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전사 - 근대와 18세기, 그리고 탈근대의 우발적 마주침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구판절판


나는 근대성이란 한마디로 사람들을 '고향'에 묶어두는 인식론적 기제라고 생각한다. 신분 질서에서 해방된 '인민(人民)'들에게 민족과 학연, 지연, 가족, 순결, 원죄 등 궁극적으로 돌아갈 곳을 부여해주는 표상의 장치, 그것이 근대성의 기본 원리가 아닐까. -10쪽

무엇보다 속도에 대한 신앙체계를 전복해야 한다. 먼저 속도는 빠르지 않다! 속도와 빠르기를 동일시하는 것이야말로 시간의 균질화와 선분화에 포획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83쪽

느림의 또 다른 표상은 자기속도를 지니는 것이다. -84쪽

느림 또는 느리게 산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런 조급증(또는 협심증)과 결별하여 전혀 예기치 못한 시간(들)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중심이나 체계로 환원되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능력에 따라 고유한 질을 표현할 수 있는 '자기속도'.-85쪽

요컨대 역사는 결코 연속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중세 후기와 근대는 불연속적 지대라는 것이다. 욕망이 억압되었다가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마다 각기 다른 욕망의 배치가 있다. -165쪽

자기의 존재를 온전히 긍정하고, 욕망에 충실하며, 관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에서 말이다.-286쪽

그런 점에서 유머야말로 주체와 객체,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무기이자 전략이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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