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탄생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인과의 인터뷰
카렌 호른 지음, 안기순.김미란.최다인 옮김, 안기정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노벨문학상 16인의 작품집 16인의 반란자들를 읽은 적이 있다. 이후 그들의 삶과 문학이 두서없이 머릿속을 떠다니고는 한다. 그것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것들과 지배하는 것들에 반향하며 일반적으로 미처 깨닫지 못한 이데아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책을 기억하면 그들의 삶과 문학에 전율하는 그 느낌그대로 느껴지곤 한다. 막연하게 그들이 유명한 상을 받아서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방식을 보면 상을 받을 수 있는 배경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유명한 이들의 삶을 동경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열 명의 학자들과의 인터뷰이다. 이들을 인터뷰한 저자 역시 경제학자이면서 기자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방식이나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며 조예가 깊고 식견이 넓다는 느낌이 든다책을 다 읽고 나서 경제학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한발 다가간 기분도 든다. 사실 노벨경제학상은 경제학자들의 오랜 염원임에도 불구하고 신설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증거에 입각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경제학은 과학이라 인정받기 힘든 분야이다. 그러나 점점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서 인정하게 되면서 슘페터가 언급한 개선하려는 의식적 노력의 대상이 되는 모든 지식이라는 과학의 정의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경제학은 자연 과학은 아니지만 분명히 과학의 범주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연과학은 옳고 그름을 쉽게 가릴 수 있는데 반해 경제학은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학문으로 사회 과학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저자는 세계 대공황과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크게 자유 시장주의와 케인스주의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 2008년 미국의 서부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하여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의 비판을 촉발시키자, 시장의 결함을 인정하며, 적절하게 규제되고 통제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케인스주의가  부활하였다. 케인스주의는  끊임없이 변하는 경제 현상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예측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경제 이론은 작금의 현상을 분석하고 대비해보는 것은 무척이나 시기적절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 이 책을 저술한 동기를 밝히는데 역사는 역사’, ‘이론’, ‘개성이 세 가지가 서로 동시에 발전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특히 특정한 시기를 말할 때 배경은 경제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학의 변천과정과 개인사, 이론은 서로 발전하며 동적고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의 이야기는 바로 경제학이라는 역사를 살펴보는 것과도 같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의 인터뷰 초점을 세가지에 두었음을 밝히는데

첫째, 노벨경제학은 상이 가진 목적을 떠나 탁월함을 평가하기 좋은 기준이라는 점과

둘째, 유명하기 때문에 경제학을 부담스러워하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하기 좋다는 점,

셋째,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을 꼽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정확히 67세인데 나이가 많다는 것은 지혜나 경험으로나 우리에게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개인의 이야기, 즉 각각의 학자가 현재 관점에서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경제학의 발전을 경제라는 세계 또는 도구나 기술이론의 발전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의 연속으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며, 경제사는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의 반복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경제학자란 경제 문제를 인식하고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본분인 세계에서 활동하도록 훈련받고 사회화된 존재다.”

 

1920년대 말 미증유의 세계 대공황은 고전학파의 시장주의 경제학 이론에서 하나의 큰 파문을 일으킨다. 대공황 앞에서 고전학파의 논의는 거의 무용지물 이였으며, 정부의 개입과 간섭이 없는 자유 시장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창하게 되며 자연스레 거시 경제학이 태동하게 된다. 시장에 대한 자율성을 주장한 고전학파의 논의와 시장의 불완전성을 기반으로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피력한 케인스학파의 절충을 모색하며 , 고전학파의 균형이론과 케인스의 통찰을 통합한 저서 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은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적 학문으로 인정받으며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되기에 많은 학문적 족적을 남긴 학자이다. 그는 최선의 경제 체제란 자유지상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양극단을 피하고 자유 시장과 적극적 집단 선택을 적절히 섞은 3의 길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노벨경제학 수상자들은 대공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상황을 이해하려는 호기심을 품었고, 그들의 학문적 자세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기존의 경제학이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실험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두 학문에는 이론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문제 해결 측면을 축소하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이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일반성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분명 사람들은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할 때 탐욕과 합리성이라는 가정을 위반하기 때문에 관찰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관찰을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일상 생활과 투자 행태를 성찰하게 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거시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보았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있다. 가장 냉철한 이성이 지배할 것 같은 금융시장에서조차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려 변덕스럽고, 충동적이고, 근시안적이고, 셈에 서투르고, 자기 과신에 빠져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 인간을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다가가 있는 그대로 볼 때 벌어지는 온갖 이상한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가장 인상적인 학자는 베커였다.( 처음 들어본 경제학자이다) 베커를 '경제학 제국주의'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그 혹평으로 인해 노벨경제학을 받았다. 범죄, 가정, 결혼, 전쟁과 같이 전통적으로 비경제학분야로 취급해 온 분야에 경제학적 분석 수법을 확장·적용하는 것을 표현하는 용어다. , 모든 사회적 현상을 윤리,사회, 심리요인을 배제한 채 수리 경제학 방법론에 의해 획일적인 잣대로 취급한다는 불만이 섞여 있는 용어가 바로 경제학 제국주의다. 베커는 비경제학 분야로 취급돼 온 분야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했다. 인간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제적 행위자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행동경제학과는 반대개념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적 행위자로서의 속성 때문에 경제학적 메스는 단지 경제적 현상뿐 아니라 인간 행동의 모든 측면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베커는 믿었다. 그의 관심 주제는 종교 , 인종, , 차별,가족, 이혼, 결혼, 인적 투자, 시간 배분 등 당시 경제학에서는 다루지 않던, 그래서 다른 사회, 문화적 접근법이 주류를 이루던 주제를 다루었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의 두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가진 편향이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경제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행동 경제학의 지평을 열었다. 최근에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서인지 책에서 이 이름을 발견한 순간 반가웠는데 인터뷰는  버넌 스미스만 하였다. 버넌 스미스는  실제 경제 분석에 실험적 방법을 도입하여 실험 경제학의 불을 피웠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리스크에 대한 선택을 다루는 기존의 이론들이 잘못됐거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했다. 경제적 인간은 자신의 편익과 손해에 기초를 두고 행동하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이며, 탄탄한 수학적 기반을 둔 경제학 이론의 대부분은 이러한 합리적 인간의 가정에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인간 행동의 근원이 되는 심리적 요인을 탐구하고,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갖는 이론이다.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가정은 현실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아도 여전히 유용하다.

 

사람은 재앙이 닥칠 때 그에 대비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대공황이 준 여파는 고전행동학파의 이론에 반기를 들게 하였다. 책에 나온 경제학자들은 모두 대공황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다. 대공황이 던진 문제의식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 이론이 제시한 패러다임으로는 그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가 호기심과 현 상황에 대한 질문에 비롯되었다는 것은 신선하다. 이들은 또한 젊었을 때 대부분이 사회주의자나 좌파의 길을 걷다가 자유 시장주의자의 길을 걸었다학자들의 개인사를 살펴보면,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경제학을 꼭 선택하고자 한 학자들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선택의 기로에서 더 나은 선택이 이유였을 뿐이었다. 상을 받은 소감 또한 그저 운과 기회가 닿았을 뿐이라고 한다.

   경제학의 흐름을 개인과 역사와 경제흐름으로 풀어가는 저자의 구성능력도 뛰어나지만, 현재 자본주의 대안담론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미래의 경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하이에크가 인간은 호기심과 욕구 덕택에 학문에 질문을 던질 힘을 얻는다.” 고 했듯이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경제 위기 의식을 공적 담론으로 이끌어내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경제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경제학자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 친숙할 뿐만아니라 쉬운 경제학이다. 평소 경제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 책 한 권으로 경제와 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경제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청맹과니와 다름없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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