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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오래전에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를 좋아해 이 작품을 원작으로 했던 영화 '순수의 시대'를 보았다. 그때는 원작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 제목이 참 특이하다고도 생각했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들은 뉴랜드 아처로 분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순수함 그 자체로 보이는 메이 역의 위노나 라이더와 약혼한 상태에서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인 미셀 파이퍼의 팔을 문지르고 뜨거운 눈빛을 보냈던 장면이다. 왜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서도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때의 내 생각으로는 불륜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당시 뉴욕 상류사회를 몰랐던 이유이기도 했고, 누구보다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자부하는 어린 마음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뻔뻔함이 싫었었다. 아마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었던 때이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도 영화속 배우들의 이미지로 주인공 인물들을 생각했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뉴욕 상류사회의 인습에 얽매이고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자신이 잃었던 것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뉴랜드 아처의 모습.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함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뉴랜드 아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행복했을까?
메이와 약혼했지만 백작을 피해 달아난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을 도우려다 어느새 그녀의 자유분방함에 반해 그녀에게 빠져버리고, 떠밀리듯 메이와 결혼, 뒤늦게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뼈저리게 후회하지만 엘렌과 아주 멀리로 도망가지도 못한다. 마음속에는 늘 엘렌을 향한 마음을 불태우지만 자신은 이미 메이와 결혼한 몸. 그리고 어리고 순수하게만 보였던 메이의 자신이 원하는 걸 과감하고 당차게 말했던 걸 보고 메이의 곁에 안주했던 뉴랜드 아처를 보며 그 오래전 영화 장면들을 기억하려 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고 가물거리기만 했다.
언젠가, 내 마음을 제대로 내비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나 스스로 답답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한 번 뿐인 인생 내 감정에 솔직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면 답답함이 느껴진다. 좀더 자신의 마음에 솔직했으면 하는 사람들을 바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뉴랜드 아처처럼 나도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잠을 못자고 고민도 할 것이다.
솔직히 이디스 워튼 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했다.
오래전에 '순수의 시대' 영화를 볼때도 생각하지 못했고, 이웃분의 리뷰에서 이 책을 보고 아,,, 그 영화였었지 하며 원작을 보고자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책 『걸작의 공간』에서 이디스 워튼이 머물렀고 작품을 썼던 곳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의 책이 너무도 읽고 싶어졌다. 걸작이 탄생했던 작가의 공간을 보며 그곳에서 작품을 썼을 이 작품이 너무도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이번에 영화를 본다면 뉴랜드 아처의 속마음을 더 자세히 알수 있겠지.
아마도 뉴랜드와 엘렌이 함께하는 삶을 간절히 바랄수도 있겠지.
하지만 또 메이가 마음에 걸릴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