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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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떠올리게 되면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모습이 친근하다. 아마도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양복을 입은 모습은 어색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어쩌다 보니 티셔츠가 수백 장이 있다고 한다. 입지 않는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가 티셔츠를 수집하고 있다는 거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옷 정리를 하게 되는데 그는 입지도 않는 옷을 그대로 박스에 보관하고 있는 것 같다


 


 

 

레코드 수집에 이어 티셔츠를 주제로 일 년 반 동안 에세이를 연재하여 탄생된 책이다.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사게 된 것들이 많고, 마라톤에서 완주 기념으로 받은 것과 여기저기 홍보용 티셔츠, 여행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게 된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책머리에 쓴 글에서 그는 토니 타키타니라는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산 후 동명의 제목으로 소설을 썼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머스타드라 나도 한 장쯤 갖고 싶은 티셔츠다. 여름만큼 티셔츠를 많이 입게 되는 경우도 드물다. 더워서 땀을 흘려 매일 갈아입게 되니 나도 꽤 다양한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 색깔별, 재미있는 프린트로 된 것들이 있어도 새로운 여름을 맞이하게 되면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구매한다


 


 

 

하루키는 동물과 위스키, 맥주 그림과 글씨가 있는 다양한 티셔츠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재즈를 좋아하는 거로 유명한데 그에 관련된 티셔츠도 많았다. 위스키 회사에서 만든 티셔츠가 꽤 많지만, 아침부터 위스키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면 알코올의존증 아저씨로 보일까 봐 염려하여 자주 입지 않는다고 했다.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 아저씨는 뮤지션의 이름이 있는 티셔츠를 자주 입고 다닌다. 그게 좀 멋졌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배철수 아저씨가 좋아하는 데이비드 보위 책을 펀딩하는 것을 보고 몇 번을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티셔츠와 함께 구매하였다. 검정색 티셔츠로 데이비드 보위 이름이 쓰였는데 기념은 되겠으나 입고 다니기가 좀 쑥스럽다. 하루키도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책 홍보용으로 기념 티셔츠나 토트백, 모자를 굿즈로 판매한다. 나도 굿즈 때문에 책을 산적이 있다노르웨이 숲이 영국에서 만들어졌을 때 상하권으로 책이 나오면서 기념 티셔츠도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만들어졌다. 하루키는 본인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루키가 하루키 이름을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는 매우 쑥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동차 그림이 있는 티셔츠의 다양함과 독서를 강조하는 기념 티셔츠도 꽤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직접 티셔츠를 사진을 찍어 글을 작성하여 하루키의 티셔츠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마뱀 그림이 있는 티셔츠들도 많다. 대학교 이름이 적힌 티셔츠는 그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입기 힘들다. 슈퍼맨이라든가 아톰이 그려진 티셔츠, 곰이 그려진 티셔츠도 여러 개였다. 한동안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티셔츠가 꽤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어떤 브랜드의 티셔츠에 다시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것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싶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톤다운 된 푸른 빛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연재에 빠진 다양한 티셔츠들은 책의 뒷면에 실린 특별 인터뷰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루키는 티셔츠를 고를 때 디자인을 먼저 보고 그다음이 장르라고 한다. 레코드 수집벽 때문인지 레코드 플레이어나 레코드가 들어간 티셔츠가 있으면 대부분 산다고 한다. 그래선지 레코드 그림이 있는 티셔츠도 볼 수 있었다. 레코드는 상당히 멋스러운 그림이므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여 스트라이프나 무지 티셔츠가 많은데 올해 여름에는 하루키처럼 재미있는 그림이 들어간 티셔츠를 몇 개쯤 구매하고 싶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입고 싶은 그림에 따라서 다양한 티셔츠들로 여름을 빛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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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10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더라구요. 티셔츠 구경하는 재미~!! 저도 이거 보고 티셔츠 입고 다니고 싶더라구요 ^^
 
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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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이 된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과연 그들이 몰랐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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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할 특별한 깨달음
김연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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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날 때부터 좀 달랐을 거 같다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어린이였을 것 같다이 또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방적으로 생각해왔던 거 같다어린이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직업어린이와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는 직업 때문에 남다른 고충이 있다는 건 안다그럼에도 어른들은 자식이 교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나 또한 아이가 교대나 사대 가기를 바랐지만 절대 싫다고 하여 아쉽게 마음을 접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몹시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오죽하면 선생님이 네가 전학 갔으면 좋겠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다시 공부하여 교대를 갔다순전히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 때문이었다저자가 학교에서 교사를 경험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교사가 되었다.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면 저절로 교사가 되는 줄 알았다그런데 아니었다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나를 발견했을 때눈이 떠졌다정신이 번쩍 들었다교사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18페이지)

 


학부모로서 내가 경험한 교사들은 젊을수록 아이들을 대하는 면이 남달랐다언젠가 학교에 갔을 때 교탁에 적어놓은 아이 담임 선생님의 쪽지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어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적은 쪽지였다그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염려의 표시였다이 책의 선생님에게서도 그 모습이 보였다아이들이 다 가버린 학교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그 시선이 예전 그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좀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어른들보다 오히려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오히려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편협하게 옭아매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마냥 어릴 것 같지만 어린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주변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무슨 일이 있었는지왜 마음이 아픈지대답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건네야 하는 방법도 배웠다.

 


매일매일 어린이에게 배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가르쳐야 할 학생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어린이들에게 무심코 속마음을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또한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적정선에서 이야기해야하는 고달픔도 이해할 수 있을 법했다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자기 생각이 뚜렷하다.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면 교사는 반드시 행복해진다그러면 다시 학생들이 행복해진다그렇게 교사에게는 첫 문장인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기를 짓기 위한 첫 노력이 필요하다나의 교실 속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여기서부터 시작이다. (215페이지)

 


 

 

교사 경력 5년 차가 되면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10년 후에는 낫겠지 하는 마음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해가 갈수록 교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더불어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며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와 함께 어린이에게 좀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어린이라는 존재는 무릇 이렇듯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거문득 아이들 키웠을 때가 그립다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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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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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할뿐더러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누려왔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새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이전 영화를 볼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는 나도 몰래 흠칫 놀랬다. 마음속으로 ', 침 다 튀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모이는 것조차 우려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를 보면 거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감염되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의 명절도 함께 사는 가족만 모였을 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불가능했다. 집과 직장 그리고 학교만을 오가는 생활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고 돌아다니지 못하니 '확찐자'가 되었다는 웃픈 현실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처음엔 사람들이 힘들어했으나 이제는 적응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다 여기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음식을 먹으며 감염이 된다는 것 때문에 100년 넘은 가게가 문을 닫는 사태도 벌어졌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만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의 직장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 또한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에 다닐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직업인일수록 매일 출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쓴 파리드 자카리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3 년 전에 치명적인 질병이 전 지구적인 보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 예견은 정확히 적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공 보건과 질병을 관리하는 관청의 예산 삭감을 했을 때였다. 인도 태생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팬데믹 이후의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절한 대응을 했던 나라로 중국이나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나라를 꼽았다. 재빠르고 폭넓은 검진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접촉자 추적 같은 것을 높이 샀다. 수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의 정부와 전문가를 무시한 행동에 대하여 일침을 놓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전문가보다는 자신이 전문가라 여겼다는 것이 큰 결점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말한다. 가래톳페스트, 사스, 메르스, 에볼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원성 감염증이다. 육류 소비를 줄인 건강한 식습관이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강조하였다. 과학과 기술에 투자를 실행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도 같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중의 하나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아닐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회의에서 벗어나 화상 회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학생들 교육을 비롯해 직장인의 교육도 화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여 디지털 라이프의 시대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사람들이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을 때 파리 시장은 15분 근접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하여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하여 일부 거리의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도시까지 생겼다. 바이러스가 물러간 후에도 차 없는 거리로 유지될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현상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나라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픔과 괴로움, 경제의 온갖 어려움,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혼란에 세계 각지의 지도자들은 국제 협력이란 생각을 버리는 대신 몸을 숨기고, 국경을 폐쇄하고, 그 나름대로 회복 계획을 짜게 되었다. (270페이지


 

정부의 크기보다 정부의 질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며 지금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가치 있고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 즉 학자나 교사, 잡역부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전문가와 엘리트 들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욕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들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건 하나도 없다. (305페이지)


 

우리가 누렸던 소중한 일상을 조만간 되찾을 수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 본다. 어떤 세상으로 변화할 것인가. 우리에게 달렸다. 팬데믹을 겪은 후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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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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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는 과정은 늘 모든 것에 가로막힌 상태에서야 가능한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래된 연인과는 설레는 감정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는 시간 속에 갇힌 상태.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오래된 연인. 주변에서는 결혼과 아이를 말하지만 그 또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의 작가 제시 버튼이 새로운 판타지를 제공할 여성들의 이야기  컨페션으로 돌아왔다. 1980년 스무 살의 엘리스와 2017년 서른다섯 살의 로즈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다른 시대인 만큼 서로 다른 인물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1980년의 엘리스도, 2017년의 로즈도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 어딘가에 기댈 데도 없고 엄마에 대한 애정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소설은 엘리스가 우연히 서른여섯 살의 여자 코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그녀의 보호 아래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하나다. 다른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어딘가로 사라졌던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로즈는 아빠로부터 비로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아빠는 콘스탄스 홀든이라는 작가의 책 두 권을 주었다.  밀랍 심장  초록 토끼라는 소설을 쓴 작가와 엄마가 연인이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수많은 질문을 건네지만 아빠는 말이 없다. 로즈 스스로 찾기를 바랐다. 콘스턴스 홀든이 쓴 소설을 읽고 소설 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았다. 작가를 찾으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전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콘스턴스 홀든의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걸 보고 로라 브라운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코니를 만났다. 두 가지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2017년의 로즈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코니와 일하게 된 로즈를 응원하고 조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길 바랐다물려받은 유산의 반을 갈라 조의 사업에 투자했지만 비전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수동적인 여성에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기를 바랐던 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왜 조의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참는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엘리스와는 다르지 않는가

 

 

로즈는 코니를 만난 후에야 조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조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자아는 영원히 갇히고 말 것 같았다. 드디어 자신의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별을 통보하고 새로운 삶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로즈는 코니에게 엄마의 소식을 묻지 못한다. 그저 코니가 쓰고 있는 소설  변심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유추할 뿐이었다. 코니는 로즈에게 마음을 열어 지난날의 감정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준다. 산후 우울증이 찾아와 힘들었을 때 엘리스가 선택한 것도 여행이었고, 로즈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던 것도 여행이었다. 삶에 있어 아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나의 선택이 마음이 드는지, 내가 행복한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짐을 꾸려야 할 때다. 그 곳이 어디든 우리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안에 갇힌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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