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 사랑을 놓치다
미디어마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벌써 6년 전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날렵하고,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았던 설경구가, 마치 현실의 시간 그대로 나이들어 버린 것 같았다.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려 폐인이 되어 버린 설경구의 후일담 같은.
너무 능청스럽고 징그럽게 실감나는 연기를 하는 설경구가 오히려 내가 있는 현실을 더 생경하게 만들어서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식빵에다 맥주를 마시는, 막 사는 인생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한 장면이 왜그리 가슴 찡하게 다가오던지.
누가 나더러 그랬다. 송윤아 눈가에 비치는 다크써클만 닮았다고. 것두 감지덕지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송윤아를 볼 때마다 다크써클만 보였었는데. 캐릭터 영향도 있겠지만, 서른 중반의 송윤아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야구 중계를 듣다 보면, 타자나 투수나 어깨에 힘빼고 던지거나 칠 때 좋은 성적이 나온다던데 송윤아에게서도 힘을 빼고 뭔가를 비워낸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촌스런 이름 상식이에 걸맞지 않는, 모래시계 재희의 환생이라고나 할까. 이기우의 캐릭터는 딱 그랬다. 크고 든든한 느티나무 같은. 나는 연수(송윤아)가 우재(설경구)를 놓아 버리고 상식(이기우)을 잡기를 바랬는데. 어쨌든 사랑을 놓치는 일을 현실에선 더 많이 겪지 않나. 그래서 내겐 이 영화가 또 하나의 판타지일 수밖에 없나보다.

2000년만 됐어도, 난 유치하다며 이 영화를 쳐다도 안봤을 거다. 근데 요즘은 왜이리 이런 로맨스가 살갗에 와닿는지. 그래도 몸이 아프면서 나이듦을 느끼는 건 싫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나이듦은 저절로 수긍이 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6-10-1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윤아의 연기가 좋더군요. 정말 놓쳤으면 더 여운이 있을 것 같으네요. 님도 나이드나봐요 ㅎㅎ

부엉이 2006-10-1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가봐요~^^

연잎차 2007-10-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저에게도 판타지일 지 궁금해요!

부엉이 2007-10-1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한 영화예요~ 기분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