의 정의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경제학은 자연 과학은 아니지만 분명히 과학의 범주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연과학은 옳고 그름을 쉽게 가릴 수 있는데 반해 경제학은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학문으로 사회 과학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저자는 세계 대공황과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크게 자유 시장주의와 케인스주의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 2008년 미국의 서부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하여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의 비판을 촉발시키자, 시장의 결함을 인정하며, 적절하게 규제되고 통제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케인스주의가  부활하였다. 케인스주의는  끊임없이 변하는 경제 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예측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경제 이론은 작금의 현상을 분석하고 대비해보는 것은 무척이나 시기적절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 이 책을 저술한 동기를 밝히는데 역사는 역사’, ‘이론’, ‘개성이 세 가지가 서로 동시에 발전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특히 특정한 시기를 말할 때 배경은 경제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학의 변천과정과 개인사, 이론은 서로 발전하며 동적고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바로 경제학이라는 역사를 살펴보는 것과도 같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의 인터뷰 초점을 세가지에 두었음을 밝히는데

첫째, 노벨경제학은 상이 가진 목적을 떠나 탁월함을 평가하기 좋은 기준이라는 점과

둘째, 유명하기 때문에 경제학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하기 좋다는 점,

셋째,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을 꼽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정확히 67세인데 나이가 많다는 것은 지혜나 경험으로나 우리에게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개인의 이야기, 즉 각각의 학자가 현재 관점에서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경제학의 발전을 경제라는 세계 또는 도구나 기술이론의 발전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의 연속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며, 경제사는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의 반복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경제학자란 경제 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본분인 세계에서 활동하도록 훈련받고 사회화된 존재다.”

 

1920년대 말 미증유의 세계 대공황은 고전학파의 시장주의 경제학 이론에서 하나의 큰 파문을 일으킨다. 대공황 앞에서 고전학파의 논의는 거의 무용지물 이였으며, 정부의 개입과 간섭이 없는 자유 시장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창하게 되며 자연스레 거시 경제학이 태동하게 된다. 시장에 대한 자율성을 주장한 고전학파의 논의와 시장의 불완전성을 기반으로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피력한 케인스학파의 절충을 모색하며 , 고전학파의 균형이론과 케인스의 통찰을 통합한 저서 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은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적 학문으로 인정받으며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되기에 많은 학문적 족적을 남긴 학자이다. 그는 최선의 경제 체제란 자유지상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양극단을 피하고 자유 시장과 적극적 집단 선택을 적절히 섞은 3의 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은 대공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상황을 이해하려는 호기심을 품었고, 그들의 학문적 자세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기존의 경제학이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실험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두 학문에는 이론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문제 해결 측면을 축소하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일반성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분명 사람들은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할 때 탐욕과 합리성이라는 가정을 위반하기 때문에 관찰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관찰을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일상 생활과 투자 행태를 성찰하게 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거시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있다. 가장 냉철한 이성이 지배할 것 같은 금융시장에서조차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려 변덕스럽고, 충동적이고, 근시안적이고, 셈에 서투르고, 자기 과신에 빠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 인간을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다가가 있는 그대로 볼 때 벌어지는 온갖 이상한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가장 인상적인 학자는 베커였다.( 처음 들어본 경제학자이다) 베커를 '경제학 제국주의'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그 혹평으로 인해 노벨경제학을 받았다. 범죄, 가정, 결혼, 전쟁과 같이 전통적으로 비경제학분야로 취급해 온 분야에 경제학적 분석 수법을 확장·적용하는 것을 표현하는 용어다. , 모든 사회적 현상을 윤리,사회, 심리요인을 배제한 채 수리 경제학 방법론에 의해 획일적인 잣대로 취급한다는 불만이 섞여 있는 용어가 바로 경제학 제국주의다. 베커는 비경제학 분야로 취급돼 온 분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했다. 인간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행위자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행동경제학과는 반대개념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자로서의 속성 때문에 경제학적 메스는 단지 경제적 현상뿐 아니라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베커는 믿었다. 그의 관심 주제는 종교 , 인종, , 차별,가족, 이혼, 결혼, 인적 투자, 시간 배분 등 당시 경제학에서는 다루지 않던, 그래서 다른 사회, 문화적 접근법이 주류를 이루던 주제를 다루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의 두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가진 편향이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경제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행동 경제학의 지평을 열었다. 최근에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서인지 책에서 이 이름을 발견한 순간 반가웠는데 인터뷰는  버넌 스미스만 하였다. 버넌 스미스는  실제 경제 분석에 실험적 방법을 도입하여 실험 경제학의 불을 피웠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리스크에 대한 선택을 다루는 기존의 이론들이 잘못됐거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경제적 인간은 자신의 편익과 손해에 기초를 두고 행동하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이며, 탄탄한 수학적 기반을 둔 경제학 이론의 대부분은 이러한 합리적 인간의 가정에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인간 행동의 근원이 되는 심리적 요인을 탐구하고,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갖는 이론이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가정은 현실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아도 여전히 유용하다.

 

사람은 재앙이 닥칠 때 그에 대비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대공황이 준 여파는 고전행동학파의 이론에 반기를 들게 하였다. 책에 나온 경제학자들은 모두 대공황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대공황이 던진 문제의식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 이론이 제시한 패러다임으로는 그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가 호기심과 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비롯되었다는 것은 신선하다. 이들은 또한 젊었을 때 대부분이 사회주의자나 좌파의 길을 걷다가 자유 시장주의자의 길을 걸었다학자들의 개인사를 살펴보면,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경제학을 꼭 선택하고자 한 학자들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선택의 기로에서 더 나은 선택이 이유였을 뿐이었다. 상을 받은 소감 또한 그저 운과 기회가 닿았을 뿐이라고 한다.

   경제학의 흐름을 개인과 역사와 경제흐름으로 풀어가는 저자의 구성능력도 뛰어나지만, 현재 자본주의 대안담론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미래의 경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하이에크가 인간은 호기심과 욕구 덕택에 학문에 질문을 던질 힘을 얻는다.” 고 했듯이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경제 위기 의식을 공적 담론으로 이끌어내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경제학자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친숙할 뿐만아니라 쉬운 경제학이다. 평소 경제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 한 권으로 경제와 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경제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청맹과니와 다름없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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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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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 것 같다.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는 이유는 기다림의 상징이라고.... 유독 인내심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다. 쑥쑥 자라는 머리카락의 길이를 보며, 나는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하며 거울 속의 나를 닮은 이에게 물어보지만, 한 번도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한 소녀가 있다. 머리카락이 형광색이라 눈에 확 띄지만,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류, 그녀의 머리카락이 긴 이유는 영혼을 팔 때마다 스스로의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게 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 악몽이든, 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머리카락은 모든 것을 말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외면하고 있는 것, 앞으로 일어날 것 모두를.”

연극을 해 보았다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자신의 영혼을 파는 기분을, ‘나’를 사라지게 하고 ‘또 다른 나’로 사는 경험을, 그 느낌을. 마치 달빛처럼 ...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달빛’이라는 건 없어. 무언가의 빛을 받아 반사할 뿐이야. 하지만 사람들은 햇빛보다 달빛에 감사할 때가 많지. 밤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고, 살다 보면 달빛에 의지하지 않고선 찾을 수 없는 길이 있거든.”

‘츠키(일본어로 달)’라는 극단에서 뮤토(변하는 자라는 뜻의 라틴어)가 되고 싶었던 류, 이름처럼 달빛이 되고 싶었던 류의 꿈은  극단에서 뮤토가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뮤토는 오로지 남을 위한  ‘또 다른 나’로 탄생되야만 가능하다. 류는 꿈에 그리던 뮤토가 되지만,아픔과 상실이라는 결핍의 사람들을 위해 다시 태어나 그들의 상실을 채워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들의 상처가 부메랑되어 자신의 살속으로 파고들자, 진정한 ‘나’가 사라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된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순간들은 거울 속에서만 존재해. 그것도 정확히 11초 정도만 고객에게 천국의 문을 보여줄 뿐이야. 11초란, 영혼이 치유되고 평생 매달려왔던 그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지.”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아픔가운데 죽음이라는 깊은 웅덩이에 빠지게 되면 누구라도 그 웅덩이에서 빠져나오기란 힘이 든 법이다. 어느 한 의뢰인이 죽음의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죽음을 재현하는 플레이를 제안하면 , 뮤토들은 의뢰인이 원하는 뮤토가 되어 죽음을 재현해낸다. 그러나 죽음이 아무리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든, 우발적인 죽음이었든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들은 모두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뮤토에게도 의뢰인에게도,

 

뮤토였던 자, 뮤토인 자, 뮤토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 그들은 뫼비우스의 점들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뮤토이기 때문에 매번 슬펐던 자, 뮤토이기 때문에 매번 두려워하는 자, 뮤토가 무엇인지 몰라 ‘그것’을 시작한 자 ….

결국 상처를 가득 안고 류는 무작정 기차여행을 떠난다. 우연히 내리게 된 간이역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에 넋이 나가 벤치에 앉아 있는 '리에'의 뒷모습에서, '카레(남자이름)'의 들척지근한 카레국물 위에서 어룽어룽한 그림자를 보고 느껴지는 상실의 아픔과 삶의 동질감은 류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주는데 , 영혼을 팔아서 조금씩 밀어낸 머리카락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머리카락만을 남기게 하는 용기를 준다. 누구든지 올곧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기를.....

 

“ 너인 채로, 그대로 너를 사랑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을 그린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이제껏 읽어왔던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다소 몽환적인 느낌이기도 하면서 판타지스러운 느낌이기도 한데 실체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아 주인공을 엉뚱하게 고양이로 상상하며 나혼자 키득거리곤 했다. 소설 속에 고양이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조금 동화같이 읽어도 무관하지 싶다.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영혼을 팔다보니 진정한 ‘나’는 사라져가는 상실감을 체득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무척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묘사하였다.

 

이 책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개인적으로《천사의 가루》가 더 마음에 든다. 조금은 슬픈 이야기같다.  남자의 입장에서의 사랑과 , 여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무척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 왠지 애틋한 소설이다.  마흔 다섯 살에 찾아 온 사랑, 그것이 진실이고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는 것을 죽어가며 깨닫는 남자가 자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여자 라라를 떠올리며 첫 만나는 순간부터 죽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남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캐시미어 코트를 입고 매일 공항에서 기다리는 여자 라라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누군가는 죽는다고 해서 없어져지지가 않는 것이다. 마음으로 의지하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끔은 통증을 동반한다. 그런 사랑의 통증과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라라와 요요를 통해 보여주는데 이들의 사랑도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다. 마치 잠에서 덜 깨서 새벽안개를 맞는 느낌이랄까?  우리의 삶은 때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혹할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이라든지, 갑작스런 죽음이 찾아올 때라든지, 예측불허의 삶속에서 상실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주는 것 같다. 삶에서 상실은 언제나 찾아오지만, 그 상실을 이겨내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누군가의 죽음과 사라져간 것에 대해, 흐르는 강물은 구덩이를 채워야만 흐를 수 있듯이 그렇게 가슴 한 켠의 빈 곳을 가득 채워준다. 아주 간만에 만난 매혹적이고도 마법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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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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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는 공교롭게도 모두 크리스찬들이다. 내가 공교롭다고 하는 것은 깊은 신앙심을 가진 그들에 비해서 나는 바람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며 연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종교는 숙제와 같다. 믿음을 갈구하고 있으나,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틈에서 한없이 세속적인 모습의 나, 열심히 다니면 다닐수록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삶을 향한 수많은 질문들, 대답을 듣지 못한 그 질문들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이다.  종교인이라는 사실을 떠나 교회에 가장 불만은 이분법적 사고이다. 교회에 복종하면 착하고 복종하지 않으면 나쁜, 뿌리 깊은 근본주의적 사고는 믿음이 깊은 사람일 수록 강하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종교는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켜왔고, 모든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였다. 물론 종교의 순기능도 있지만, 사실 종교가 개입된 나라치고 잘사는 나라가 없다.

 

미국에서 기독교를 믿고 기독교속에서  자란 저자 필 주커먼은  어느 날 덴마크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수많은 미국인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없는 사회'는 혼란스럽고 끔찍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을 본 순간, 그들이 하나님이 없이도 더 도덕적이고 민주적이고도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덴마크와 스웨덴

가장 종교적인 나라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

총이 범람하고

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형벌이 가혹하고

사형제도는 이미 폐지

약물 중독자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약물 중독자는 의학적 치료나 심리적 치료

어린이와 임신부가 건강보험혜택이 낮다

평등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작년에 지인이  미국에서 1년간 공부를 하고 왔는데 같이 공부하던 박사분 한 분이 장파열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가서 진료한 번 못받고 한국 가서 치료한다고 그냥 끙끙 앓다가 죽었다는 말을 하며  미국이 참 무서운 나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게다가 경찰의 법이 곧 생명의 법이라 경찰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총맞아 비명횡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경찰이 길가다 잡으면 꼭 두손을 번쩍 들라는 충고도 해주었다. 이라크 전쟁당시 전쟁을 해도 좋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부시대통령의 유명한 말도 있듯이 미국에서 무신론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확률은 알타에다 조직원이 대통령을 선출될 확률과 비등하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무슨 종교를 믿든 절대 표현하면 안된다고 한다. 하나님을 언급해도 그 정치가는 정치생명이 끝난거라나......그런 분위기에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종교가 없는 사회는 '선함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며 사회가 파멸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오히려 종교의 부재가  대단히 안정적인 사회적 건강과 안녕뿐만아니라 감탄사가 나올 만큼 도덕적 질서가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책을 통해 밝힌다. 서문에  저자는 이 책이 가장 비종교적인 지역에서 살면서 발견하고 경험하고 새로이 배운 것들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임을 밝혔는데 유독 무신론자가 많고 비종교인이 많음에도 덴마크인들과 스웬덴인들은 자신의 삶의 만족도가 꽤 높은 데다가 대부분의 삶은 무척이나 예의바르고 도덕적이며, 이타주의적이며 합리적이라고 한다.

 

 

 

 

오늘날 가장 문명화되고 정의롭고 안전하고 평등하고 인간적이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든 것은, 가장 종교적인 나라가 아니라 가장 세속적인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종교나 신앙이 없어도, 부유하고 ,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그들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전통에 기인한 이유일 뿐이며, 하나님의 축복때문은 아니라고 하며,  내세를 믿지 않기에 오히려 현재 삶에 더 충실하고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인터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뿌리깊은 루터교가 모태신앙이다. 이들의 삶의 바탕은 어쨋거나, 그들이 하나님을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하나님의 뿌리 깊은 역사가 잠재되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종교는 유럽의 종교처럼 뿌리 깊기보다는 오히려 유입경로에서 변질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덴마크와 스웨덴을 보고 종교가 없기 때문에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듯 하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하였다고 ,  니체가 사탄이라고 말하는 우를 범하는 것처럼, 저자가 신은 없어도 지구촌 한 편에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 이상적인 사회가 있으니, 신을 굳이 믿을 필요는 없다. 라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책의 단면만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종교를 갖는 이유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관심 때문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끊임없이 "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 즉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이 있다고 하였듯이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무의미가 된다. 그러나 무의미한 현실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진리를 찾을 것이며 무한한 시간속에서 어떻게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이 어떻게 시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겠으며,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현실과 삶에서 참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종교를 뛰어넘어, 이론을 뛰어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임을 이미 백년전에 니체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말고 현실에서 찾으라는 뜻의 '신은 죽었다' 라는 실존주의 철학을 남겼다. 신에 의지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모든 철학이 가르쳐주는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제목 《신 없는 사회》역시 얼핏 보면 종교가 없이도 우리 사회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우리의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속에 녹아있음을 말한다. 행복한 삶이란, 내세의 기약이 아니라 현실의 삶에 충실할 때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는 완성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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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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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고 이도우 작가를 기억하게 된 것 같다. 로맨스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으로 다가왔던 전작이었기에 잠옷을 입으렴도 그런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로맨스가 아니라 성장소설이다. (사뭇 로맨스를 기대 ^^;;) 성장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다 덮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린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렸을 때 잠시 외갓집에 맡겨 지낸 적이 있었는데 , 이 책의 주인공 둘녕과 처지가 비슷하다보니, 둘녕의 감정이 퍽 친숙하게 다가왔다. 바느질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서른 여덟살의 둘녕의 시점이다. 둘녕에게는 잠옷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는 몽유병이 있다. 마음속에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안고 잠옷을 짓는 둘녕은 잠옷을 완성하는 동시에 오랜 기억속의 그 마을에 가려 한다. 그곳에는 그 아이가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기에....

 

엄마가 갑자기 집을 나가고 바쁜 아빠는 둘녕을 외할머니에게 보낸다. 처음 만난 새침한 아이 수안을 보고 , 둘녕은 어딘지 모르게 새침하고 당돌한 수안에게 위축되지만, 그 아이의 낡은 내복을 본 순간 위안을 받는다. 장에 가서 외할머니는 둘녕과 수안에게 처음으로 잠옷을 사주고 둘의 아름다운 소녀시절은 그렇게 시작된다. 책이 귀한 시절에 가끔 들리는 만화방에서 주고 받던 만화책이야기가 좀 더 진일보해서 문학작품을 탐독하게 되고 둘은 복잡한 어른들 세계와는 달리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책은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위로이자, 추억이 된다. 둘의 문학세계가 문을 열고, 주의 사람들은 만나고 떠나고, 삼촌 역시 떠났다가 돌아오고, 이웃집 할매는 죽고 , 둘은 성장하고 있었다.

 

몸이 약한 수안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둘녕은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어하지만, 서른 여덟이 되어서야 깨닫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자신이 끊임없이 무엇인가 해주려고 하고,

사랑하니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

 

그 아이는 내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습니다.

 

젊음이 아름다운 이유는 삶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려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서 모든 것이 명징해감에 따라 삶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음을 깨달을 때에야 비로서 성장한 사실을 깨닫고는 한다. 어른이 되어도 는 그대로이며, 단지 늙어가고 있다는 진실만 남는다.

 

흘러간 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지만, 우리 눈에 비친 냇물은 언제나 똑같아 보이기만 했다.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진 이유도 바로 그런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 때는 오로지 성장할 때이다. 그래서인지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여고생들의 뒷모습만 바라봐도 웃음이 나고,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써니건축학개론을 읽으면서 눈물 범벅이 되는 이유도 이제는 삶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이 아프다. 둘녕이 오랜 세월, 수안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잠옷을 짓는 그 마음처럼 내 안에 깃들여있던 추억의 한자락을 떠올렸다가 다시 떠나보내기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새벽녘의 짙푸른 어스름 속에 아슴아슴 제 붉은 빛을 드러내는 고운 꽃처럼 추억과 젊음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애절함과 간절함과 아련함으로 기억하게끔 하는 소설이다. 들녕의 기억 한자락에 기대어 나의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해본다.

 

 한때 내 것이었다가 나를 떠난 것도 있고, 내가 버리고 외면한 것도,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것도 있다. 다만 한때 몹시 아름다웠던 것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것들은 지금 어디로 달아나서 금빛 먼지처럼 카를거리며 웃고 있을까. 무엇이 그 아름다운 시절을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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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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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베드신이라는 입소문으로 호기심으로 보았던 영화였지만,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랑을 보며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열망을 꿈꾸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베드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자는 그 영화를 스무 번 넘게 보았다고 한다. 난 다섯 번 밖에 안봤는데...)

 

욕망하면 왠지 어감에서부터 터부시되는 느낌이 들듯이 단지 사회적으로 억눌려있는 부분때문에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욕망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욕망이 나를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오로지 타자를 위한 욕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도 늘 뭔가를 강렬하게 욕망하는데 그 욕망은 자기 고유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욕망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흉내낸 것입니다. -p49

 

이 책은 창비 인터넷 블로그 창문에서 6개월가량 ,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제목 때문에 영화 , 가 떠올랐는데 우리가 욕망하고 있는 것들에 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책 자체는 무척 재미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로만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더 강한 메시지가 있다. 화두는 욕망이지만, 우리 사회의 규범에 대한 건전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인문정신으로 끝을 맺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와 중년 남자들의 숨겨진 욕망과 사회규범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건전한 사고를 방해하는 감정들을 분석하여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바로 보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을 바로 보지 못하면, 중년이 되어서 불륜을 저지르는 일탈자가 되거나 욕망을 숨긴 채 희생양에 돌을 던지는 사냥꾼이 된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일탈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사실 욕망에 관해서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통해 희생양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대표적인사건이 신정아 사건과 상하이 스캔들이다.

 

다른 사람의 숨겨진 야심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대개 그 자신이 동일한 야심을 지닌 경우가 많다는 유난히 남의 욕망이 눈에 잘 들어올 때는 먼저 자기 내면을 조용히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p38

 

상하이 스캔들이나 신정아 사건들을 통해 중년 남자의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있다외국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의 성은 억압적인데다 드러낼 수 없는 욕망으로 치부되고는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저자는 한참 나이에 섹스를 통해 분출되어야 할 에너지를 공부로 소비한 채 보내고 성장하게 되어서는 자신의 내면에 성장하지 못한 소년이 중년 남자들에게 존재한다고 한다.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있는 소년은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이기도 하고 , ‘에너지이기도 하며 ,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드가 말하는 이드(id)“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즉 욕망의 영역에 속한 힘이죠.p89

 

결국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하이 사건이나 신정아 사건은 언젠가 떨어야할 지랄이라는 실탄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내면의 소년이 욕망이라는 에 뒤늦게 이끌리게 되어 일어난 사건이며, ‘의 세계에서 살던 소년이 색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빨려들게 된 일탈인 셈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또한 이런 욕망 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일탈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욕망에 관해서는 같은 유전자를 가졌으므로 누구도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일상에서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려는 과 남에게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나역시도 욕망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욕망이라는 색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계의 경계선, 이것은 영화 색 계 를 보면 두 간극이  명징하게 다가온다.색에 속한 여주인공과 계에 속한 남주인공의 사랑은 위에 말한 두가지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서로 다른 경계의 주인공 둘이 색과 계의 경계가 흐트러졌을 때 남자는 욕망에 몸을 던졌다가 다시 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여자는 사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아마도 여자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 아닐까 )

 

인생이란, 규범으로 촘촘히 짜인 바둑판 위를 조심스럽게 한 발 짝씩 내딛는 것 같은 하루하루입니다.

 

교회를 어렸을 때부터 다녔는데 책에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종교인이지만, 뿌리깊은 근본주의적인 사고욕망이 자랄 수록 불안과 우울을 남기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규범이라는 것이 인식하지 않을 때는 느껴지지 않지만, 규범에 길들여지면 그 규범에 나를 맞추지 않으면 곧 불안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규범을 잘 지켜야만 한다는 강한 억압감과 책임감에 길들여지다보니 마치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것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착하게 살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착하지 않았기때문에 생긴 일로 치부해버리는 비논리적이고도 무척 단순한 프레임에 나를 가두어놓고는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규범을 의심할 줄 모르고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한다. 욕망의 존재나 가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면서 계속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황당하게도 저자가 제일 두려워하는 듣보잡으로 시작한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고백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한 타래씩 풀어놓지만,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와 공존을 모색하는 인문정신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타인에 의해 씌여진 페르소나를 벗고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잘 다독이며, 이웃과 사랑의 연대를 이룰 때 리얼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한 꿈이 되지 않을까? 꿈틀대는 욕망을 다스리는 법

 

욕망아, 네가 또 숨 쉴 곳을 찾는 구나. 꼭 그래야만 한다면 ....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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