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구판절판


병력은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 그리고 그가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 속에는 주체가 없다. -10쪽

의사는 자연학자와는 달리 다양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을 마음에 둔다. -아이비 맥킨지-23쪽

우리는 다리나 눈을 잃으면 다리가 없고 눈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사실 자체를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을 깨달을 자신이라는 존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77쪽

(그녀는)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108쪽

중독이나 병에 의해 해방과 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신과 상상력은 무뎌진 상태로 잠들어 있다는 사실, 그 얼마나 역설적이고 잔인하며 아이러니한 일인가!-205쪽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206쪽

뇌에서 표현의 최종적인 형태는 '예술'이다. [...] 즉 인간의 경험과 행위는 장면과 선율이 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276쪽

클리퍼드 기어츠가 되풀이해서 강조했듯이, 저능아, 어린아이, 미개인 등 세 부류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미개인은 저능아나 어린아이가 아니며 어린아이의 문화는 미개인의 문화가 아니다. 또한 저능아들은 결코 미개인이나 어린아이가 아니다.-321쪽

우리는 환자의 결함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능력을 거의 간과했다.-339쪽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이야기적인' 혹은 '상징적인' 힘이다. 상징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구체적인 현실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
('저능아'라는 말은 아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능이 낮다'라는 말은 결함이 있는 성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에는 심오한 진실과 거짓이 한데 섞여 있다.)-341쪽

인간의 영혼은 그 사람의 지능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381쪽

어떤 자폐증 아이들은 퍼즐 조립이나 장난감 분해 혹은 암호 해독 따위에 비상하게 뛰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언어학습을 하지 않아서 나타났거나 언어학습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주의나 학습이 비언어적인 시간적, 공간적 작업에만 편중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사벨 래핀-402쪽

그들은 하나의 우주에 사는 것이 아니라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다수 우주' 즉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정확하고, 엄청나게 열정적인 개체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살고 있다. -41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5-2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8쪽 밑줄 인상적이네요..

부엉이 2006-05-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CSI에서 한 청각장애인 소년이 부르는데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죽게되는 장면이 있었어요. 우리들의 판단의 폭은 너무도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절판


적어도 나에게는 사람만큼 흥미로운 텍스트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변질되는 건 언제나 언어 때문이다.-9쪽

'김인수는 3학년이다' [...]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쓴 그의 몇몇 글들은 문체에 관하여 그가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인지 말해주었다. -김훈-16쪽

우리는 아마 누구도 절대적인 진실을 말할 수 없어요. 그런 욕망을 버려야죠. -김훈-18쪽

그런데 건축이란 것이 다른 사람의 사는 방법을 조직하는 것이거든요.-승효상-122쪽

즐기면서도 저급하다고 욕하는 게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중요한 속성 아닌가?-신동엽-142쪽

별, 별, 그렇게 많은 별, 난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그 별을 보는 순간 내 이 썩어 있는 가슴 덩어리가 느껴지면서 차라리 피라도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상일-177쪽

요즘은 어디 나가는 것도 싫고 방구석의 찌뿌드드한 따분함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이우일-192쪽

무대 위에 배우가 아무리 많아도 항상 시선이 가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카메라가 관객의 시선을 정해주니까 어떤 면에서 배우의 카리스마를 운운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아니죠.-장동건-210쪽

진정한 신유목민이란 지리적인 이동보다는 정신적인 이동이 잦은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정신적인 영토를 찾아 끊임없이 떠나는 과정이야말로 신 유목민의 중심적인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양혜규-221쪽

건축이라는 건 단순히 집짓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조직해주는 거라고요.-조성룡-237쪽

아직도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뭐든 경계 짓지 않고 보고 느끼려고 해요. 존재하는 건 뭐든 의미가 있잖아요.-조성룡-240쪽

술을 먹는다고 쳐. 술을 이렇게 먹는 거랑, 술이 너무 고픈 인간이 이렇게 먹는 거랑 다르잖아. 성격이 다 나오는 거지. 술 한 잔 마시는 것에도 캐릭터가 담겨 있는 거야. -주현-264쪽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필요한 건 한두 명의 좋은 친구다. 완벽한 신뢰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한대수-29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06-02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쪽, 210쪽 추천합니다.^^

부엉이 2006-06-0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보고 장동건과 DJDOC를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나비와 전사 - 근대와 18세기, 그리고 탈근대의 우발적 마주침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구판절판


나는 근대성이란 한마디로 사람들을 '고향'에 묶어두는 인식론적 기제라고 생각한다. 신분 질서에서 해방된 '인민(人民)'들에게 민족과 학연, 지연, 가족, 순결, 원죄 등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을 부여해주는 표상의 장치, 그것이 근대성의 기본 원리가 아닐까. -10쪽

무엇보다 속도에 대한 신앙체계를 전복해야 한다. 먼저 속도는 빠르지 않다! 속도와 빠르기를 동일시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의 균질화와 선분화에 포획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83쪽

느림의 또 다른 표상은 자기속도를 지니는 것이다. -84쪽

느림 또는 느리게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런 조급증(또는 협심증)과 결별하여 전혀 예기치 못한 시간(들)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중심이나 체계로 환원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따라 고유한 질을 표현할 수 있는 '자기속도'.-85쪽

요컨대 역사는 결코 연속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중세 후기와 근대는 불연속적 지대라는 것이다. 욕망이 억압되었다가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각기 다른 욕망의 배치가 있다. -165쪽

자기의 존재를 온전히 긍정하고, 욕망에 충실하며, 관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에서 말이다.-286쪽

그런 점에서 유머야말로 주체와 객체,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무기이자 전략이다. -28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아버지가 바로 아버지일 때에만 아버지는 저한테 너무 강한 분이셨습니다. -16쪽

아무튼 아버지와 저는 그렇게 달랐고, 다르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위험했습니다. -20쪽

'어느 날 밤 거인의 모습을 한 아버지가 느닷없이 최후의 심판관이 되어 나타나서는 나를 침대에서 들어내 파블라취로 끌고 나갈 수도 있다, 그만큼 나란 존재는 아버지한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다'-26쪽

아버지가 제게 내리신 계율을 아버지 스스로가 지키시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저를 짓누르는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39쪽

왜냐하면 지배에 대한 생각은 다른 사람 안의 마지막 저항의 목소리 마저도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지요.-43쪽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관계는 또 다른 결과를 낳게 되었는데 그건 사실상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였지요. 제가 말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44쪽

저는 제 행동에 대한 믿음을 잃고 말았습니다. -50쪽

인색하다는 건 깊은 불행 속에 처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불행의 징표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모든 사물에 대해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제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것은 이미 손에 쥐고 있거나 입에 물고 있는 것, 아니면 적어도 손에 쥐려고 하거나 입 속에 집어넣고 있는 것뿐이었지요. -8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품절


그때부터 그녀는 후각을 상실했고, 그와 더불어 따뜻함이나 냉정함 등 모든 인간적 감정도 잃어버렸다. -27쪽

그는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않았다. 단지 아래로부터 퍼져 올라오다가 뚜껑에 덮인 것처럼 지붕 밑에 갇혀서 그를 감싸고 있는 나무 냄새를 들이마실 뿐이었다. 냄새를 들이마시고 그 냄새에 빠져 자신의 가장 내밀한 땀구멍 깊숙한 곳까지 전부 나무 냄새로 가득 채운 그는 그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나무 인형, 즉 피노키오가 된 것처럼 그 장작더미 위에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 뒤, 거의 30분쯤 지나서야 비로소 <나무>라는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냄새가 없는 대상을 지시하는 추상적 개념어들, 특히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듯을 지닌 단어들을 익히는 일이었다. -33쪽

냄새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으로 인한 그 모든 이상한 불균형들로 인해서 그르누이 소년은 말의 의미를 포기하게 되었다. -34쪽

말이나 눈빛, 감정이나 의지보다 향기가 훨씬 설득력이 강했다. 향기의 설득력은 막을 수가 없었다. -95쪽

이렇게 공식들을 기록해 둠으로써 그는 자신의 도제의 내면세계에서 솟아 나오는 그 놀라운 창조적 카오스의 세계를 가두어 둘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105쪽

그르누이는 이 과정에 매혹되었다. 그가 인생에서 뭔가 감동이라는 것을ㅡ물론 그 감동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진 채 차갑게 타올랐다ㅡ맛본 적이 있다면 바로 불과 물과 수증기, 그리고 골똘히 고안해 낸 어떤 도구를 이용해 물질로부터 향기의 영혼을 빼앗는 이 과정에서였다. -110쪽

끝을 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풍요로운 자신의 상상력의 샘에서 그는 단 한 방울의 구체적인 냄새 에센스도 퍼 올리지 못했다. -114쪽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외부 세계가 그에게 제공하는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내면이 훨씬 더 놀랍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24쪽

그루누이의 마음속 우주에서는 사물은 없고 단지 사물의 냄새만 존재했다(그렇기 때문에 이 우주를 적절하고 그럴듯한 하나의 풍경으로 묘사하는 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의 언어는 냄새로 맡을 수 있는 세계를 묘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142쪽

사실 <인간의 냄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듯이 말이다.
[...]
-167쪽

그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주변에 냄새의 공간을 형성하지도, 파동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170쪽

사람들이란 멍청하기 이를 데 없어서 코는 숨 쉬는 데에만 이용할 뿐 모든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191쪽

그런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꼭 한 군데 있으니, 그곳이 바로 그르누이 자신이다. 그는 이 사랑의 향기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
이 향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들어 낸 나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수의 마법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이 향수는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27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