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10쪽
의사는 자연학자와는 달리 다양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을 마음에 둔다. -아이비 맥킨지-23쪽
우리는 다리나 눈을 잃으면 다리가 없고 눈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을 깨달을 자신이라는 존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77쪽
(그녀는)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108쪽
중독이나 병에 의해 해방과 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신과 상상력은 무뎌진 상태로 잠들어 있다는 사실, 그 얼마나 역설적이고 잔인하며 아이러니한 일인가!-205쪽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206쪽
뇌에서 표현의 최종적인 형태는 '예술'이다. [...] 즉 인간의 경험과 행위는 장면과 선율이 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276쪽
클리퍼드 기어츠가 되풀이해서 강조했듯이, 저능아, 어린아이, 미개인 등 세 부류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미개인은 저능아나 어린아이가 아니며 어린아이의 문화는 미개인의 문화가 아니다. 또한 저능아들은 결코 미개인이나 어린아이가 아니다.-321쪽
우리는 환자의 결함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능력을 거의 간과했다.-339쪽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야기적인' 혹은 '상징적인' 힘이다. 상징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구체적인 현실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 ('저능아'라는 말은 아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능이 낮다'라는 말은 결함이 있는 성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에는 심오한 진실과 거짓이 한데 섞여 있다.)-341쪽
인간의 영혼은 그 사람의 지능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381쪽
어떤 자폐증 아이들은 퍼즐 조립이나 장난감 분해 혹은 암호 해독 따위에 비상하게 뛰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언어학습을 하지 않아서 나타났거나 언어학습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주의나 학습이 비언어적인 시간적, 공간적 작업에만 편중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사벨 래핀-402쪽
그들은 하나의 우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다수 우주' 즉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정확하고, 엄청나게 열정적인 개체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살고 있다. -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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