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강산
- 백 석 -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
산에 오면 산 소리
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
큰솔밭에 뻐꾸기 소리
잔솔밭엔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
논두렁에 물닭의 소리
갈밭엔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
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定州 東林 九十여 里 긴긴 하로 길에
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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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배 : 산야에 저절로 나는 야생 들배나무의 열매
덜거기 : 늙은 장끼
물닭 : 비오리, 오리과에 딸린 물새, 쇠오리와 비슷한데 좀 크고 부리는 뾰죽하며 날개는 자주색이 많아 오색이 찬란하다. 원앙처럼 암수가 함께 놀고, 주로 물가나 호숫가에서 물고기, 개구리, 곤충류 따위를 잡아먹음.
白石(백석) 본명은 夔行(기행) 1912.7.1 평북 정주 출생
1929년 / 오산학교 졸업 조선일보 장학생으로 일본 도꾜의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 영문학 전공
1934 년 / 조선일보 입사 1934년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옴
1936년 / 시집 <사슴>을 200부 한정판 발행 조선일보 기자생활 고만두고 함남 함흥 영생여고보 교원으로 전직
1938년 / 교원직 사임. 서울로 옴.
1939년 / <여성>지 편집. 만주 신찡으로감 1941년 / 생계를 위하여 측량보조원, 측량서기, 소작인 생활함.
1945년 / 일제 패망과 더불어 귀국, 신의주에 거주하다 고향 정주로 돌아옴.
분단이후 한국문학사에서 매몰됨
1987년 서울 창작사에서 <백석시전집>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