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내 주위에는 공교롭게도 모두 크리스찬들이다. 내가 공교롭다고 하는 것은 깊은 신앙심을 가진 그들에 비해서 나는 바람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며 연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종교는 숙제와 같다. 믿음을 갈구하고 있으나,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틈에서 한없이 세속적인 모습의 나, 열심히 다니면 다닐수록 마음속에서 고개를 드는 삶을 향한 수많은 질문들, 대답을 듣지 못한 그 질문들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이다.  종교인이라는 사실을 떠나 교회에 가장 불만은 이분법적 사고이다. 교회에 복종하면 착하고 복종하지 않으면 나쁜, 뿌리 깊은 근본주의적 사고는 믿음이 깊은 사람일 수록 강하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종교는 끊임없는 논쟁을 일으켜왔고, 모든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였다. 물론 종교의 순기능도 있지만, 사실 종교가 개입된 나라치고 잘사는 나라가 없다.

 

미국에서 기독교를 믿고 기독교속에서  자란 저자 필 주커먼은  어느 날 덴마크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수많은 미국인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없는 사회'는 혼란스럽고 끔찍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을 본 순간, 그들이 하나님이 없이도 더 도덕적이고 민주적이고도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덴마크와 스웨덴

가장 종교적인 나라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

총이 범람하고

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형벌이 가혹하고

사형제도는 이미 폐지

약물 중독자는 범죄자 취급을 받고

약물 중독자는 의학적 치료나 심리적 치료

어린이와 임신부가 건강보험혜택이 낮다

평등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작년에 지인이  미국에서 1년간 공부를 하고 왔는데 같이 공부하던 박사분 한 분이 장파열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가서 진료한 번 못받고 한국 가서 치료한다고 그냥 끙끙 앓다가 죽었다는 말을 하며  미국이 참 무서운 나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게다가 경찰의 법이 곧 생명의 법이라 경찰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바로 총맞아 비명횡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경찰이 길가다 잡으면 꼭 두손을 번쩍 들라는 충고도 해주었다. 이라크 전쟁당시 전쟁을 해도 좋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부시대통령의 유명한 말도 있듯이 미국에서 무신론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확률은 알타에다 조직원이 대통령을 선출될 확률과 비등하다고 한다. 그와 반대로 덴마크와 스웨덴에서는 무슨 종교를 믿든 절대 표현하면 안된다고 한다. 하나님을 언급해도 그 정치가는 정치생명이 끝난거라나......그런 분위기에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종교가 없는 사회는 '선함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며 사회가 파멸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오히려 종교의 부재가  대단히 안정적인 사회적 건강과 안녕뿐만아니라 감탄사가 나올 만큼 도덕적 질서가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책을 통해 밝힌다. 서문에  저자는 이 책이 가장 비종교적인 지역에서 살면서 발견하고 경험하고 새로이 배운 것들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임을 밝혔는데 유독 무신론자가 많고 비종교인이 많음에도 덴마크인들과 스웬덴인들은 자신의 삶의 만족도가 꽤 높은 데다가 대부분의 삶은 무척이나 예의바르고 도덕적이며, 이타주의적이며 합리적이라고 한다.

 

 

 

 

오늘날 가장 문명화되고 정의롭고 안전하고 평등하고 인간적이고 번영하는 사회를 만든 것은, 가장 종교적인 나라가 아니라 가장 세속적인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종교나 신앙이 없어도, 부유하고 ,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그들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전통에 기인한 이유일 뿐이며, 하나님의 축복때문은 아니라고 하며,  내세를 믿지 않기에 오히려 현재 삶에 더 충실하고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인터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뿌리깊은 루터교가 모태신앙이다. 이들의 삶의 바탕은 어쨋거나, 그들이 하나님을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하나님의 뿌리 깊은 역사가 잠재되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종교는 유럽의 종교처럼 뿌리 깊기보다는 오히려 유입경로에서 변질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덴마크와 스웨덴을 보고 종교가 없기 때문에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듯 하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하였다고 ,  니체가 사탄이라고 말하는 우를 범하는 것처럼, 저자가 신은 없어도 지구촌 한 편에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 이상적인 사회가 있으니, 신을 굳이 믿을 필요는 없다. 라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책의 단면만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종교를 갖는 이유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관심 때문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끊임없이 "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 즉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이 있다고 하였듯이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나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무의미가 된다. 그러나 무의미한 현실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진리를 찾을 것이며 무한한 시간속에서 어떻게 유한한 시간을 사는 인간이 어떻게 시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겠으며,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현실과 삶에서 참된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종교를 뛰어넘어, 이론을 뛰어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임을 이미 백년전에 니체는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말고 현실에서 찾으라는 뜻의 '신은 죽었다' 라는 실존주의 철학을 남겼다. 신에 의지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모든 철학이 가르쳐주는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제목 《신 없는 사회》역시 얼핏 보면 종교가 없이도 우리 사회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우리의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속에 녹아있음을 말한다. 행복한 삶이란, 내세의 기약이 아니라 현실의 삶에 충실할 때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는 완성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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