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짝퉁과 저렴함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애플짝퉁으로 모바일 경쟁에 뛰어들때만 해도 미국과 한국은 비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콧방귀정도는 뀌었을 것 같다. 중국이 내놓았던 '샤오미'는 애플짝퉁이라 할 정도로 애플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런 '샤오미'가 불과 5년 만에 삼성과 애플을 바짝 추격하여 세계 스마폰 시장 4위로 등극했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게다가 창업주 리완창은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IT천재와 비견 되어질 정도로 그 리더쉽을 인정받고 있다. 리완창도 스티브 잡스를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고 있는데 스티브 잡스가 '일하는 시간의 4분의 1을 인재를 찾는 데 매달렸다' 하듯이 참여감을 이루는 핵심 마인드 역시도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리완창의 별명 역시도 '리틀 잡스'이다.

 

 

 

  샤오미의 로고 이미지는 Mobil Internet의 앞글자를 하나씩 딴 MI 샤오미의 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디자인했다. 이 로고를 180도 뒤집으면 오른쪽에 점 하나가 모자란 ()’이 된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마음 쓸 일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리원창의 참여감은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아오를 수있다.’ 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일이 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바람을 타듯 이루어진다는 뜻인데 2010년 샤오미(小米, 좁쌀)를 창업하게 된 날이 태풍의 길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샤오미의 로고 ‘MI’는 모바일 인터넷(Mobile Internet)을 뜻한다. 휴대폰 밧데리 업체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기업의 지향점은 애플과 같은 모바일 시장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리완창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마케팅을 개발하여 기존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상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참여감이라는 것이다. 참여감은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오로지 이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하여 마케팅을 하였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참여감이 소비자들의 욕구이자 온라인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용자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현장에 개입하고 싶어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인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싶어하는 열정을 끌어냄으로 인해서 탄탄한 인재풀을 구축하였다. 소비자들의 참여는 소비자들 스스로를 스타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팬심이라는 두터운 소비층을 만들어 내었다. '미펀(샤오미팬)'은 현재의 샤오미를 만들어낸 숨은 공신으로 이들은 MIUI라는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되어 신제품 첫 사용자가 되었고, 50만명이었던 미펀들은 현재 수천만에 달하고 있다. 샤오미는 미펀이라는 열혈 마니아 팬층으로 지금의 샤오미 기업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탈중심이 강한 인터넷의 특성이 만들어낸 팬덤 문화와 함께 성장해 가는 기업이 바로 샤오미이다.

 

참여감은 샤오미 브랜드 이념의 영혼이다.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결국 참여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고 만져볼 뿐 아니라 참여를 통해 그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한다.-p97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또한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늘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변하는 것은 표피적 환경들이다. 그 변하는 것들을 다루는 방법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것 같다. 제임스 마커스 바크 JAMES MARCUS BACH(애플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 하기 위해 고집스러운 열정을 꼽는다.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고집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었다고, 샤오미의 창업주인 리완창은 세 가지를 제시한다. 

니체의 철학적 질문인 따온 질문 세 가지는

나는 누구인가?(제품)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조직)

나는 어디로 가는가? (사용자)이다.

이것이 바로 제품을 만들고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라는 것이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던 '샤오미'의 창업주 리완창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이든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직원과 같이 제품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인상적이었다.디지털 시대, 참여감이라는 마케팅이 새로운 패러다임 태풍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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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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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부터인가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산다. 주부가 다 그렇듯 뒤돌아서면 온통 일이다. 빨래를 돌리며 청소기를 돌리는 것은 예사고  잠시라도 책이라도 읽고 나면  어느새 쌓여있는 설거지와

빨래더미들이 나의 여유로움을 비웃듯 쌓여있다. 이런 일은 사무실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조금이라도 꾀부리고 나면 서류더미들 사이로 정리하지 못한 계획서들이 삐쭉삐쭉 고개를 내밀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럴 때면 언제나 피로가 자책감을 함께 몰고 온다. 속도전에 익숙해진 현대생활에서 무계획과 나태는 부정적이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무계획을 찬양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의 공저자 카트린 파시히와 사샤 로보는 웹블로그 리젠마쉬네의 편집자이자 프로그래머이다. 이들이 《무계획의 철학》을 집필한 이유는 일중독에 빠진 일벌레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게으름뱅이 사이의 격렬한 전장에 내던져진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함임을 서문에 밝히고 있다.

 

미루는 습관이 있고 계획 처리에 서툰 사람을 책에서는 LOBO[Life style of Bad Organization ] 라 한다. 저자들은  LOBO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며 더 세심하게 스케쥴을 계획하고 관리하며 더 열심히 일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헛된 노력이라 지적한다. 그보다는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일과 계획을 처리하며 완벽함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살펴보라 한다. 할 일을 미룬 후 자책감의 악순환은 현재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의 자책감,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LOBO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일은 다른 곳에 있다. LOBO들 스스로가 자기 능력에 맞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떤 일을 해내지 못했거나 원하는 수준으로 하지 못했을 때 그것을 자각할 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살다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P55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되는 자책의 뿌리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츠빙글리의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로  행복주의와 쾌락주의를 모두 무시하고 노동을 목적 그 자체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과 효용의 관점에서 볼 때 전반적으로 초월적이면서 완전히 비합리적인’ 사고가 자리잡게 되면서 끊임없는 노동압박감이 불필요한 자책과 강박관념을 가져왔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을 때도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는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큰 자제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목표 달성은 물론이며 일을 미루는 일도 없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자신의 무의식(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일을 먼저 할지 선택할 때는 내적 감탄(영혼의 소리)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 서류 분류, 지하실 청소, 다림질, 양말 정리등이 딴청거리로 사랑받는 까닭은 중요도나 만족감 때문이 아니라 단시 양심을 달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노련하게 미루는 프로들은 종종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리누스 토발즈는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를 개발하느라 전산학과를 졸업하는 데 8년이나 걸렸다, 로베르트 슈만은 전공인 법학 공부는 하지 않고 피아노만 쳤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궁정 화가로서 맡은 업무를 제때 끝내지 못했다, 기하학이 훨씬 더 흥미로왔기 때문이다.

 

일과 한눈팔기 사이의 이런 가깝지만 모호한 관계가 최적의 순간을 찾거나 끌어당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달콤한 독인 한눈팔기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배분하는 것이다.”

 

즐거운 한눈팔기를 먼저 해서 머리에 활기를 불어넣어라.”

 

지연행동과 싸울 때는 게으름의 힘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충동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환경적으로는 인위적으로는 장치를 마련해두면 충동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사실 나도 매일 스케쥴을 짜고 계획표대로 생활하려 애쓰느라 지쳐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시간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영화 <플랜맨>에서 시간과 초를 세분화하여 모든 것을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강박증상을 보이는 정재영이 되어버린 기분이였다. 그런 정재영 앞에 나타난 자유분방할 뿐아니라 무계획적인 여인 한지민을 만나게 되면서 플랜맨은 처음으로 무계획의 즐거움을 깨달아 가게 된다. 책에서 말하였듯 세상은 무계획이 만들어낸 산물들로 넘쳐났고, 일례로 모나리자의 그림은 미완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기에 유명해진 것이다. 포겔은 실수로 엉뚱한 전철역에 내리는 바람에 전장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이처럼 공저자들은 무계획이 가져오는 삶의 행복과 즐거움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를 맛보게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즐겁다면 미루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고, 관료주의에 물들거나 계획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가게 되기 보다는 조금은 일을 미루더라도 자책감을 가지지 않으면서 무계획의 철학을 누릴 수만 있다면, 플랜맨의 정재영처럼 변신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참에 마음 한켠에 짐처럼 남겨졌던 계획들을 잠시 내려놓고 무계획의 즐거움을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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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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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나라 슬픈 현대사는 아픈 가족사와 함께 한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러했다. 우리 집은 단칸방에서 여섯이 옹기종기 붙어 살았다. 건넌방에는 삼촌이 신혼방을 차려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정확히 내가 여섯 살에 작은 엄마는 조카를 낳았다. 그것도 집에서. 문지방 너머로 몰래 본 애 낳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 않은 채 뇌리에 남겨져 있.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그 시절을 일컬어 유신시절이라고 어른들은 불렀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가난했었고 누구나 아픈 시이었다우리 부모님들은 언제나 바빴다. 좋게 이야기하면 부지런한 것이었고 나쁘게 표현하면 죽도록 일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만났다. 오랫동안 봉인 되어 온 기억을 스치기만 해도 툭 터져버리듯 그 시절들이 떠올랐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산동네가 꼭 우리가 살던 달동네와 닮아있었고 매일 같이 싸우는 엄마와 할머니의 싸움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욕설이 난무하고 며느리만 보면 못 잡아먹어 환장하시는 할머니와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살림하나는 똑 소리나게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늘 할머니 편만 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그 시대의 아버지들은 모두 그랬다. 아내편 들어주면 큰일나는 줄 알고 주먹으로 자식을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아버지.

 

그런 동구의 가슴에는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 어디에나 꼭 존재하는 부잣집의 정원을 비밀처럼 품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은 잔디 하나 없지만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있고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순수의 결정체 같은 비밀의 정원이었다.

 

도저히 화목이라고는 눈씻고 찾아 볼 수 없는 이 가족들이 영주의 탄생으로 인해 약간의 평화가 찾아오긴 했다. 며느리라면 쌍심지부터 켜는 할머니도 영주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고 아버지는 영주의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다. 동구는 달덩이 같은 영주얼굴을 보기 위해 학교가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왔고 아버지의 폭력과 할머니의 욕설로부터 엄마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영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3학년이 된 동구는 한글을 여전히 못 깨우쳤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이 동구가 한글을 모른다고 하자, 아버지는 따귀를 때렸다. 동구는 그후 더욱 글을 읽는 것을 두려워했다. 3학년이 되자 동구는 특수 학교로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난독증을 보이고 3학년 담임 박영은 선생은 동구의 상담을 자청한다. 선생님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동구는 부모들에게 받지 못한 애정으로 치유되는 듯 하였고 학년이 끝나갈 무렵 동구는 박영은 선생님에 대한 동경을 비밀 정원처럼 품는다.

 

사회의 격변기를 지나던 시절, 탱크 구경하러 간 곳에서 옆동네 주리 삼촌을 만나고, 처음으로 멍게와 소주를 맛본다. 소주의 맛처럼, 독하고 혼미한 시절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주리 삼촌과 박선생, 박선생의 선배와 함께 한 자리에서였다. 대학시절 박영은 선생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시작된 고백은 이후 박영은 선생의 거취를 예고하는 복선이다.

 

나는 두 팔을 높이 쳐들어 아름다운 정원을 찬미하면서 능소화 꽃 사이에서 이 정원의 가장 아름다운 눈동자, 능소화의 찬란한 영혼, 붉은 자주빛 원피스를 나부끼며 떠나가신 박 선생님 같은 그 황금의 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p244

 

박영은 선생이 실종 되고도 동구의 집은 여느 때와 같, 엄마와 아빠의 싸움을 피해 영주를 무등 태워 감 따러 간 날, 영주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이후 동구의 집에는 파란이 일어난다. 격으로 엄마는 정신이 나가고 할머니의 타령은 더욱 심해졌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죽을 듯이 싸운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성숙의 계단을 오르는 동구는 오랜 비밀의 정원에 이별을 고한다.

 

아버지와 엄마는 돈을 많이 벌고 나를 잘 키우자는 희망이 있다. 나는 나중에 박 선생님을 다시 만나자는 희망이 있다.하지만 할머니의 몫으로 남은 희망은 무엇일까.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고,노래를 불러주고, 말벗이 되어주고, 나들이를 함께 나가던 영주가 떠난 후 할머니에게는 어떤 희망이 남았을까.

 

소설의 큰 틀은 글 한자 읽을 줄 모르던 동구가 할머니를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동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동구는 데미안의 싱클레어처럼 힘겹게 한 세계를 깨뜨린 후에야 성장한다. 정원의 아름다움이 흔한 것과 귀한 것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는 것처럼 자신의 세계 역시 그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누구나 그런 시절을 지나왔다. 기차 밖에서 흘러가는 풍경처럼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입에 풀칠하는 것만으로 바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동구의 비밀 정원처럼 아로 새겨진 민주화 운동을 기억한다. 유신 시절은 누구나 가난했고 누구나 아팠다. 동구의 아픈 가족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였고 슬픈 현대사를 품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책속에서-

영주와 나와 박 선생님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지만 지금 같은 새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든 강력한 권위를 행사하는 독재자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의탁하고 싶어한단 말이야. 이런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맞닥뜨리게 되면 무능하다느니, 권위가 없다느니, 산만하다느니 하며 불평을 늘어놓게 되지.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그들도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저항할 수는 없을 거라고? 아니야, 독재에 잘 길들여진 사람들은 또 다른 독재가 자라날 수 있는 가장 비옥한 밑거름이야. 이렇게 기름진 밭이 있는데 독재라는 질긴 덩굴이 왜 성장을 멈추겠어?

인간이 살아가는데 치사하게 답만 알고 과정을 모른다는 것은 뿌리가 없고 불완전한 것이라는 설명에 수긍했을 따름이었다. 그 원칙이 산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사 전반에 그렇다는 훈계를 듣고는 앞으로 어른이 되더라도 내 인생이 뿌리가 없고 불완전한 것이 되리라는 생각에 몸을 떨었고, 인생을 완전한 것으로 해주는 그 '과정'을 찾기 위해 따로 노력도 해보았으나 야속하게도 내 머릿속에 과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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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9-18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름처럼 이야기도 `아름다운 뜰`을 노래하는구나 싶네요.
절판되었다고 떠서 안타깝지만
사람들 가슴에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슬프고 아픈 역사와 삶이
오롯이 새겨지리라 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5-10-02 10:28   좋아요 0 | URL
성장소설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ㅎ~
아름답고 슬픈 ~무늬라는 점에서 ㅎ~
이 책 절판되었는데 새 옷 입고 재출간 된 것 같던데요 ㅎㅎ
 
지방 소멸 -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
마스다 히로야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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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는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구가 대폭 축소 변경된다. 인구 감소가 먼 남의 나라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인구 감소가 당면한 문제라는 것이 실감난다. 내가 사는 곳도 40명이 기준에 미달하여 세개 지역이었던 선거구를 네 개 지역으로 묶게 되었다. 인구의 급감은 아무래도 도시 보다는 시골 지방에서 더욱 뚜렷해지는 현상일텐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일본 마스다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일본의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될 경우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전 세계에 공통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이런 극단적이 보고서가 나왔다는 걸 보니,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이 이미 가시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일본의 도시 도쿄에만 인구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을 극점사회라 칭하며 이런 현상이 결국 저출산과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적한다. 

   

2012년 일본 평균 출산율은 1.41이지만, 도쿄는 1.09.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일본보다 더 심하고, 2014년 평균 출산율은 1.205, 서울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의 미래전략을 연구하는 창성회의 좌장인 저자는 도쿄가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여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감소하여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고 경고한다.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의 조건에는 인구의 증가가 있다. 그러나, 인구의 감소가 가져온 광풍은 성장의 축소라는 과제이다. 이런 인구문제의 열쇠를 쥔 ‘20~39세 여성 인구를 분석해보면, 이 대상층의 자연적 감소는 일본 전역에 나타나는 데 비해 사회적 증감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컸다. (위의 표를 볼 때도 인구 감소의 결정적인 역할에는 여성인구의 급격한 감소이다.)

 

저자는 이러한 도시에 집중되는 인구문제를 해결해야만 인구감소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당장 인구의 유지 및 노력을 시작해 출산율을2.1이상으로 회복하더라도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30~60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가 전략으로는 시간축의 시점을 도입하여 현재의 인구 감소 흐름을 막고 인구의 유지 및 반전을 지향하는 동시에 지방이 지속 가능한 인구국토구조를 구축하는 적극적 정책과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고용규모의 축소나 사회보장 부담 증대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조정적 정책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고 한다.

 

더불어 지방 중핵 도시 중심의 광역지역 블록별로 인구 감소를 막으면서 각 지역이 자신들의 다양한 힘을 최대한 쥐어짜내 독자적인 재생산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어반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인구 국토 구조를 제안한다.

 

인구 감소의 문제를 다루면서 저출산의 해결책을 빼놓을 순 없다. 지방 소멸의 근본적인 문제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젊은 여성의 인구 감소에 있다.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젊은 층의 불안정한 경제적 기반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고 도시에 집중되는 젊은 층들을 지방으로 흡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경제적 기반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처음에 3포 세대라는 말이 조심스레 흘러나오더니, 얼마 가지 않아 '오포 세대'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오포 세대는 최근 '7포 세대'로 더 확장되었다. 일본에서는 그와 비슷한 의미로 젊은 층을 사포리 세대라 부른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포기의 의미가 강하지만 일본의 젊은이들은 자포자기의 상태가 극심하여 자기만족과 자기행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두 신조어는 근원적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더 절망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도 출산율로 보아서는 지방 소멸의 가망성이 농후하다. 아무쪼록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져야 나라가 잘 산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보고서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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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9-1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여러모로 지역자치라든지 귀촌 젊은이가 꽤 많은데
한국은 아직 일본에 미치지도 따르지도 못해요.
서울도 부산도 대구도... 이런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젊은이도 어른도 참으로 많은 한국입니다..

드림모노로그 2015-09-17 10:29   좋아요 0 | URL
일본은 귀촌 젊은이가 우리나라보다 더 없는 것 같던데요.
모두 도쿄에 집중되어 있고,,,,
아무래도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다 보니
지방을 회피하려는 젊은이들이 유독 많게 느껴지던데...
문제는 `비정규직` 이죠.
말이 좋아 사내하청 인력증감이지 ...결국은 비정규직 확산이
젊은이들 목을 조르는 형국이네요.
경제기반이 취약하니 저출산을 낳고, 저출산이 인구 감소를 낳고,
포기를 낳고, 지방의 소멸을 낳고 ~ 이런 거 아니겠어요 ㅠㅠ...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 싸울 수밖에 없다면 이겨야 한다
이진우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한반도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던 준전시체제가 남북의 극적인 대화타결로 해제 되었다. 얼마간은  평화로운 국면을 맞이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인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본 결과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 새롭게 고조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2030세대들이 투철한 안보의식을 보여주면서 젊은이들의 의식수준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인 면모였다. 이런 상황들에서 이 책과 함께 전쟁에 대해서 조금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져보게 되었고 나름 이성적으로 전쟁을 판단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 

 

동양에 손자병법이 있다면 서양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있다. 손자병법이 현대에 처세술로 읽히고 있지만 클라우제비츠는 말그대로 전쟁이야기다. 오로지 싸움에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이지, 인간관계에서 통용되는 전략과전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현대에도 꾸준히 읽히는 것은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간관계와 인간행위의 폭력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우리는 싸움으로 점철된 삶을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는 싸우는가? 싸울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이겨야 하는가? 모든 사람이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손자와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진진하게 찾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두 책은 동서고금의 전서들 중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고대의 전국시대와 근대의 나폴레옹 전쟁으로부터 얻은 인식과 통찰을 담고 있는 이 책들은 전략과 전술의 기본서 뿐만 아니라 전쟁의 근본원리에 관한 포괄적인 철학서다.

 

클라우제비츠는 격변과 대변동의 시기에 프로이센에서 태어났다. 그가 군대에 입대할 당시에는  프로이센이 유럽의 강대국으로 도약하던 시기였고 프랑스 나폴레옹과 대치되는 상황이었다. 열두 살에 입대하며 프랑스와 전쟁을 경험한 후 그는 프랑스에 관하여 광범위한 공부를 독학하게 되는데,  여러 번의 전쟁 끝에 결국 프랑스의 포로로 수용생활을 하게 된다.  일년 후 귀국한 클라우제비츠는 프랑스 대혁명을 겪으며 깨달았던 전략을 바탕으로 군대 개혁을 꿰하지만 프리드리히 빌헬름 3세는 그의 제안을 거부한다. 게다가 프랑스에 굴복한 프로이센은 나폴레옹(프랑스)를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클라우제비츠는 프로이센을 떠나 러시아로 망명하여 나폴레옹을 상대로 싸운다. 결국 나폴레옹은 러시아에 패했다. 이후 클라우제비츠는 러시아군에서 활동하다 십여년이 흐른 뒤 프로이센 군으로  복귀하고 워털루 전투에 참모장으로 참여, 나폴레옹 군대의 병력 증강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의 자유주의적 사상과 개혁적인 면모는 고국에서 환영받지 못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한직에서 만족해야 했는데 그때 지은 저술이 바로 이 책 《전쟁론》이다. 그의 전쟁론은 단순히 이론적 산물이 아닌, 수많은 전쟁을 경험하면서 통찰하게 된 사고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바탕이 된 전략적 사고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가치있는 책이다.

 

  내가 죽기 전에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는 순간을 보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전쟁위기의 순간을 체험하면서 느낀 건 전쟁을 감성으로 접근하여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이 전쟁을 논할 때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이라는 관점으로 갈라지는데 ,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의하면 우리가 전쟁을 판단할 때 전쟁의 본질에 대하여 오류를 범하면 안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전쟁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폭력성이다. 우리가 전쟁하면 떠올리는 참혹함, 잔인함, 야만적인 행위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전쟁의 본질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화주의자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무력을 사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그러한 시각자체가 전쟁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라 한다. 그가 말하는 전쟁은 엄연한 폭력 행위이며 폭력의 사용은 무제한적이며 , 적의 무장해제가 곧 전쟁의 목표이자 살아 있는 세력과의 전면전이다. 비폭력, 절대적 무저항 상태는 절대 전쟁이라 할 수 없으며 전쟁은 언제나 살아 있는 두 세력간의 충돌이기에 감성에 의해 전쟁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손자의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을 가르친다면, 클라우제비츠는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전략서이다손자와 클라우제비츠,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와 결합시키는데, 손자에겐 정치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또 하나의 정치의 연장선이라 보았고, 전쟁의 폭력성을 간과하는 오류가 전쟁에서 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전쟁에 대한 사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철학서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현실이 곧 전쟁이기에.

 

인도주의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부상자를 내지 않으면서 인위적으로 적의 무장을 해제하거나 적을 타도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전쟁술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아무리 그럴듯하게 들린다고 해도 이런 오류는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p37

 

상호 경쟁하는 두 집단 사이의 무력 충돌, 이것이 전쟁이다.-P43

 

전쟁은 피를 흘리는 정치이다.

 

정치는 단지 다른 수단으로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다시말해 강한 감성은 쉽게 흥분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강렬한 마음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강한 감성은 가슴 속에 휘몰아치는 폭풍우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통찰력과 확신을 심어준다. 이는 마치 나침반의 바늘이 폭풍우로 흔들리는 배를 정확하게 항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다.-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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