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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 테이트 모던에서 빌바오 구겐하임까지 독특한 현대미술로 안내할 유럽 미술관 16곳을 찾아서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그림이 무척이나 좋다. 그래서 그림 관련 책이라면 늘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주로 고전 미술을 좋아했지 현대 미술은 전혀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대 미술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 그림이 말해주는 의미를 몰라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림에 관한 책을 본다. 이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주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도 그림에게로, 화가에게로 한 발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은화의 2005년에 나온 책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이 책을 다듬기 위해 다시 미술관을 순례하고 미술관에 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함께 미술관이 생긴 유래 까지 다양하게 설명을 했다. 미술전문가가 펴낸 책이라서 그럴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쉽게 다가온 책이다.
영국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갤러리 사치 갤러리와 가장 영국적으로 불리우는 데이트 브리튼과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미술관의 기능에 제대로 맞게 개조해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더라면 훨씬 비용이 절감되었을텐데도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살리는 영국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 미술과는 다른 파격적인 젊은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피로 두상 '헬프'를 만들었던 마크 퀸의 조각상과 투명한 유리 캐비닛 안의 흰색 양이 박제되어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무리에서 벗어난' 의 작품 등이 흥미로웠다.
프랑스편에서는,
고전 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까지도 허용한 루브르 박물관을 일컬어 예술품의 공동묘지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로웠고, 생존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도 없고 예술가들이 죽고난 뒤에 이곳에 묻힌다고 표현한 것에도 너무 맞는 말임에 혼자서 웃었다. 모나리자를 비롯해 고전 미술품에 대한 것과 새로 설치한 유리로 된 피라미드에 대해서도 설명을 붙였다.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프랑스혁명의 상징적인 결과물이자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라는 점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이해와 감상은 분명 다른 것이다. 진정한 작품 감상의 출발점은 '작품에 말 걸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 걸기'란 '끊임없는 질문하기'와도 같다.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가?' '왜 이 그림은 명화일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고, 많은 미술사가들이 내린 해석에 질문한 다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나아가야 한다. (155페이지 중에서)
프랑스 최고 명품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그림도 설명했다. 그외에도 파리지앵들에게 미술관 이상의 의미가 있는 퐁피두 센터와 팔레 드 도쿄도 소개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독일편.
자연과 건축, 미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들어가는 길의 사진은 저절로 자연과 하나되는 박물관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초록숲속에 있는 박물관. 황량한 회색빛 도시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해서 인지 독일의 미술관을 아주 상세한 설명을 곁들어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독일하면 홀로코스트가 먼저 떠올라 '유대인 박물관'에 관심이 더 가게 되었다. 16년 동안 건축 이론을 가르치기만 했지 한번도 건축을 해본 적이 없었는 건축가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번개모양으로 된 외관과 홀로코스트 타워와 망명의 정원 등은 역사를 알고 있는 내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네덜란드편.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려가는 국립공원 안의 미술관 이자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그곳에는 반 고흐의 초기작인 「감자먹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반 고흐를 좋아하는 내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어디인들 가고 싶지 않겠냐만.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여겨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현대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직공장을 개조해 만든 드 퐁트 미술관.
이제 스페인으로.
이름이 귀에 익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007 언리미티드'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그런 미술관이 있었나 싶게 영화속의 배우들의 얼굴만 기억난다. 이제 다시 보면 빌바오 미술관이 제대로 보일것 같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새삼 느꼈다.
저자의 말 중에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나도 그들중에 한 사람 이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얼마전에 간송 미술관에 갔을때 나 또한 책속에서 보았던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읽을 때 쓴웃음이 나기도했다.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저자의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세심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 특히 나처럼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