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쾌
김영주 지음 / 이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이십대 시절. 그때는 책 세일즈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사무실에 찾아 온 한 사람이 책을 권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세계문학전집이었다. 삼성출판사 판으로 80여권이 되는 것. 할부로 책을 사고 밤마다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한국문학전집 류의 책에서부터 사상책들. 책을 좋아하는 내게 책 세일즈 하시는 분은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 일이 없어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만나기로 하면 서점에서 만나기로 해 책들을 뒤적거리고, 컴퓨터를 켜고 제일 먼저 찾는 것도 인터넷 서점이다. 그리고 잠시 짬이 날때 책 대여점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 책을 빼고는 제대로 무언가를 할수나 있으려나 싶게 책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책은 나의 일상.

 

한겨울에도 홑겹 삼베옷에 붉은 수염을 휘날리며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며 책을 가져다 주는  이, 조생의 이야기이다. 그가 가슴팍과 소맷부리에 손을 넣기만 하면 마치 요술처럼 책이 나오는 이. 책 거간꾼으로 또는 기이한 행적으로 '조신선'이라 불렸던 조생의 삶을 다루었다. 또한 조선의 아픈 역사와 함께 우리를 역사속으로 이끌어간다. 영조가 재위하고 있을때 책을 좋아하는 사도 세자의 만남과 뒤주속에서 죽어간 세자를 안타깝게 그리던 사람. 책쾌 조생이 만난 사람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정약용 등. 그들이 책이 필요하면 언제 어느때고 바람처럼 나타내 책을 건네 주었던 사람이다.

 

서적들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서점 설립을 금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거나 팔러 다니는 책쾌들을 잡아 들여 죽게 하고, 아주 멀리 흑산도나 제주도로 유배를 보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잡혀 들어갈때도 살아남은이가 조생이다. 책의 유통을 막던 시절에도 책쾌가 있었으니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책을 보는 것은 아닐지. 조생에게는 고향과도 같았던 용이와의 만남과 이별도 애틋하기만 했다.

 

"이걸 어디서 구했어요?"

 

"하늘이 내게 명하기를 세상의 책을 모두 알리라 하였거든."

 

그러고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라도 책을 구해 읽고자 했던 것 같다. 바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처럼.  그래서 조선의 영조가 그렇게 서점 설립을 금하고 책 보는 사람, 책 보따리를 들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을 잡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왕의 말보다 더한 파급력을 갖게하는 내용의 책을 금하기 위해서 말이다. 

 

책쾌 조생이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때문에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진 면이 있었다. 이웃 분의 리뷰에서처럼 나도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굉장한 재미를 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회, 한 회 조생이 만나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영조에서부터 100년간의 역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조생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에 또 흠뻑 빠져서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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