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을 나누는 기분 (시절 시집 에디션)
김소형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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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나누는기분 #창비교육

 

까마득한 청소년 시절을 떠올려본다. 질풍노도의 시기, 부모에게 반항했던 것도 같지만, 대체로 착한 아이였던 나.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서로의 집을 오가며 어울려 다녔다. 그때의 친구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만약 그 시절을 떠올리는 시를 쓴다면 어떤 감정을 담을까.


 

스무 명의 시인들이 청소년 시기를 떠올리며 쓴 시절 시 육십 편을 수록했다. 일명 시들의 초대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인들의 초대라고 해야 옳겠다. 시를 잘 알지 못하지만, 시를 가까이하겠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실행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늘 시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잊었던 시심을 찾아드립니다라는 모토를 가진 시절 시집 에디션이다.

 


오랜만에 시를 읽고, 시가 이렇게 좋았었지. 왜 그동안 잊고 있었을까. 이처럼 기회가 닿아야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시가 시를 부르는 것 같달까. 시 몇 편을 읽어 보자.





 

바스락대는 봉투에서

도넛을 꺼내려는

밤의 버스 정류장.

버스는 아직 오지 않고.

버스는 아직 오지 않아도 좋고.

그런 밤의 버스 정류장.

, 도넛을 꺼낸다.

그런데 어째서

도넛은 손끝으로 집는 거지.

아슬아슬하게.

까슬

까슬

까무룩

(중략)

꺼낸 도넛을 반으로 가른다.

집으로 돌아가려 함과

집으로 가고 싶지 아니 함처럼.

정확히 나누었는지를 묻지 않기.

(후략)

(132~133페이지, 유희경 도넛을 나누는 기분중에서)


 

유희경 시인의 시 세 편은 다 옮겨오고 싶을 정도였다. 밤의 버스 정류장의 풍경을 그려보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도넛을 꺼내어 반을 갈라 설탕 가루가 떨어지는 모양 즉 '까슬''까무룩'이란 시어가 퍽 인상적이었다. 서윤후 시인의 하나를 세어 보는 수만 가지 방법이라는 시는 또 어떤가.


 

빗방울은 모두 몇 개지?

 

우산을 나눠 쓰던 네가 묻는다

모른다는 말은

너무나 큰 먹구름일 테니까

단 하나야

셀 수 없는 건 모두 단 하나뿐이라고 말한다.

 

(중략)

 

우리는 알 수 없어서

 

비가 그친 줄 모르고 우산을 함께 쓰고 걷는다.

이 모퉁이만 지나면

집에 가는 길이 나뉘니까.

 

하나는 쪼개지면 겨우 다시 하나가 된다

조금 더 큰 하나의 어깨 쪽으로

우산을 밀어 준다

 

화창한 가운데 젖은 자리를

다독이는

 

햇빛 쏟아지는 (60~61페이지)


 

예전에 읽었던 시와 조금 달라진 거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의 마음처럼 통통 튀는 시어들의 집합이다. 비와 우산, 빗방울. 잠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 우산 하나로 골목이 나뉘는 모퉁이까지 걷는 그 마음이 짐작되었다. 설레는 기분. 행복한 기분.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어서 시험 공부라는 핑계를 대고 친구랑 같이 잤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한 시인의 시 세 편이 실려있고, 끝나는 장에 시작 노트가 수록되어 시를 쓰게 된 배경과 느낌이 드러나 있다. 시를 잘 몰라도 시작 노트로 짐작해보게 된다. 표지도 정말 예쁘다. 마치 금방이라도 뚫고 나올 것처럼 선명한 색감에 기분이 밝아진다. 색깔이 이렇게 마음을 두드리는 것, 오랜만이다. 기억과 경험, 그리고 상상이 묻어나는 시였다. 좀 더 시를 읽고 싶게 만들었다. 어디든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어도 되고, 필사하며 읽어도 되는 시절 시집을 읽어 보자.

 

 


#도넛을나누는기분 #창비교육 #김소형 #김현 #박소란 #박준 #서윤후 #성다영 #신미나 #양안다 #유계영 #유병록 #유희경 #임경섭 #임지은 #전욱진 #조온윤 #최지은 #최현우 #한여진 #황인찬 ##책추천 ##시집 #시집추천 #한국시 #한국문학 #시절시집에디션 #시절시집 #창비청소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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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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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카뮈 #녹색광선

 

살면서 내가 계엄령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엄령을 내렸던 이의 탄핵을 바라보는 초유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인데, 독재를 꿈꾸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퇴근하면 침대에 누워 책을 읽던 일상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보지 않던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를 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란 말을 반복했다. 자유롭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자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읽고 싶었다. 소설인지 희곡인지 알지 못했고, 알베르 카뮈의 책이라는 것만 알았다. 책을 읽으려고 펼쳐보니 희곡이었다. 이방인에 이어 평단과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페스트이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프랑스의 배우이자 연극연출가인 장루이 바로의 연출을 위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결과물이다.





 

에스파냐의 카디스에 혜성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카디스에 저주가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 뒤 독재자 페스트가 비서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총독은 카디스를 페스트와 비서에게 이양하고 도망쳤다. 즉 카디스를 버렸다. 비서는 페스트의 명령에 따라 인간들을 선별하여 가슴에 표식을 남겼다. 표식 하나는 의심자, 둘이면 감염자, 셋은 말살자다. 표식은 페스트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페스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감시 대상이며 사랑같은 건 입 밖에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카디스는 혼란에 빠졌다.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사랑하는 사이이며 판사인 빅토리아 아버지에게 결혼 허락을 받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비서에게 말했다가 겨드랑이 밑에 표식을 받았다. 술주정뱅이 나다는 그들의 부름에 사람들을 선별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느냐 말이다. 그러나 디에고는 표식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페스트라는 독재자는 공포를 극복한 사람에게 나타난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도시에도 한 줄기 빛이 보였다.

 



비상계엄령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국회로 달려갔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기 위한 표결에 참여했다. 그리고 탄핵 결과만을 앞둔 이때 계엄령은 얼마나 적절한 책이냐 말이다. 계엄령은 용기를 북돋는다. 용기를 잃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끊임없이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국회 앞, 헌법재판소를 지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위해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현재 상황에 대한 희망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용기, 물러서지 않는 저항정신이 우리 민주주의를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뒤엎으려 하는 자가 있었고, 그를 옹호하는 세력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다.

 



카뮈의 계엄령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책이다. ‘전체주의 억압에 관한 극적인 은유에 가깝다.’라고 했다. 에스파냐 내전을 재현하는 듯한 상황과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가 이를 가리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래의 문장에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결함이 있다고요.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체계의 결함이란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공포를 극복하고 저항하기만 해도 삐걱대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체계가 멈춰 버린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럴 수는 없죠. 하지만 어쨌든, 삐걱거린다는 거죠. 때때로 작동이 완전히 정지될 수도 있는 거고요. (131페이지)

 



체제에 순응하고 살기보다는 공포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정의이며 살아갈 힘이다. 지금의 현실과 너무 닮아있지 않은가. 페스트라는 독재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그를 따르는 자들의 행태와도 비슷하다. 이러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현재에 꼭 읽어야 할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가벼운 바닷바람이 불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그게 간절한 바람이다.

 

 



#계엄령 #알베르카뮈 #녹색광선 ##책추천 #문학 #희곡 #안건우 #프랑스소설 #프랑스문학 #프랑스희곡 #전체주의 #에스파냐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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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동화 발도르프 그림책 12
그림 형제 지음, 다니엘라 드레셔 그림, 한미경 옮김 / 하늘퍼블리싱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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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그림동화 #그림형제 #다니엘라드레셔 #하늘퍼블리싱

 



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는 동화를 좋아했다. 지금도 여전해서, 이 나이가 되어도 아름다운 그림동화책 표지와 그림만 보고서 펀딩 구매 버튼을 눌렀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책인 줄 알았더니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었다. 그림 판형이 크고 상당히 얇다는 점. 글씨 또한 커서 아이가 앉아서 몇 번이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고 났더니 아이들 어린 시절에 동화책 한 권을 스무 번이고 읽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이들에게는 그림 동화책을 읽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아이들과 읽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아름다운 그림동화는 그림형제의 동화가 총 열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미술치료실을 운영하기도 했던 독일 작가 다니엘라 드레셔의 아름다운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개구리 왕자, 라푼젤, 찔레꽃 공주, 은화가 된 별, 재투성이 아셴푸텔, 오누이, 별별 털복숭이, 백설공주, 숲속의 세 난쟁이, 홀레 할머니. 동화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여 어린이들의 교육 효과와 더불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힘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용들을 읽다 보니,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 많아서 조금 웃었다. 예를 들면, 백설공주에서 난쟁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해도 공주는 왜 매번 열어주느냐 말이다. 나쁜 왕비의 꾐에 넘어가는 백설공주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한 개만 팔아달라고 하는 마음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위 착해서’,라고 해두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라푼젤이 상추를 뜻하는 독일어라는 것이다. 찔레꽃 공주는 우리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라고 읽어왔던 동화다.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은 일반적인 동물이 아니다.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나 중요한 예언을 하는 생물로 비친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왕비님에게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 예쁜 공주님을 낳으실 거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공주가 태어나고 열세 명의 지혜로운 요정들을 초대해 대접해야 하는데 열두 개의 황금 접시만 있었던 임금님은 열두 명의 요정들만 초대할 수 있었다.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 기분 나빴던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공주님에게는 열두 번째 요정이 남아 있어서 물레에 찔려도 죽지 않고 백 년 동안 잠을 잘 수 있었던 거다.

 



우리가 신데렐라라고 알고 있는 재투성이 아셴푸텔은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에 가깝다. 왕자에게 신붓감을 찾아주기 위해 열었던 무도회에 자기도 가고 싶다고 말한 용기를 보라. 하지만 새어머니를 얻은 아버지는 왜 이리 무능한지 모르겠다. 자기 딸이 계모에게 하녀 취급을 받고 재투성이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없느냐 말이다.

 



별별 털복숭이에서 공주도 진취적인 여성이다. 아름다운 왕비가 죽자 왕은 왕비와 똑같이 닮은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신하들은 깜짝 놀라서 나라가 망할 것이라며 왕을 말렸다. 하지만 왕이 뜻을 굽히지 않자 공주는 그 결정을 미루기 위해 세 가지 옷을 달라고 했다. 왕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얼굴과 손을 검게 칠하고 도망쳤다. 여기에서도 무도회는 빠질 수 없다. 무도회가 열리자 공주는 얼굴과 손의 검댕을 지우고 털가죽 외투를 벗었다. 빛나는 드레스로 갈아입고 무도회 장소로 가 왕자와 춤을 추었다. 자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 아름다운 공주와 춤을 춘 왕자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건 안 비밀.

 



예전에 어떤 책에선가, 유리관 안에 누워있는 백설공주에게 키스를 하는 왕자를 가리켜 시체 애호증 환자라고 말하는 걸 읽었다. 오늘 백설공주를 다시 읽으니 섬찟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죽은 백설공주가 누워있는 관을 달라고 한 저의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동화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그 시대의 세태를 들려준 것만 같았다. 물론 백설공주는 목에 걸린 독사과를 뱉고 살아날 거라는 결말을 알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동화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읽힌다. 동화 속 공주가 되어 왕자를 찾아 헤매는 상상을 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계모이고 어딘가에 친엄마가 살아 있을 것 같은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동화가 우리에게 이런 상상을 심어 주었다는 걸 부정하지는 못한다. 자기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계모, 그룹의 수장으로 올리려는 계모가 현재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동화가 가진 힘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그림동화 #그림형제 #다니엘라드레셔 #하늘퍼블리싱 ##책추천 #동화 #그림형제동화 #동화책추천 #DanielaDrescher #개구리왕자 #라푼젤 #백설공주 #미술치료 #미술치유 #드레셔그림동화 @hanl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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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패권 전쟁
양수영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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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너지패권전쟁 #양수영 #다산북스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트럼프 2기 시대가 되었다. 트럼프가 파리 기후협약에 탈퇴했던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대선 공약으로 이미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던 트럼프는 탄소 감축 정책이 아닌 에너지 개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도 온도낮추기 등 탄소 저감 정책을 독려한다. 전년도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면 탄소 포인트 등으로 돌려주는 제도인데 해마다 기온의 상승으로 포인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후 환경에 관심을 가져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자 이 책을 읽었는데 잘한 일인 것 같다.



 

에너지 패권전쟁은 예고된 일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라.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뜨거워지는 만큼 전력 사용은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을 전량 수입한다. 석유 및 천연가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에너지 자원을 얻기 위한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에너지의 역사를 비롯해 미래의 에너지 자원과 그 대책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총 네 장의 자원으로 살펴보는데 첫째 석유 전쟁, 둘째 천연가스 전쟁, 셋째 탄소 전쟁, 넷째 생존 전쟁이다.







 

에너지 패권을 위해 전쟁이 발발했다. 태평양전쟁이 석유 확보에 주력하던 일본과 이를 저지하려던 미국이 석유를 둘러싸고 벌인 전쟁이었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친 것도 에너지 때문이다. 러시아는 석유 생산량 1위인 미국과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다. 천연가스 생산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러시아는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1위인 미국에 비해 소비하는 물량이 적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와중에도 아직 건재하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저자는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앞으로 세계의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하면서 에너지 패권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미국이나 러시아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앞으로 석유를 쓰지 않는 시대가 올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석유로 누리는 온갖 혜택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석유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거라는 모순된 말을 한다. (210페이지)

 



아는 만큼 보인다. 천연가스가 비교적 저렴하다고 알고 있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해 들어올 거라고 여겼는데, 만약 천연자원이 고갈하여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쟁 상황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 같았다. 부족한 자원을 충족하고자 원자력발전소 확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말했다. 우리나라에 천연자원이 매장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탄소 감축을 실현하려면 저탄소 에너지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태양광발전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절약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가까운 미래를 포함해 먼 미래까지 우리의 삶을 위해서다.



 

에너지 최대 소비국이며 에너지 최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원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후 위기를 위한 재생 에너지와 탄소 감축 요구의 필요성이 커진다. 에너지 문제가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고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지 않겠나. 탄소배출의 주범과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미래의 자원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다.

 


 

#세계에너지패권전쟁 #양수영 #다산북스 ##책추천 #인문 #경제사 #경제경영 #자원 #에너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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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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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잔혹극 #루스렌들 #북스피어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7페이지)




 

짜릿한 소설의 첫 문장이다. 활자중독이라고 할 만큼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인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굉장히 불편할 거로 여겨진다. 한 저택의 가정부로 들어간 여성이 글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인 것처럼, 커버데일 일가가 유니스 파치먼을 채용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소설은 커버데일 일가가 유니스 파치먼에게 살해되기까지의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나온다. 커버데일의 안주인 재클린이 하녀를 구하면서 편지에서 보이는 의문점을 전혀 찾지 못하는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 질문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많은 조짐이 있었으나 놓친 거다. 불행은 이처럼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들 가족의 미래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커버데일 가족의 저택에 처음 도착한 날 유니스의 방에 있던 텔레비전이 그녀를 더 폭력적으로 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항상 바라 마지않았던 텔레비전이 눈앞에 있었고, 하필이면 텔레비전을 처음 켰을 때 화면에 총을 든 남자가 등장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어휘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폭력과 총이 등장하는 장면을 맞닥뜨리고 난 뒤 그녀의 폭력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처럼 조앤 스미스를 친구로 둔 점일 것이다. 텔레비전의 폭력과 총, 종교에 빠져있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조앤 스미스를 만난 것부터 비극이었다. 이 모든 요소가 갖춰진 상태에서 커버데일 가족은 비극의 운명을 선택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활자로 도배된 세상이 끔찍했다. 활자를 자신에게 닥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활자는 거리를 두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그녀에게 활자를 보여주려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활자를 피하려는 버릇은 몸에 깊게 배어 있었다. 더 이상 의식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이나, 타인을 향한 애정, 인간적인 열정이 솟아나는 샘은 이러한 이유로 오래전에 말라 버렸다. 이제는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이러한 자신이 상태가 인쇄물이나 책, 손으로 쓴 글자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74페이지)

 




발췌문장처럼, 유니스에게 활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위협이었으며 폭력적이었다. 유니스는 활자만 빼면 재클린을 포함한 커버데일 가족에게 완벽한 하녀였다. 그릇이며 바닥, 침대 시트 등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했다. 다만 재클린이 쓴 쪽지의 내용이 두려워했으며, 급한 일로 회사에서 서류를 준비해달라는 조지의 전화가 폭력적으로 느껴진 건 당연했다. 글자를 모른다는 걸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준비한 죽음이 아니었지만, 치밀하게 움직인 게 되었다. 커버데일 가족을 죽인 뒤, 조앤의 흔적을 지우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흔적을 지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집에 찾아온 형사에게 차를 대접하며 사건이 추이를 관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활자를 몰랐기에 살인자로 체포되었다.







 

유니스의 유년 시절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유니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문맹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활자 때문에 두려워하고, 문맹을 감추려 다른 사람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유니스 파치먼의 폭력성과 공격성은 기본적으로 잠재된 성격이었는지도 모른다. 활자잔혹극은 이처럼 한 사람으로 인하여 비극을 초래했고 한 가족이 몰살당했다.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유니스의 문맹을 일찍 알았더라면 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에게 글을 가르쳤을 것이고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모든 상황에 만약이란 가설을 세워본다.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는 거에 안타까움을 표해본다.




 

역시, 마포 김사장의 말발(혹은 글발)에 속아 구매한 책이다. 북스피어의 책은 순전히 마포 김사장의 글을 보고 구매하게 된다.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글발이라고 해두자. 짜릿하고 재미있다. 루스 렌들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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