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를 버리러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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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를 좋아한다.

솔직히 그의 책이 재미있는 거냐고 묻는 다면 글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책은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류의 책이 아니다. 따뜻한 글을 좋아하는 내게 김숨 작가의 글은 굉장히 차갑고 너무도 이지적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도 무심하면서도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연속에 가라앉게 한다. 우리에게 글 속에서 표현하는 또는 그 속뜻을 생각하게 하고 더 깊은 무엇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게 하고 또 실제로 어려운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김숨 작가가 좋다. 무언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써도 나는 김숨 작가의 글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이번 책 또한 그러했다.

처음에 책을 펴고 첫 장을 읽었을 때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다루려 하는 것인가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번. 나는 어떻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기대했던가 보다. 하지만 김숨 작가가 내보인것은 스토리가 아닌 끝없이 반복되는 단 음절의 시처럼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노란 개를 버리러 가는 소년과 그 소년의 마음들을 자꾸 속삭이고 있었다. 노란 개를 버리러 간다고. 아빠의 택시 트렁크에 있는 노란 개를 버리러 가고 있다고. 택시에는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은 엄마, 밤을 새워 김밥을 싸고 매일 김밥을 싸며 배가 고프면 단무지를 씹어 먹던 엄마의 노란 입. 엄마가 입을 벌리면 엄마의 노란 혀가 마치 노란 개의 눈동자처럼 그렇게 번뜩였던 엄마와 택시를 타고 노란 개를 버리러 간다. 버리자던 노란 개는 보이지 않고 택시에는 밤의 손님이 마치 그림자처럼 앉아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탔는데도 택시는 빈 차라는 빨간 등을 켜고 달린다. 살고 있는 도시에서부터 멀리멀리로 노란 개를 버리러 그렇게 떠난다.

김숨 작가의 작품『노란 개를 버리러』는 독자에게 친절하지가 않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처럼 우리를 혼몽에 빠져들게 한다. 쉽게 설명해주지도 않고 끝없이 반복되는 단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뜻하는 말 한 마디, 한 문장들이 우리의 가슴을 치는 것 같다. 우리는 노란 개를 버리러 떠나는 아빠와 말이 없는 엄마, 끝없이 의문에 차 있는 소년, 그리고 밤의 손님 옆 빈자리에 타고 그들과 함께 노란 개를 버리러 떠나는 여정을 함께 했다. 저기가 좋겠느냐고 물으면 저기는 아니라고, 더 멀리 가자고 소년의 말을 같이 읖조리며 자꾸만 자꾸만 더 멀리로 가고 있었다. 도대체 트렁크 속의 노란 개는 정말 존재하는지, 노란 개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게 진짜로 노란 개가 짖는 건지 의아해 하며 소년이 택시를 타며 만난 사람들. 열두 사람이었다가 혹은 열한 사람이었다가 어쩌면 아홉 사람이기도 했던 그 사람들과 함께 우리는 달렸다. 

처음과 끝을 알수 없는 모호함.

노란 개를 버리러 가야 된다며 소년을 깨우는 아빠는 이 책의 처음이었다가 부분부분 노란 개를 버리러 가야 된다며 우리를 일깨우기도 하고, 혹은 마지막이기도 했다. 함께 있되 부재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곁에 없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를 혼몽속에 빠져들게 한다. 악몽을 꾸는 것처럼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우리를 저 깊은 심연의 바닷속으로 유인한다. 달콤한 목소리와 노래로 뱃사공들의 영혼을 빼앗았던 세이렌처럼.

내게 김숨 작가는 세이렌의 목소리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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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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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속해 있는곳으로부터 떠나고 싶은 마음들이 있을것이다.
그래서 여행에세이가 좋다.
떠나고 싶은 내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니까.
저자가 보고 느낀것을 내가 느낀것처럼, 마치 내가 가본것처럼 설레임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
파리나 베니스의 물빛 풍경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여행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여행에세이는 항상 아련하게 느껴진다.
그가 다녔던 여행지의 사진들을 보며 나도 또한 행복함을 느낀다.
저자가 느꼈던 외로움들과 마음 시림들까지도.

그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동안의 사진들과 여행지에서 느꼈던 마음들까지
고스란히 엿보이는 글이다.
각국의 풍경들이 있는 사진들과 그의 마음들이 조각조각 보인다.
여행에서오는 삶의 통찰들이 보이는 그의 글들은 마치 몇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지가 없는 그의 책은 아무곳이나 펼쳐놓고 봐도 좋을 책이며
금방 그의 여행지에 빠지게 된다.

2005년에 나온 책이지만 꾸준히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인가 보다.
내가 구입한 책이 40쇄 였으니까.
그만큼 나도 좋았다.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에게 좋다며 소개도 했고 또 계속 소개해 주고 싶은 책.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베니스.
그 베니스의 풍경들을 자꾸 들여다 보아진다.  
나도 베니스에 꼭 가보고 싶다.
책 속의 풍경들을 직접 눈으로 마음으로 보고 싶다.
마음의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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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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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를 임신했을때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자신을 알리는 태동을 처음 느꼈을때의 그 두근거림. 또는 초음파로 처음 심장소리 들었을때의 그 두근거림이 생각난다. 핏덩이 아이를 처음 안았을때의 그 가슴벅참. 내가 이런 아이를 뱃속에 담고 있었나 새생명으로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았을때의 그 희열을 잊지 못하겠다. 낮밤이 바뀐 아이때문에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비몽사몽간에 아이에게 젖을 먹였던 일들이 그때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아이가 한 마디 '엄마'라는 말을 뱉었을때 나는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뻤고 낮밤이 바뀐 아이가 날 힘들게 했던 건 벌써 다 잊어 버리고 말았었다.


만약 그렇게 기쁨을 주었던 아이가 병에 걸렸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레 겁부터 먹고 울고만 있지 않았을까. 나는 아이를 둘이나 키웠어도 제대로 된 부모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참 모자라는 부모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여쁘기만 아이가 아프고 더군다나 나보다 더 늙어있는 모습을 하고 있을때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어찌보면 굉장히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도 작가는 유머스럽게 또는 진지하게 다루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중에서도 삶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조로증에 걸려 80살의 몸을 가진 열일곱 살의 아름이와 열일곱 어리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운 서른네 살의 철없는 부모의 이야기이다.

나는 더 큰 기적은 항상 보통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다. 보통의 삶을 살다 보통의 나이에 죽는 것, 나는 언제나 그런 것이 기적이라 믿어왔다.
                     ~~~~~  47 페이지 중에서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는 일이니까......"
"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 "
"그러니까 너는,"
" ..... "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  50 페이지 중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을 알아보는 기준이 있어요."
어머니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건 그 사람이 도망치려 한다는 거예요."
" ....... "
"엄마, 나는 ..... 엄마가 나한테서 도망치려 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랑이 진짜인 걸 알아요."
                     ~~~~~  143 페이지 중에서

열일곱 살인 내 딸과 같은 나이의 아름이.
80살 먹은 노인의 몸을 해서 일까, 아니면 죽음을 준비해서 일까. 아름이는 오히려 슬퍼하는 엄마와 아빠를 유머로서 달래고 오히려 위로하게 된다. 아이의 마음과 노인의 몸을 가진 아름이는 그런 아이였다.

"쿵쾅쿵쾅" 가슴을 맞대면 들리는 소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마치 엇박자처럼 들렸던 서로의 가슴 두근거림. 우리가 살아 있음으로인해 들리는 이 소리. 나는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 소리를 들어본다. 내가 내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다는 것에, 아이들이 아직까지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여전히 쿵쾅거리고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작가는 젊은 작가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가이다.
그 전에부터 그의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다짐했으나 놓치고 '젊은 작가상'을 받았던 「물속 골리앗」의 그 범상치 않음을 알았고, 첫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 또한 가슴 먹먹하고 따뜻함을 주는 놀라운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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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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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에 와 닿는 그런 책들이 있다.
이번에 또 그런 책을 하나 만났다. 김중혁 작가의 책은 『미스터, 모노레일』을 읽었을 뿐이고 젊은 작가상 대상을 받았던 「1F/B1」을 읽다 만 전적이 있다. 『미스터, 모노레일』을 읽으면서 책 속에 있는 삽화나 책 속의 내용을 읽어보고 상상력이 굉장히 풍부한 작가구나 싶었었다. 이 책의 저자 사인본을 받았을때부터 그림과 함께 글씨체도 마음에 들고 무언가 느낌이 새롭구나 싶었는데 역시 책을 읽어보자 빵빵 터졌다. 특별한 생각을 품고 있는 작가인 듯 하다. 인터넷 서점의 웹 디자인을 했던 작가의 이력 때문에 책 속의 그림도 직접 그려 보는 사람의 재미를 더 했다.

어떻게 보면 소설가 한테 이런 말 한다는 게 누가 될수도 있겠지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산문이었다. 마치 유머집처럼 킬킬대며 읽게 되었다. 버라이어티쇼를 즐겨 본다고 하셨던가, 책 날개에서 보는 작가의 사진을 보면 무던하게 생기셨는데 소리와 냄새에 아주아주 예민한 성격이고, 또 햇볕 알레르기까지 있는 까탈스러우신 분한테 이런 유머스러운 면이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그 중에서 제일 웃긴 건 역시 대학때 별명이 'F4'라고 하며 'F4'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놀 때 였다. 소설에서 이렇게 유쾌한 글을 만나고 싶어 했던건데 산문집에서 이런 유쾌한 글을 읽게 되어 내 기분까지 즐거워졌다. 스스로 발명가 김씨라며 이상한 발명품들을 카툰으로 그려낸 걸 보고 마음속에 무슨 생각주머니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온갖 기발한 생각들을 생각주머니에 품고 있는가 보다.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쪽팔림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17페이지 중에서) 

데뷔작 「펭귄뉴스」를 소설집으로 펴내며 부족한 면이 보였지만 글을 썼던 자신만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작품이었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소설집에 포함시켰다는 작가의 생각을 적어놓은 글이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에 써 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때의 그 시간들, 그 감성으로 써놓은 글들이기 때문에 발전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문학을 선택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름다움의 정체를 상상하고 싶었고, 그 상상의 줄기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반 고흐의 작품을 보고 난 후 생각해보니 문학 역시 '종이라는 평면'에 펼쳐지는 예술이 아니었다. 반 고흐가 캔버스에 두껍게 붓질을 햇던 것처럼, 나는 내가 원하는 장면의 시간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다. 1년을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으며 한 시간 동안의 일을 책 한 권으로 쓸 수도 있다.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할 수도 있으며, 어떤 단어는 전혀 쓰지 않을 수도 있다. (60페이지 중에서)

발명가 김씨의 카툰처럼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너무도 진지한 생각을 품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혹시나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은 책이 너무 가볍다느니 하는 그런 평가를 내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소설보다 산문이 오히려 좋았다. 자신의 진심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 김중혁이라는 작가의 속내를 보게 되어서 그의 마음속에 무궁무진한 소설의 소재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그의 다른 작품들이 너무도 궁금해져 한동안 그의 작품들을 뒤적거릴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몇일 동안이 책 속의 그의 그림처럼 너무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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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말해줘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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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감정이 예민할때 또한 사랑을 꿈꾸었을때 각종 꽃에 대한 꽃말을 알아내는 일에 몰두했었다. 내가 빨간 장미를 주었을때 혹은 받았을때 빨간 장미는 '사랑'을 의미한다는 것. 노란 장미는 '질투'나 '부정'을 나타낸다는 것. 내가 친구들을 만나러 갈때 들고 다녔던 노란 프리지어는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것. 또 봄이면 햇볕이 잘 드는 발코니에 늘 놓아두고 싶어하는 노란 수선화는 '열정'을 나타내는 것 또한. 그 꽃이 말하는 말을 알아내려고 이 책 저 책 뒤지는 일들을 많이 했다. 그 예전 빅토리아 시대의 연인들이 나누었던 비밀 편지, 꽃으로 모든 의미를 파악하려 했던 이들처럼. 지금도 꽃말을 알아내는 일은 즐겁다. 그 꽃이 의미하는 말을 기억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잊고 몇 개만 겨우 기억하고 있다는 것.

수백 년전 빅토리아 시대의 그 연인들처럼, 꽃으로 세상에 말을 건네는 소녀가 있다.
태어날때부터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 소녀. 여러차례 입양 가정에서 거절당하고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는 거칠고 세상 사람들에 대해 증오를 품고 있던 염세주의적인 소녀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아홉살이던 해, 역시 엄마와 언니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다시피한 아픔을 간직한 엘리자베스에게 입양된 후,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는 엘리자베스는 빅토리아에게 꽃이 의미하는 말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세상에 대해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 있었던 빅토리아에게 꽃은 그나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존재였던 것. 열여덟 살이 되어 보육원에서 나갈 수 있었던 빅토리아는 이제 혼자라는 것,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으로 희열을 느끼게 된다.

공원 한 귀퉁이에 야생 제라늄과 나팔꽃, 시계꽃 등을 심고 히스 수풀속에서 잠들다가 배고픔과 깊은 잠을 잘수 있는 곳을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블룸'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일을 하는 빅토리아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꽃을 다루는 일이 너무도 즐겁다. 꽃집에 머리가 허옇게 센 손님이 찾아와 심술궂게 변해버린 열여섯 살의 손녀딸에게 선물할 꽃을 만들어 달라고 하자 빅토리아는 흰장미와 은방울꽃으로 된 꽃다발을 만들어주면서 은방울꽃은 행복을 되찾게 해준다는 말을 건넨다. 그후 손녀딸이 정말 행복해 했다는 말을 듣고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그녀는 꽃이 필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꼭 필요한 선물을 하게 되면서 점차 그녀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그녀는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꽃에 대한 일을 하는게 즐겁다. 그리고 닫혀 있는 자신의 마음을 여는 존재들이 있다. 꽃 그리고 꽃으로 건네진 사랑.

아홉 살의 어린 소녀 빅토리아가 엘리자베스에게 입양되어 날을 세우고 있다가 점차 엘리자베스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때와 열여덟 살의 빅토리아가 꽃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버네사 디펜보라는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고, 열여덟 살의 입양한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점, 18세가 되어 위탁 자격을 상실한 아이들을 물질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이 왠지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빅토리아가 꽃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이 진정 사랑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첫 부분에서는 빅토리아에 대한 안타까움이, 중간 이후부터는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아주 쉽게 끝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 사랑을 거부하고 망설이는 일이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아마와 물망초, 개암나무 꽃, 흰 장미와 분홍 장미, 헬레니움, 페리윙클, 앵초,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종꽃, 단단하게 묶은 꽃가지 사이사이에 벨벳 같은 이끼를 채워 넣고 멕시칸 세이지를 따서 흰색과 자주색 꽃잎을 위에 뿌린 꽃다발을 안고 엘리자베스에게 발걸음하는 빅토리아를 보고는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나를 한참이나 울게 만든 소설, 꽃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꽃을 건네고픈 소설.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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