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 테이트 모던에서 빌바오 구겐하임까지 독특한 현대미술로 안내할 유럽 미술관 16곳을 찾아서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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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그림이 무척이나 좋다. 그래서 그림 관련 책이라면 늘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주로 고전 미술을 좋아했지 현대 미술은 전혀 모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대 미술도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 그림이 말해주는 의미를 몰라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위안을 준다는 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그림에 관한 책을 본다. 이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주면,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도 그림에게로, 화가에게로 한 발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현대미술가이자 평론가, 독립 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은화의 2005년에 나온 책을 다듬어 펴낸 책이다. 이 책을 다듬기 위해 다시 미술관을 순례하고 미술관에 관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함께 미술관이 생긴 유래 까지 다양하게 설명을 했다. 미술전문가가 펴낸 책이라서 그럴까. 현대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쉽게 다가온 책이다.

 

영국편에서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찰스 사치가 운영하는 갤러리 사치 갤러리와 가장 영국적으로 불리우는 데이트 브리튼과 화력발전소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미술관의 기능에 제대로 맞게 개조해 만든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더라면 훨씬 비용이 절감되었을텐데도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살리는 영국인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전 미술과는 다른 파격적인 젊은 작가들의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피로 두상 '헬프'를 만들었던 마크 퀸의 조각상과 투명한 유리 캐비닛 안의 흰색 양이 박제되어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무리에서 벗어난' 의 작품 등이 흥미로웠다.

 

 

 

 

 

프랑스편에서는,

고전 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까지도 허용한 루브르 박물관을 일컬어 예술품의 공동묘지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로웠고, 생존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도 없고 예술가들이 죽고난 뒤에 이곳에 묻힌다고 표현한 것에도 너무 맞는 말임에 혼자서 웃었다. 모나리자를 비롯해 고전 미술품에 대한 것과 새로 설치한 유리로 된 피라미드에 대해서도 설명을 붙였다.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프랑스혁명의 상징적인 결과물이자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라는 점이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이해와 감상은 분명 다른 것이다. 진정한 작품 감상의 출발점은 '작품에 말 걸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 걸기'란 '끊임없는 질문하기'와도 같다.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가?' '왜 이 그림은 명화일까?'로 시작하는 질문을 먼저 해 보고, 많은 미술사가들이 내린 해석에 질문한 다음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나아가야 한다. (155페이지 중에서)

 

프랑스 최고 명품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반 고흐의 그림도 설명했다. 그외에도 파리지앵들에게 미술관 이상의 의미가 있는 퐁피두 센터와 팔레 드 도쿄도 소개했다.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독일편.

자연과 건축, 미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홈브로이히 박물관 들어가는 길의 사진은 저절로 자연과 하나되는 박물관일거라 생각이 들었다. 초록숲속에 있는 박물관. 황량한 회색빛 도시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운치가 있어 보였다.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해서 인지 독일의 미술관을 아주 상세한 설명을 곁들어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독일하면 홀로코스트가 먼저 떠올라 '유대인 박물관'에 관심이 더 가게 되었다. 16년 동안 건축 이론을 가르치기만 했지 한번도 건축을 해본 적이 없었는 건축가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번개모양으로 된 외관과 홀로코스트 타워와 망명의 정원 등은 역사를 알고 있는 내게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네덜란드편.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려가는 국립공원 안의 미술관 이자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크뢸러 뮐러 미술관. 그곳에는 반 고흐의 초기작인  「감자먹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반 고흐를 좋아하는 내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어디인들 가고 싶지 않겠냐만. 양보다는 질을 중요하게 여겨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현대미술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직공장을 개조해 만든 드 퐁트 미술관.

 

이제 스페인으로.

이름이 귀에 익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피어스 브로스넌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했던 영화 '007 언리미티드'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지만 그런 미술관이 있었나 싶게 영화속의 배우들의 얼굴만 기억난다. 이제 다시 보면 빌바오 미술관이 제대로 보일것 같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새삼 느꼈다.  

 

저자의 말 중에서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던 사람들. 나도 그들중에 한 사람 이었다는게 생각이 났다. 얼마전에 간송 미술관에 갔을때 나 또한 책속에서 보았던 그림을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보고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읽을 때 쓴웃음이 나기도했다.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저자의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세심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 특히 나처럼 현대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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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디오를 켜 봐요 - Navie 255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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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렸을적엔 곧잘 라디오를 들었다. 그것도 심야시간이 다 되도록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사연과 함께 디제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음악 듣는걸 즐겼었다. 결혼을 한후 아이 키우느라 책도 라디오도 음악도 다 멀리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책도, 음악도, 라디오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저녁시간이 아닌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듣는달까. 항상 아침에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아마 잠 많은 내게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하고, 아이들 챙기고, 출근 준비하는게 즐겁지만은 않아 항상 기분이 저조했었는데 아침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침시간이 즐거워졌다. 예전에 들었던 음악들과 최근에 나온 노래들을 들으며 따라부르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하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디제이의 목소리, 그리고 음악들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해준다. 이처럼 위로에 대한 이야기, 라디오 디제이를 하는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 이은세와 신희수의 이야기를 읽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주 많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를 해주는 사람.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때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과 이토록 같을수 있느냐며 공감하며 위로를 받는다.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이은세는 멋진 사람이었다. 아마도 신희수에게도 그랬겠지.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전에 이른 아침에도 말끔한 그의 모습과 바람결에 풍겨오는 바디로션 냄새때문에라도 마음이 먼저 앞서가긴 했지만 말이다. 

 

희수에게 은세.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잠시 안식년을 갖고 있는 희수. 이른 아침에 시장의 따끈따끈한 두부를 사기 위해 두부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때 모습보다도 먼저 풍겨오는 상큼한 바디로션 냄새를 풍기며 서 있는 은세. 그의 말끔하게 차려입는 모습을 보고 느껴지는 설렘.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은세의 뮤직트리'. 그의 이름을 모르는 희수는 그를 두부남이라며 부르며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자신의 알수 없는 마음을 고백한다. 그녀에게 은세는 봄볕처럼 따스한,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연분홍빛 설렘이다. 

 

희수에게 엄마.

아빠없이 홀로 남동생과 희수를 키웠던 엄마. 

좋은 대학을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는게 힘들어도 엄마와 가족을 생각한다는 책임으로 버텼지만 남동생이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자 희수는 직장을 그만두고 때아닌 방황을 하고 있다. 서른두 살의 적지않은 나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여행을 계획하며 보내지만 결혼을 재촉하며 선을 보라는 엄마에게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전에는 내 생각이 더 크고 내 고민이 더 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에게 오셨다가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희수는 울컥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어느 새 좁아진 어깨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지켜보았을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딸에게 엄마의 뒷모습은 늘 안쓰러움이다. 눈물이 차오르는 안타까움이다. 희수가 엄마와 전화를 나눌때, 엄마가 찾아와 엄마가 해 주신 밥을 먹을때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희수의 마음이 마치 내 마음처럼 그렇게 울컥하고 뭉클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눈물이 날 만큼.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으로 침잠할때 불쑥 다가온 봄볕처럼 따스한 설렘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 다감한 목소리를 지녔고 또한 음악으로 다정하게 위로를 해 주는 사람, 은세. 은세에게 설렘을 느끼고, 자신을 찾고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희수의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 반면에 또한 그녀의 마음이 성큼 성장을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정통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어쩌면 심심한 소설일수도 있다. 그만큼 잔잔하고, 짜릿한 달달함도 덜하다. 하지만 나는 한밤에 음악 디제이를 하는 은세에게로, 그의 확실한 마음을 알 수 없어 '은세 씨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왔을까요?'  '우리 인연은 ..... 어디로 흘러갈까요?' 라고 묻는 희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한 챕터가 끝날때마다 실제 사연을 담아 은세가 음악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코너 또한 특별한 구성이었다.

 

음악은 그처럼 우리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위로를 건넨다.

나에게 진주 작가가 그러하다. 어느 날 문득 라디오에서 위안을 얻었던 희수처럼, 나에게 진주 작가도 어느 날 우연히 다가와 마음을 다독이고 설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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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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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이란 곳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많은 책으로 둘러 쌓인 곳. 줄지어 서 있는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중에서 내가 읽은 책을 만나면 반가워서 들춰보고,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의 목록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이 책들을 다 읽어주겠다며 한번씩 쓰다듬으며 제목을 읽어가곤 하는 그 재미를 알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늘 기분좋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이 나오는 책이라면 너무도 쏙 들어온다. 아마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책을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을때 우리는 책 속의 장소들을 가보고 싶어한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었을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했던 게 그러했고, 또 우리나라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진주의 『문플라워』를 읽고 나서 책속의 주인공인 로이가 살고 있었던 곳, 남해의 그 장소를 찾아 여행하기도 했다. 그 남해 여행에서 책 속의 주인공 로이가 살았던 집과 그가 작은 돌맹이를 가지고 놀았던 물건리 바다를 가보고 책 속의 장면들, 주인공들이 느꼈던 마음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었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런 소설.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이런 글을 쓰고자 했던 마음에 하루키에게 이 글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하는 무명 작가인 고마치. 하루키의 책 때문에 알게 된 젊은 연인들인 나즈나와 와타루. 그리고 『해변의 카프카』의 삽화지도를 만든 도서관 사서. 이들은 모두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은 사람들이다. 한 권의 책 때문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이 들 네 사람의 인연. 한 권의 책으로 깊은 교감을 하며 만난 이 네 사람이 우연히 모인 곳, 도서관이다. 인연에 관한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이는 무얼해야 할지 알수 없었을때, 어느 이름 없는 작가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곳이 바로 도서관에서다. 한 권의 책으로 만나 자신이 읽었던 책을 연인에게 혹은 우연히 만난 이에게 소개하고 그 책을 읽는다. 어느 작가의 책이 좋으면 그 작가의 책을 다 찾아 읽듯이 책으로 만난 우리도 자신이 읽었던, 느낌이 좋았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소개도 받는다. 이처럼 쌓여가는 책 목록처럼 이 책도 우리들의 그런 모습을 닮았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작가와 책의 제목 또한 도서관의 서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을 읽고 아쉬운 것은 내가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해변의 카프카』를 먼저 읽었다면 이 책이 훨씬 더 내 마음에 깊이 다가왔을거라는 점이다. 읽지 않은 상태라 약간 더 겉돌았을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해변의 카프카』의 내용이 더 궁금했다. 하루키의 책을 이제는 의무적으로 숙제처럼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바치는『해변의 카프카』의 오마주. 어쩌면 나에게 처음인 다케우치 마코토도 이 책으로 인해 나에게 다가온 인연이려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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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 - 플라톤에서 앙드레 콩트-스퐁빌까지
카트린 메리앙 지음, 정기헌 옮김 / 한얼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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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을 생각할때 이러이러한 사람을 만나리라 하며 마음속에 이상을 품는다.

현실은 저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고 부풀리고 부풀린 이상적인 사람을 그리고 있다. 꿈 속에 그리던 이상적인 사람을 만났을때 불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고 그 열정적인 마음이 아주 오래도록 영원할 것 같지만 그 시간이 조금씩 지난 후에 보면 과연 지금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에게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항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던 것 같다. 또 사랑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알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사랑을 할때는 인생의 즐거움만 가득하고 사랑을 잃었을때는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스럽고 우울한 나날일 것처럼.

 

평상시에 인문 서적을 거부해 왔지만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끌었던 인문서적 중에서 철학과 심리학 책에는 아주 관심이 많아 가끔씩 읽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 책 제목을 보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담은 글들일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철학자들이란 머리칼을 자를 시간도 없이 어떠한 것에 사색하느라 긴 머리칼을 가지고 사색에 몰두하는 그런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들과 사랑에 대해서는 결부시키지 못했는데 나는 철학자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일까 몹시도 궁금했다. 그 사람들은 사랑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그런 생각과 달리 철학자들에게도 다 나름의 사랑에 대한 생각이 강렬했다. 그 생각이 조금씩 다를 뿐. 

 

지금 현재에 살고 있는 철학자가 아닌 역사적으로 유명한 철학자들의 저서 속에서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책이다. 『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라는 제목에서처럼 철학자의 사상보다는 사랑에 대한 담론을 말해서인지 딱딱하지도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열 명의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 챕터별로 분류해 독자인 우리들에게 거창하지 않게 알기 쉽게 말해준다. 한때 내가 사랑해왔던 모습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철학자들의 사상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한참 누군가를 사랑하던때 사랑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를 대하는 마음의 열정이 식은것 같아 괴로워했던 그 시간들이 생각 났다.

 

사랑을 하던때 그 열정의 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우리는 어느 새 열정은 식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가득차 있으면 열정이 금방 식게 되고 자꾸 결핍의 마음이 있어야 그 열정이 식지 않는다고 한다. 철학자들의 그런 생각들은 요즘 젊은 연인들의 '밀당' 다를게 뭐 있을까.

 

사랑하는 상대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상대의 속에 들어가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육체와 두 영혼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고 서로를 포옹하는 것이지 상대 속에 녹아들어가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다. (272페이지 중에서)

 

요즘엔 사랑해서 결혼하고도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어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은 식게 마련이고, 또 완전한 인간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그런 경우가 좀더 없지 않을까 그렇게도 생각을 해본다. 열정적이지만 불안한 사랑을 하던 때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시선을 마주한 사람이 있는 지금이 더 좋은 걸 보면 결혼이란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친구처럼 편안한  사랑도 썩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에 대해 믿지 못하는 사람들.

상대방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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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필 변호사의 연인 - Navie 253
윤영은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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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한동안 읽지 않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그럴때 문득 로맨스를 읽고 싶어진다.

아마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린 내 마음을 따스하게 데우기 위해 읽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읽지 않으면 왠지 숙제처럼 읽어야지 하고는 한다. 이번에도 그렇게 내게 온 책 이다. 먼저 이웃님댁의 리뷰에서 보고 내가 좋아할 내용이기에 큰일(?)을 앞두고도 위로 차원에서 읽자며 책방에 들러 가져온 책이다.

 

3인칭 소설도 좋지만 나는 1인칭 소설도 괜찮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완전 이입하여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차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의 내용이다. 원래의 주인공인 두 명 뿐만 아니라 그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까지 네 명이서 번갈아 가는 1인칭 소설이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네 명이서 바라보는 내용들은 각자의 느낌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어떤 면에서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할까. 

 

석동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참내기 여자 변호사와 8년차에 접어든 팀장인 변호사 유지홍의 사랑이야기이다. 같은 팀에 신입이 들어오고 그 신입이 마음에 들 경우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하트의 눈빛을 보내며 잘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괴롭히며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럴 때 지켜보는 사람은 참 답답할 수밖에. 어서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또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 마음을 모르는 주인공이 다른이를 바라보기라도 할라치면 안타까움에 애가 타기도 한다. 바로 석동필이 그런 경우다. 유지홍 변호사가 자신을 마음에 둔 줄 모르고 박인성 변호사를 바라보고 있는 석동필이 그 주인공. 유지홍 변호사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말도 못하고 동팔이가 박 변호사와 사귄다고 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박 변호사를 괴롭히기만 하니 나는 어서 고백을 하라며,,,, 바보같은 유지홍 변호사라고 되뇌였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손해라고 했던가.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그 마음이 넘치고 넘칠때 제발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을 보면 그 주인공들이 너무도 안쓰럽다. 왜 그런 마음을 미쳐 모르는지 답답해하며. 가난하지만 공부를 잘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씩씩한 동팔이와 부자집 아들이면서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한 남자인 전형적인 로맨스 주인공들의 캐릭터지만 이 두 커플은 상당히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주인공들이었다. 얼굴은 그다지 이쁘지 않아도 그 사람이기에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오직 그 사람이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본 로맨스 소설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눈물도 찔금 흘릴수 있는 책, 마음이 즐거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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