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연예인 김제동을 맨 처음 보았던게 생각난다.

공중파 방송에서 무슨 영화속 한장면(배우 한석규 같기도 함)을  패러디 했던것 같은데, 뭐 이렇게 못생긴 사람이 다 TV에 나왔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상당히 웃긴다는 거다. 하는 행동하며 몸짓도 웃긴 걸로 기억한다. 후에 텔레비젼의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 참 편하게 보인다. 생김새 때문인지 연예인인데도 말을 붙이면 굉장히 잘 들어줄것 같고 편하게 대해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보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때 그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람. 꾸미지 않는 편안한 웃음을 주는 사람. 

 

그가 책을 냈다.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의 똑똑똑>을 진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그가 만난 사람들을 보니 다양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다. 소설가 이외수부터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와 소녀시대까지 만났다. 비치는 이미지가 여러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줘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많을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일줄은 몰랐다. 그의 다양하고도 방대한 인맥에 놀랐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는거.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친한 사람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것 같아도 이것저것 우리가 궁금해 할것들을 질문하는 것까지 사람에 대한 그의 배려를 볼수 있었다.

 

문학은, 특히 소설은 인간에 대한 탐구잖아요. 인간끼리 얽혀야 사건이 생기고 그게 쌓여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예요. 개개인의 마음, 미세한 차이를 다 발견해야 하는 거지. 그러려면 정말 사람마다 가진 차이를 유심히 지켜봐야 하거든요. (199페이지, 조정래 편에서)

 

죽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삶의 화두예요. 인생의 화두가 사랑이듯, 같은 의미로 인생의 화두가 죽음인 거죠. 죽음은 바다의 파도 같아요. 파도가 밀려와서 절벽에 부딪치면 파도가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바다는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224페이지, 정호승 편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사진들이 참 정감이 있다.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인터뷰 장소에 있는것 처럼 생각되어진다. 별 감흥없었던 사람도 책에서 그들의 대화를 읽고 있으니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쑥쑥 높아진다. 그냥 연기 잘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던 배우 황정민에게서 인간적인 냄새를 맡았다. 배우의 진심을 알게 되는 새로운 발견을 한 느낌이다.

얼마전에 그가 한다던 토크쇼가 장소 때문에 불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만드려는 그, 그의 인간적인 면, 진심과 웃음이 묻어나오는 토크쇼를 나도 한번 참석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박에스더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의 제도 중에서 마음에 맞지 않는것이 많아도 이 나라를 떠나서 살 생각은 해보지 않은것 같다. 한번씩 꿈꾸는 외국으로의 여행이면 몰라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그래도 살기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끝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도 그렇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체면을 차리느라 자신이 정작 하고싶은 것도 못하는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중에 나도 하나이니 뭐 할말은 없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자고 해도 어느샌가 '이런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때문에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하니 말이다.

 

우리의 이런 마음들을 콕 찝어 말하는 책을 만났다.

KBS 방송국의 출신의 박에스더라는 저자가 통쾌하고도 신랄하게 우리나라를 비판하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글 말이다.

 

작가도 말했지만, 외국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나이가 아주 많이 차이나는 사람과도 친구로 지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이를 떠난 친구. 오히려 동년배의 친구보다 훨씬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람.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 많은게 무슨 벼슬이라고 '너 몇살이야?' '머리에 피도 안마른것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내가 어른이 된다면 절대 나이 갖고 유세하는 어른은 되지않아야겠다는 다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어떤가. 무의식적으로 '내 나이가 몇인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보도국 기자로서 경찰, 법조, 교육, 국회 등을 출입해서인지 정치쪽으로도 통렬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의 차이.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하며 국민을 설득해야할 그들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틀 안에서만 움직이고, 막힌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도 무릎을 쳤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내 주변에서도 그렇고 많은 젊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걸 보았다.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때에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월급 안나오는 일이 없는 일명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다들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다. 취미가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건 제쳐두고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들 말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했다 한다. 무엇이 하고 싶었냐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고 뭔가 다른일을 해보고 싶었다 한다. 외국같은 경우는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는 일일 것이다. 나 또한 부모로서 아이들이 직업을 선택할때 교사나 공무원 같은 그래도 편해 보이는 직장을 갖길 원할테니까.

 

저자는 성에 대해서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터놓고 얘기하자고 말한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저자가 말한 몇 가지를 여기에 써두고자 한다.

 

우리가 10대들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중략)  성은 나이나 결혼의 유무 같은 사회적 제약과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고, 성관계는 오로지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 하에 이뤄지는 배타적 행위라는 가장 원초적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291페이지 중에서)

 

성적 감정은 육체적 본성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어 절제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성관계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책임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것, 임신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 등을 가르쳐야 한다. (300페이지 중에서) 

 

우리가 우리나라라고 부르는 대한민국이 좀더 변했으면 하는 의도에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우리와 상대방의 많은 '차이'를 인정하고 좀더 변화되는 대한민국을 누구나 꿈꾸어 보자고 한다. 나도 대한민국이 좀더 변했으면 한다. 변화의 과정에서 다른 이와의 '다름'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을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전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 한참 한국의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시기였다. 지인도 노총각이라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보았는데 한국사람과 똑같이 생겼었다. 이어 신부의 친구들이 옆에서 말을 하는데 억양은 우리와 비슷해 한국말 하는줄 알았지만 가까이에서 들어보니 외국어였다. 그때서야 몽골 여성들이구나 했다. 겉으로 보기엔 한국사람과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리가 몽고족이기 때문일것이다.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억양까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면 차라리 몽골 여성들과 결혼하면 더 낫겠다 생각을 했었다. 아시아인의 약 90%가 엉덩이에 푸른 몽고반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몽골족이라서 그렇게 푸른 반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알아왔다. 그와 더불어 몽골하면 '칭기스칸'을 떠올릴수밖에 없다. 

 

테무진(칭기스칸)이 몽골의 유목 부족을 통일해 칸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정착민인 우리는 알지 못한 유목민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테무진의 어린 시절, 늑대와 말의 싸움을 겪으며 의형제를 맺게 되는 자무카와의 만남. 테무진의 둘도 없는 친구 보오르추를 만나게 되는 과정과 한 곳에 있지 못하고 떠도는 생활을 할수 밖에 없었던 그의 외로운 생활들을 알려준다. 어렸을때 약혼했던 버르테와도 결혼하고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생활을 하는 유목민에게 가축들은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겨울이면 다가오는 조드 때문에 가축을 잃고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았다. 여기에서 조드란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 겨울철 가뭄과 추위가 겹쳐 유목민의 생명줄인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마리씩 죽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인 예수게이가 독살로 죽고 의탁했던 곳에서 버림받고 고난의 시절을 겪어왔다. 자신의 욕심보다 여러 사람의 평등적인 관계를 원했던 테무진의 통치방식 또한 다른 칸들과는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책소개에서 그렇지만 칭기스칸이라는 영웅 서사가 아닌 칭기스칸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유목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아시아의 중세사를 그렸다고 한다. 유럽의 중세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솔직히 아시아의 중세사는 역사적 지식이 거의 없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보다 바른 세계사상'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10개월간을 몽골에서 체류하며 이 광활한 초원의 대서사시를 만들어냈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상을 했지만 어느 분이 올린 몽골의 풍경 사진들을 보며 감동을 했다.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해 책 속의 내용들이 하나의 장면으로 각인되었다. 작가의 뜨거운 열정과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의 생활들이 깊게 다가왔다. 광활한 몽골의 초원이 그려진다. 푸른 하늘과 넓은 목초지, 우리의 비슷한 얼굴들, 그리고 수많은 가축들이 뭉쳐있는 모습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은 독자라면 거의 모두가 작가의 신작을 기다렸을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아련함을, 사랑의 설레임을 알게 해준 작가였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우리의 마음을 이제는 로맨틱 소설에서 성장 소설로 우리에게 손내민다. 어린시절의 들녕에게 우리를 안내한다. 조금은 쓸쓸함으로, 조금은 아련함으로, 그럼에도 따뜻함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서른여덟 살, 옷감을 이용해 수선집을 하는 둘녕.

둘녕은 언덕길의 허름한 집에서 산다. 재개발이 된다고 하지만 언제 되는지 말만 무성할뿐 알수가 없다. 뒷방 할머니의 냉방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고, 뒷방의 향이가 찾아와 떼를 쓰기도 한다. 그 소리마저 사라질까봐 애타하는 둘녕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던 외할머니집에서 지내던 때로 돌아간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 외할머니가 계신 집에 맡겨져 모든 삶이 이루어졌던 그때를 추억하는 현재의 둘녕. 쓸쓸하지만 아름다웠던 그때, 둘녕의 모든 삶을 같이 했던 외사촌 수안이를 그리워한다. 

 

수안이와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빠질수 없는게 있다. 책이 귀했던 그때 책과 함께 수안이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책을 읽으며 책속의 문장을 음미하며 따라하기를 즐겼고 책속의 문장을 편지글에 써 붙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그럼 이만 총총' 같은 문장을. 우리도 한때 그랬다. 책속의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하고는 무언가를 할때마다 써먹고 그에 따른 감동을 느끼기도 했던 터. '그럼 이만 총총' 이나 'P.S.' 같은 경우,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때 꼭 써야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왠지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다 끝마치지 못했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우리도 그러지 아니했던가. 유리병에 편지를 써 냇물에 띄워 보내놓고 간절하게 답장을 기다리던 그때의 우리 모습. 왠지 지금보다는 훨씬 낭만적이었던 우리의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진득한 오디즙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며 나는 조팝나무꽃을 따모았다. 배앓이와 두통에 동시에 좋은 약을 만들고 싶었다. 진하게 우러난 오디즙에 찧은 조팝꽃을 가득 넣고, 밀가루를 조금 부어 반죽했다. 검은 오디와 새하얀 조팝꽃, 밀가루가 섞인 회색 빛깔 반죽으로 동글동글한 환을 빚었다. 팥죽 새알보다는 작고 정로환 알갱이보다는 크게. 수안은 기대에 찬 눈길로 내 곁에서 환이 빚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백 개쯤 빚은 환을 채반에 얹어 그늘에다 며칠을 말렸다가 투명한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았다.  (123페이지 중에서)

 

누군가 힘들 때 그걸 고쳐주는 일은 쉽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는 걸.  (298페이지 중에서)

 

둘녕이 옷감을 이용해 바느질을 하듯이 촘촘하게 혹은 따스하게 해준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구성작가인 진솔이 건피디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로맨틱 소설이었다면 『잠옷을 입으렴』은 1인칭 시점의 고둘녕이 동갑내기 사촌인 수안이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는 성장소설이다. 수안이를 처음 만났을때 눈도 마주치지 않았던 모습에서부터 눈을 마주치고, 서로 의지하던 모습들. 수안이의 고민, 잠못드는 이유, 소리없이 다가온 이별까지도.

 

이도우 작가의 글답게 잔잔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린 날, 한여름의 수채화 같은 소설. 왠지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애틋함과 따스함을 줘 내 마음을 울렸던 둘녕과 수안이의 이야기였다. 둘녕이 안쓰러워 손을 내밀어 안아주고 싶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쾌
김영주 지음 / 이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이십대 시절. 그때는 책 세일즈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사무실에 찾아 온 한 사람이 책을 권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삼성출판사 판으로 80여권이 되는 것. 할부로 책을 사고 밤마다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한국문학전집 류의 책에서부터 사상책들. 책을 좋아하는 내게 책 세일즈 하시는 분은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 일이 없어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만나기로 하면 서점에서 만나기로 해 책들을 뒤적거리고, 컴퓨터를 켜고 제일 먼저 찾는 것도 인터넷 서점이다. 그리고 잠시 짬이 날때 책 대여점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 책을 빼고는 제대로 무언가를 할수나 있으려나 싶게 책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책은 나의 일상.

 

한겨울에도 홑겹 삼베옷에 붉은 수염을 휘날리며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책을 가져다 주는  이, 조생의 이야기이다. 그가 가슴팍과 소맷부리에 손을 넣기만 하면 마치 요술처럼 책이 나오는 이. 책 거간꾼으로 또는 기이한 행적으로 '조신선'이라 불렸던 조생의 삶을 다루었다. 또한 조선의 아픈 역사와 함께 우리를 역사속으로 이끌어간다. 영조가 재위하고 있을때 책을 좋아하는 사도 세자의 만남과 뒤주속에서 죽어간 세자를 안타깝게 그리던 사람. 책쾌 조생이 만난 사람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정약용 등. 그들이 책이 필요하면 언제 어느때고 바람처럼 나타내 책을 건네 주었던 사람이다.

 

서적들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서점 설립을 금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거나 팔러 다니는 책쾌들을 잡아 들여 죽게 하고, 아주 멀리 흑산도나 제주도로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잡혀 들어갈때도 살아남은이가 조생이다. 책의 유통을 막던 시절에도 책쾌가 있었으니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책을 보는 것은 아닐지. 조생에게는 고향과도 같았던 용이와의 만남과 이별도 애틋하기만 했다.

 

"이걸 어디서 구했어요?"

 

"하늘이 내게 명하기를 세상의 책을 모두 알리라 하였거든."

 

그러고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라도 책을 구해 읽고자 했던 것 같다. 바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처럼.  그래서 조선의 영조가 그렇게 서점 설립을 금하고 책 보는 사람, 책 보따리를 들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을 잡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왕의 말보다 더한 파급력을 갖게하는 내용의 책을 금하기 위해서 말이다. 

 

책쾌 조생이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때문에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진 면이 있었다. 이웃 분의 리뷰에서처럼 나도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굉장한 재미를 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 한 회 조생이 만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영조에서부터 100년간의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조생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또 흠뻑 빠져서 보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