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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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베드신이라는 입소문으로 호기심으로 보았던 영화였지만,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랑을 보며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열망을 꿈꾸게 하는 그런 영화였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베드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자는 그 영화를 스무 번 넘게 보았다고 한다. 난 다섯 번 밖에 안봤는데...)

 

욕망하면 왠지 어감에서부터 터부시되는 느낌이 들듯이 단지 사회적으로 억눌려있는 부분때문에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욕망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욕망이 나를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오로지 타자를 위한 욕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지금 당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정으로 당신이 욕망하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욕망은 타고난 본능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자연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도 늘 뭔가를 강렬하게 욕망하는데 그 욕망은 자기 고유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욕망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흉내낸 것입니다. -p49

 

이 책은 창비 인터넷 블로그 창문에서 6개월가량 ,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제목 때문에 영화 , 가 떠올랐는데 우리가 욕망하고 있는 것들에 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책 자체는 무척 재미있다. 그러나 이 책을 재미로만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더 강한 메시지가 있다. 화두는 욕망이지만, 우리 사회의 규범에 대한 건전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인문정신으로 끝을 맺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와 중년 남자들의 숨겨진 욕망과 사회규범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건전한 사고를 방해하는 감정들을 분석하여 우리가 욕망하는 것을 바로 보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을 바로 보지 못하면, 중년이 되어서 불륜을 저지르는 일탈자가 되거나 욕망을 숨긴 채 희생양에 돌을 던지는 사냥꾼이 된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일탈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사실 욕망에 관해서는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통해 희생양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대표적인사건이 신정아 사건과 상하이 스캔들이다.

 

다른 사람의 숨겨진 야심을 잘 찾아내는 사람은 대개 그 자신이 동일한 야심을 지닌 경우가 많다는 유난히 남의 욕망이 눈에 잘 들어올 때는 먼저 자기 내면을 조용히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p38

 

상하이 스캔들이나 신정아 사건들을 통해 중년 남자의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있다외국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의 성은 억압적인데다 드러낼 수 없는 욕망으로 치부되고는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저자는 한참 나이에 섹스를 통해 분출되어야 할 에너지를 공부로 소비한 채 보내고 성장하게 되어서는 자신의 내면에 성장하지 못한 소년이 중년 남자들에게 존재한다고 한다.

 

중년 남성의 내면에 남아있는 소년은 지랄총량의 법칙으로 알려진 지랄이기도 하고 , ‘에너지이기도 하며 , ‘청춘이기도 하고, 프로이드가 말하는 이드(id)“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즉 욕망의 영역에 속한 힘이죠.p89

 

결국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하이 사건이나 신정아 사건은 언젠가 떨어야할 지랄이라는 실탄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내면의 소년이 욕망이라는 에 뒤늦게 이끌리게 되어 일어난 사건이며, ‘의 세계에서 살던 소년이 색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빨려들게 된 일탈인 셈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또한 이런 욕망 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일탈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욕망에 관해서는 같은 유전자를 가졌으므로 누구도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일상에서 자기 내면의 욕구에 충실하려는 과 남에게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나역시도 욕망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면서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욕망이라는 색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계의 경계선, 이것은 영화 색 계 를 보면 두 간극이  명징하게 다가온다.색에 속한 여주인공과 계에 속한 남주인공의 사랑은 위에 말한 두가지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서로 다른 경계의 주인공 둘이 색과 계의 경계가 흐트러졌을 때 남자는 욕망에 몸을 던졌다가 다시 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여자는 사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아마도 여자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 아닐까 )

 

인생이란, 규범으로 촘촘히 짜인 바둑판 위를 조심스럽게 한 발 짝씩 내딛는 것 같은 하루하루입니다.

 

교회를 어렸을 때부터 다녔는데 책에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사실 종교인이지만, 뿌리깊은 근본주의적인 사고욕망이 자랄 수록 불안과 우울을 남기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규범이라는 것이 인식하지 않을 때는 느껴지지 않지만, 규범에 길들여지면 그 규범에 나를 맞추지 않으면 곧 불안해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규범을 잘 지켜야만 한다는 강한 억압감과 책임감에 길들여지다보니 마치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것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착하게 살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착하지 않았기때문에 생긴 일로 치부해버리는 비논리적이고도 무척 단순한 프레임에 나를 가두어놓고는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규범을 의심할 줄 모르고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한다. 욕망의 존재나 가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욕망을 부인하고 억압하면서 계속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황당하게도 저자가 제일 두려워하는 듣보잡으로 시작한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저자의 다른 책도 궁금해진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고백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과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를 한 타래씩 풀어놓지만, 결국은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와 공존을 모색하는 인문정신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태어날 때부터 타인에 의해 씌여진 페르소나를 벗고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잘 다독이며, 이웃과 사랑의 연대를 이룰 때 리얼 유토피아는 실현 가능한 꿈이 되지 않을까? 꿈틀대는 욕망을 다스리는 법

 

욕망아, 네가 또 숨 쉴 곳을 찾는 구나. 꼭 그래야만 한다면 ....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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