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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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작가의 책을 보았다면 당연히 이 작품도 끌렸을것이다. 나 또한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또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지 궁금했다. 이 작가 참 특이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로맨스를 이 책들에다 다 풀어놓으시는 듯 하다. 중년이후도 다 잘생긴 사람들 뿐이고 나오는 인물들마다 또 어찌나 잘 반해주시는지.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뱀파이어 영화인 '트와일라잇'의 인물들처럼 하얗고 미남미녀들만 있다. 뭐,,, 나이 먹어도 매력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나 같은 나이 먹은 사람에게도 부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도로확장 건설을 반대하던 환경운동가 파울리의 시체가 발견된 후 경찰에서는 피해자 파울리와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연결된 모든 이들을 용의자로 보고 그가 왜 죽였는지, 왜 동물원에 버려졌는지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경찰 피아는 이 동물원의 원장 산더, 역시 살인 용의자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재벌가의 아들이자 비운의 컴퓨터 천재인 루카스의 잘생긴 외모를 보고 역시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산더와 루카스로부터 구애의 눈빛을 받는 피아는 역시나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파울리가 살해된지 얼마 되지않아 루카스의 친구이기도 한 요나스가 자신의 생일날에 살해를 당하면서 사건 수사는 점점 활력을 띄고 작가는 우리들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성공을 거두어, 그 책의 인기에 힘입어 타우누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출간된거라 더 많은 기대를 했을 사람들에게 약간은 재미가 덜한 작품이었다.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나 보덴슈타인 반장의 뒷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더 그랬을수도.

이 작가의 글을 쓰는 특이한 점 두번째는 조그만 마을의 각 등장 인물들의 얽히고 얽힌 관계를 볼 수 있다. 조그만 마을이라 누구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겠지만, 어느 한 사람이 죽고 그 시체가 발견되었을때 피해자의 주변에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도대체 누가 살인자인지, 모두들 살인 용의자로 보여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것 같다. 그처럼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사람의 욕망이란 참 끊임없는 것 같다.
하나의 것을 가지면 두 가지, 세 가지를 갖고 싶은게 사람의 욕심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갖고서도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 욕망과 질투로 인해 가까운 사람을 죽일 정도까지 되어버리니 마음이 씁쓸해진다.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가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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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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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를 좋아해 이 작품을 원작으로 했던 영화 '순수의 시대'를 보았다. 그때는 원작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도 생각했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들은 뉴랜드 아처로 분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순수함 그 자체로 보이는 메이 역의 위노나 라이더와 약혼한 상태에서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인 미셀 파이퍼의 팔을 문지르고 뜨거운 눈빛을 보냈던 장면이다. 왜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서도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때의 내 생각으로는 불륜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당시 뉴욕 상류사회를 몰랐던 이유이기도 했고, 누구보다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자부하는 어린 마음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뻔뻔함이 싫었었다. 아마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었던 때이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도 영화속 배우들의 이미지로 주인공 인물들을 생각했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뉴욕 상류사회의 인습에 얽매이고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자신이 잃었던 것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뉴랜드 아처의 모습.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함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뉴랜드 아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행복했을까?

메이와 약혼했지만 백작을 피해 달아난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을 도우려다 어느새 그녀의 자유분방함에 반해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떠밀리듯 메이와 결혼, 뒤늦게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뼈저리게 후회하지만 엘렌과 아주 멀리로 도망가지도 못한다. 마음속에는 늘 엘렌을 향한 마음을 불태우지만 자신은 이미 메이와 결혼한 몸. 그리고 어리고 순수하게만 보였던 메이의 자신이 원하는 걸 과감하고 당차게 말했던 걸 보고 메이의 곁에 안주했던 뉴랜드 아처를 보며 그 오래전 영화 장면들을 기억하려 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고 가물거리기만 했다.

언젠가,  내 마음을 제대로 내비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 답답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한 번 뿐인 인생 내 감정에 솔직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좀더 자신의 마음에 솔직했으면 하는 사람들을 바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뉴랜드 아처처럼 나도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잠을 못자고 고민도 할 것이다.  

솔직히 이디스 워튼 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했다.
오래전에 '순수의 시대' 영화를 볼때도 생각하지 못했고, 이웃분의 리뷰에서 이 책을 보고 아,,, 그 영화였었지 하며 원작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책 『걸작의 공간』에서 이디스 워튼이 머물렀고 작품을 썼던 곳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책이 너무도 읽고 싶어졌다. 걸작이 탄생했던 작가의 공간을 보며 그곳에서 작품을 썼을 이 작품이 너무도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이번에 영화를 본다면 뉴랜드 아처의 속마음을 더 자세히 알수 있겠지.
아마도 뉴랜드와 엘렌이 함께하는 삶을 간절히 바랄수도 있겠지.
하지만 또 메이가 마음에 걸릴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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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사냥꾼 1
장소영 지음 / 로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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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 작가의 초기작들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작가의 신작들이 나오면 거의 다 읽기도 했지만 점차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갔는지 작품들이 썩 와닿지 않아 한동안 작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의 이웃 분의 리뷰글을 보고는 초기작들처럼의 느낌이 와 이렇게 읽게 되었다.

사건 속에 피어나는 불꽃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숨 막히는 스릴러
『자유를 향한 비상구』의 정지혁과 유정현
『단 하나의 표적』의 최강욱과 서준희
그들의 2세가 목숨을 건 치열한 사랑을 펼친다!!

이 홍보문구가 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위의 작품들을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지 않을까. 그런 걸 노리기도 했을 홍보문구였다. 작품은 첩보물을 다룬 로맨스 소설이었다. 첩보물을 좋아하는 이가 읽으면 아주 재미있을 책이었다. 첩보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단 하나의 표적』의 최강욱과 서준희의 딸, 최현진
오로지 서로 만을 바라보는 부모를 보며 자란 현진은 자신도 그러한 사랑을 하리라 마음 먹고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초짜 외교관으로 베트남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한국 여자가 찾아와 남편이 행방불명된것 같다며 찾아달라고 해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초짜 외교관의 마음으로 임산부의 남편 김진규를 찾고자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 부모와 친척들이 걱정하는 게 싫어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휴대폰으로 보내는 걸 즐기는데 이모부한테 안부 동영상을 보낸후 이모부 회사 직원이라는 남자가 현진을 보호하겠다며 찾아온다. 그런데 사랑은 일시적인 유희라고 외치는 그 남자에게 왠지 마음이 끌린다.

『자유를 향한 비상구』정지혁과 유정현의 아들, 정준우
비밀정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혁은 베네치아에서의 임무를 끝내고 한 달간의 휴가를 가려던 중 자신의 상관으로부터 베트남으로 가 달라는 말을 듣는다. 다름 아닌 나중에 커서 오빠랑 결혼하겠다고 했던 그 최현진이 보낸 동영상을 보고 그녀가 한 말에서 베트남 마약조직인 크레센의 표식을 보고 현진이 무언가에 휘말리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베트남으로 가게 된다. 자신의 일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는 애써 현진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초기 작품들처럼 짜릿함을 강하게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열혈 초짜 외교관인 현진의 밝고 귀여운 성격과 비밀정보요원으로 나오는 준우의 차가우면서도 열정을 감추고 있는 남자 준우의 캐릭터가 나름 괜찮았다. 남자 주인공은 무릇 차가우면서도 사랑을 하게 되면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좋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정도로 애쓰는 남자 얼마나 멋진가. 아무래도 로맨스 물이라 스릴러의 긴장감은 덜했지만 스릴러와 로맨스가 가미된 괜찮은 작품이었다. 

늘 시작하는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것 같다.
남녀 주인공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도 주인공들의 마음을 따라가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또 우리는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며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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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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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해 본게 언제적이었는지.
아마 고등학교 다닐 때, 혹은 교회에서 청년부로 활동했을때 하는 의무적인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솔직히 힘든 시련을 겪어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인생이 평탄하게 흘러 왔다고 해야 할까. 물론 부모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았고 지금도 속상한 것도 있지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남들에 비하면 그 정도 까지는 아니지 않나 생각해본다. 내가 가진게 작아 보였지만 그래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요즘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아주 힘든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간절한 기도를 해보지 않았나보다. 소소한 일들 때문에 기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터. 나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에게, 벗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쁨을 주는 해인 수녀님의『작은 기도』라는 시집을 만나게 되었다. 전에 에세이를 읽을 때부터 시인의 시집을 한 권도 가지도 있지 않다는 사실에 괜히 죄송스러웠고 그 분의 시집을 읽고자 했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시집을 읽으며 요즘의 어지러운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시들이 함께 했다.


글자 놀이

오늘은
일을 쉬고
책 속의 글자들과 놉니다

글자들은 내게 와서
위로의 꽃으로
향기를 풀어내고
슬픔의 풀로 흐느껴 울면서
사랑을 원합니다
내 가슴에 고요히
안기고 싶어 합니다.

책 속의 글자들도
때론 외롭고
그래서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 너무 바쁘지 않게
너무 숨차지 않게
먼 길을 가려면
나와 친해지세요 -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글자에게
나는 웃으며 새 옷을 입혀줍니다
사랑한다고 반갑다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말해주다가
어느새 나도
글꽃이 되는 꿈을 꿉니다  (33~34 페이지) 



홀로 있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172페이지)


글 쓰시는 분들, 특히 시를 쓰시는 분들은 사물을 보거나 자연을 볼때도 우리의 눈과는 틀린 모양이다. 온 마음을 열고 그것들을 세심하게, 정성을 다해서 바라보는 듯 하다. 그 조그만 미물 하나에도 생명력을 불어 넣어 우리를 아름다운 시어로 초대를 하신다. 해인 수녀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작은 기도가 어지러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와 위안을 준다. 당신에게 아픔이 있어서 일까. 조곤조곤히 얘기하듯이 하시는 말씀이 더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마지막 뒤에는 해인 수녀님의 산문이 한 편 있어 수녀님이 주시는 말씀을 새겼다. 그 산문에서 수녀님은 얼마전에 생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어 순간순간을 더 성실하게, 겸손하게, 더 단순하고 투명하게 남은 날들을 채우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해인 수녀님의  『작은 기도』시집은 나에게는 작은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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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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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기 좋은 계절.
원래는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책 중에서도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이 된다. 날씨는 쌀쌀하고 얼마 뒤면 한 해가 다가오기 때문에 시간이 가고 있다는 아쉬움과 쓸쓸함 때문에 더 시詩가 더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고 울적해지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시가 있어 그나마 가을을 잘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중을 긁적거리며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그때 내 입술 위에 인중이 생겼다.

- 중  략 -

내가 사랑하는 여인:
3일, 5일, 6일, 9일 .....,
달력에 사랑의 날짜를 빼곡히 채우는 여인.
오전을 서둘러 끝내고 정오를 넘어 오후를 향해
내 그림자를 길게 끌어당기는 여인. 그녀를 사랑하기에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죽음,
기억 없는 죽음, 무의미한 죽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일랑 잊고서
인중을 긁적거리며
제발 나와 함께 영원히 살아요,
전생에서 후생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뿐인 청혼을 한다.  (12~15페이지 중에서)

  
사랑은 나의 약점


- 중  략 -

그는 내게 말하는 듯했다.
시인이여, 노래해달라.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나의 머지않은 죽음이 아니라
누구도 모르는 나의 일생에 대해.
나의 슬픈 사랑과 아픈 좌절에 대해.
그러나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에 대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생존하여 바로 오늘
쪽동백나무 아래에서 당신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음에 대해.
나는 너무 많은 기억들을 어깨 위에 짊어지게 있는데
어찌하여 그 안에는 단 하나의 선율도 흐르지 않는가.
창가에 서 있는 시인이여,
나에 대해 노래해달라. 나의 지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강점을 지녔노라고 제발 노래해달라. (129~130페이지 중에서)


눈앞에 없는 사람, 부재하는 연인에 대한 예찬자라고 하는 시인.
내게는 처음 만난 시인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어 더욱 감격스러웠던 시집이다.

9월부터 뒤적거리던 시집.
제목이 참 좋았다.
눈앞에 없는 사람,,,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이 배어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해본 사람이라면 이 마음들을 이해할 것이다. 그 간절함을 담은 글들을 읽었다. 아주 멀리 있어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 옆에 없는 사람을 향한 그의 시를 마음속에 그리움을 담고 읽었다. 지금은 내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떠날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북받쳐 와 내 그런 슬픈 마음들을 조심조심 달래기도 했다. 

내가 읽고 싶은 시집 몇 권을 또 체크해두고,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을때 읽어 보려고 한다.
가을은 시를 읽기 참 좋은 계절.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시를 만나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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