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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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십여년이 지난 사건에서의 죽음이라면 가족만이 기억하지 않을까. 1980년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을 영화화한 「변호인」이 개봉되었었다. 그 영화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했던 소설이 조완선의 『코뿔소를 보여주마』다. 1980년대는 그랬다. 과도한 충성이 죄 없는 자들을 가두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공안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이메일로 장기국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배달되고, 그의 시체가 있는 곳을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기자 출신의 시사 평론가가 실종되었다. 그는 장기국과 함께 '샛별회'라는 이름을 만들어 죄 없는 사람들을 엮어 죽음에 이르게 한 자다.

 

장기국과 백인찬의 실종과 죽음에서 드러난 증거들은 그를 좇는 경찰들과 검사에게 그들이 '샛별회'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샛별회'는 배종관, 고석만, 손기출 등 3인이 결성한 반국가 단체라고 규정짓고 그들을 고문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었을 때 드러난 정황이라고는 단체의 『신곡』 속의 문장과 대학 강사였던 배종관의 논문집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카론과 이집트 신화의 '사자의 서'에서 죽은자를 심판할 때의 이비누스 등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검사 홍준혁, 경찰 최두식 반장, 범죄심리학자 오 교수, 지방신문 기자 송형진이 이들의 죽음과 사건을 좇는다. 각자의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사건을 조사하며 지난 날의 아픔을 회상하는 식이었다. 경찰의 곤봉에 맞아 죽음 아버지를 둔 최 반장, 시국 사건으로 수배를 받던 남자를 사랑했던 오 교수, 어렸을 때 연이어 죽어 친척들에게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자라 성공에 눈이 먼 홍 검사 등 그들의 면면이 '샛별회'에 연루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소위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실종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 장기국과 백민찬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죄 없는 자들에게 사건을 엮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반면 샛별회 사건으로 연루된 배종관, 고석만, 손기출 등은 교도소에서 고문으로 죽거나 단식으로 죽었고, 출소후 정신착란으로 올가미에 목을 매달아 모두 죽었다. 그들의 자식들은 어땠을까.

 

죽은 자들을 납치하고 죽였던 그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시지 하나였다. 아무도 죽은 이들을 기억해주지 못하는 세상.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죄 지은 그들을 단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꼭 죽여야 했을까. 또 한 사람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방조한 이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샛별회 사건을 주도했던 자들이 너무도 싫었고 억울했겠지만 꼭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이런 방법 밖에 없었을까. 소설로 나타난 살인 예고를 보면 끔찍함을 금할 수없다. 우리가 소설을 읽지만 소설로 살인을 예고하고, 누군가에게 보라고 나타내기까지 하다니. 물론 소설이라 가능했겠지만 동조할 수 없는 부분도 꽤 많았다.  

 

초반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중반부에 접어들수록 집중하여 읽게 되었다. 더불어 작가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졌다. 역사 속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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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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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의 자전적 소설 『눈 이야기』를 읽고난 뒤 어떻게 하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놀라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을 펼쳐들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거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폈다. 표지 또한 우리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었다. 살집이 없는 창백한 피부의 아찔한 나신이 그려져 있는 표지였다. 서문에서 말했다시피 1935년에 쓰여졌으나 역사적인 사건때문에 출간되지 못하다가 친구들의 권유에 의해 출간된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작가의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트로프만을 내세워 한 남자의 격정과 욕망, 나치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을 암시한 작품이었다.

 

소설에서 이름이 나타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트로프만이 사랑하는 여자이나 그 여자와는 제대로 된 성행위를 할 수 없었던 도로테아를 가리켜 디르티(Dirty)라고 부른다. 런던의 더러운 자들이 모인 술집에서 역시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디르티를 사랑하게 되는 트로프만. 사보이 호텔에 취한 채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보이와 하녀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줌을 누는 여인이 디르티다. 그런데도 트로프만은 디르트에게서 순수를 발견했다고 표현했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의 순진함이라. 어떻게 보면 부조리하다고 느껴지지만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처럼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어쩌면 쥐가 지나다녔을지도 모르는 바닥에 맨몸으로 누워있는 디르트에게서 순수를 발견했듯, 사랑하는 여자지만 디르티와 제대로 된 성관계를 할 수 없었던 트로프만은 절망한다. 그는 자신의 욕구를 죽음에서 찾았을까. 시체를 보고 욕망을 느꼈고, 실제로 시체에게 매력을 느끼는 시간자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라자르는 그의 앞에서 시체처럼 누워 그의 욕망을 채우게 했다. 그 자신이 죽어 있는 시체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도 도로테아와 라자르, 크세니에 이르기까지 다른 여성들과 폭음을 했다.

 

당신은 문학적인 사건에 말려든 거야. 당신은 사드를 읽었음에 틀림없어. 사드가 굉장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지. 사드를 찬미하는 자들은 사기꾼이야. 알아들어? 사기꾼이라고....... (101페이지)

 

 

 

소설은 『눈 이야기』와 다른 듯하면서도 너무도 똑같다. 변태적인 성향과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는 발기 불능이 되어 결국 죽은자들 위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상의 사람과는 할 수 없었던, 창녀와 시체에게서만 가능하다는 변태적인 성향이 이해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를 이해하려 했다고 말할 수밖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소설 속 곧 일어날 전쟁속에서 죽은 자들도 있고, 병으로 죽은 자들, 스스로 죽은 자들도 있다. 조르주 바타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소설 속 문장에서처럼 '죽음을 만나고 싶은 욕망에 홀린' 자 였던가.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자들과 이미 죽은 자들위에서의 철학적 고뇌였던가.

 

어렸을 때 나는 태양을 좋아했다. 두 눈을 감으면 눈꺼풀 너머의 태양은 붉은색이었다. 태양은 무시무시했고, 폭발할 것 같았다. 태양이 폭발하여 생명을 죽이는 것처럼, 아스팔트 위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보다 더 태양다운 것이 있을까?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빛에 취하고 말았다. (157페이지)

 

그저 제목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본다. 전쟁속 하늘의 푸른 빛에 드러난 세상들,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숨기려고만 했던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비틀려 나타났던 것일까. 아니면 그는 그저 트로프만이라는 이름처럼 잉여인간인 것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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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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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다면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조금의 돈만 생겨도 부동산을 사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실제로 내 집 마련을 하고 더 큰 집으로 이사한 후 담양 쪽에 땅을 구매해 텃밭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훗날 돈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근처에 땅이 나오면 보게 되는데 마땅한 게 없어 관망중이다. 물론 이것을 내가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옆에서 바라볼 뿐. 한때 노후 준비로 상가가 꽤 인기를 끌었다. 주변에 아는 분도 퇴직 자금으로 상가를 두 개 구매해 월세를 받으면서 다른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다. 경기 불황으로 침체기에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 만큼 돈을 불리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책으로 부동산을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재테크에 대한 것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여유 자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유자금만 있다면야 소형 아파트를 구매해 월세 받으면 하기 싫은 직장 생활을 안해도 되겠다 싶었던 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읽게 된 이 책에서 여러모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는 구나 싶었달까. 

 

 

저자는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내 집 마련을 하게 되었고, 부동산을 보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인터넷 카페를 뒤지며 지식을 쌓아 구매했던 소형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더 적은 곳으로 이사가면서 재테크를 시작했다고 했다. 투자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세를 안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도 이처럼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전세를 안고 다른 소형 아파트에 투자해 그 차익금을 챙겼다고 했다.  

 

 

 

 

 

주변의 아파트에서부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지방에 있는 부동산에 투자를 시세 차익을 챙겼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 23채의 소형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텔 등 다양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하니 이런 재테크에 관련된 책도 쓸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책의 앞 부분에 '엄마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5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참고해 보면 좋을 것도 같다.

첫째, 투자의 안정성이 크다.

둘째, 투자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

셋째, 투자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넷째, 투자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

다섯째,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38~40페이지) 라고 했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이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적 자립으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후반부에 저자의 주변 사람들을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아직 미혼인 30대 후반의 여성이 부모와 함께 살 경우와 부담이 되었지만 대출을 끼고 자립하는 경우를 설명했다. 경제적 자립은 곧 내 집 마련의 지름길이고 그게 재테크로 가는 길임을 말했다. 여러가지 예를 들어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재테크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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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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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즘의 원조 사드 후작의 적자라고 불리는 이가 조르주 바타유라는 사실을 그의 작품 『눈 이야기』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조르주 바타유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접한 것 같은데, 정작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은 처음이다. 일단 '금기와 위반의 문학'이라는 문장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금기외 위반을 사랑하므로. 또한 에로티슴의 거장이라고 하니 얼마나 흥미 돋는 일인가.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첫 소설이며, '로드 오슈'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에로티슴을 말하는 문제작이다.

 

영화 「스물」에서 가장 핫했던 게 김우빈이 말한 대사였다. '니 엉덩이에 내 OO OOO 싶어'라는 말이었다. 차마 여기에 적나라하게 쓰지는 못하겠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영화속에서 솔직하게 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스물 즈음의 청춘들에게 있을만한 일들을 영화로 나타냈었는데 꽤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솔직하게 말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끈다. 저런 대사가 쓰였던 영화 「스물」이 15세 이상가였는데, 더한 작품도 문학이라는 이름을 쓰면 예술 작품이 되는게 일반적이다.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는 미셀 푸코 등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너무도 적나라하고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열여섯 살의 소년에게 여자 친구는 성적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해변에 위치한 별장에서 소년과 시몬은 성에 탐닉하게 된다. 시몬은 주로 엉덩이를 사용하는데 그 처음이 우유가 담긴 접시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몬과 소년은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성적 유희는 별장에서부터 벼랑이 내려다 보이는 숲속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엉덩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혹은 시몬의 친구 마르셀이 보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극이 되었다. 

 

특히 시몬은 엉덩이에 탐닉하게 되는데, 우유가 담긴 접시에서부터, 변기안의 물, 그들의 몸안에서 나오는 오줌에 이르기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시몬은 엉덩이로 달걀을 깨는 신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장면을 읽을 때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그려보는데, 잘 상상이 되지 않아 혼자서 빙긋이 웃기도 했었다. 쾌락을 위해서 상대방에 보는 앞에서 오줌을 누는가 하면, 시몬이 특히 좋아했던 건 마르셀과 함께 하는 경우였다. 마르셀과 몇몇의 소년소녀들이 함께 모여 난교 파티를 하게 되는데, 마르셀은 매우 순진한 아이였고, 장롱 속에 숨어 극도의 오르가슴을 느낀후 충격을 받아서인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시몬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마르셀이 입원해 있던 병원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끝내 마르셀은 목을 메고 말았다. 시몬과 소년은 에드먼드 경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는데, 스페인에서 투우 경기를 보는 장면은 투우 경기의 장면도 에로티슴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투우사의 깃발 아래의 빈 공간, 투우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죽은 황소의 그것을 구워서 먹는 것. 여기에서 황소의 그것은 달걀 모양과도 비슷했다. 시몬이 엉덩이로 달걀을 깨트리는 이유가 황소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식이다. 또한 고해 신부실의 신부를 농락하고 그를 오르가슴으로 인도해 눈알을 파는 장면은 극한으로 치닫는 것 같았다.

 

 

목을 메 자살하는 사람들이 마지막 죽을 때 오르가슴을 느낀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다. 작품 속에서 시몬, 에드먼드 경과 함께 신부의 목을 조르며 그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장면을 보고는 이들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달걀과 황소의 그것, 눈(안구)에 이르기까지 타원형의 물건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엇을까. 남자의 성기? 아니면 오르가슴의 어떤 한 부분? 정신 착란을 일으킬만큼 성에 탐닉하다보면 그들의 끝이란 과연 있을까. 그들에게 남은 건 죽음 뿐일까.

 

에로티슴은 영화와 문학계에서 늘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왈가왈부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미치는 영향과는 달리 작품으로만 보면 된다. 때로 금기의 문학 만큼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그를 이렇게까지 성에 대한 탐닉으로 이어졌던게 부모와의 관계때문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며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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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8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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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스쳐지나가듯 본 만화에서도 위로의 문장들을 발견한다. 책을 읽는 그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 책들의 내용. 다른 상황에서 읽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문장인데도, 어느 순간 가슴속에 깊이 스며드는 경우가 있다. 기대하지 않았던 문장, 기대하지 않았던 종류의 책에서 말이다. 내가 그랬다. 보노보노라는 이름의 만화도 처음인데, 나는 그저 이 책이 표지에서처럼 보노보노라는 만화인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펼쳐든 책에서 나도 모르게 감동하고 말았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어쩌면 그렇게 마음속에 쏙 들어오는지. 그래도 어느 정도 살아서 감정에 대한 것만은 자신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 다루기가 아직도 힘들다는 걸 발견하곤 한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지도 않았는데, 짧은 문장들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아마도 보노보노라는 해달이 주인공인 만화속 캐릭터가 가진 힘이 컸을까. 아님 보노보노의 짧은 문장들을 자신의 감정과 더불어 적절하게 배치한 작가의 능력탓이었을까. 몇 번이나 눈물을 훔쳤는지 모른다. 눈물을 훔치면서 내가 갱년기인가 싶을 정도로 순간적으로 다가든 감정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이란것이 참 힘들다. 조심한다고 해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진심이 어긋나게 전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는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버려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이른 경우 서로의 감정에 골이 깊어지는데, 이런 게 참 힘들더라.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는 건 내 마음 뿐일 것이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그냥 들어주기도 하지만, 충고랍시고 말 한 마디 건넨게 그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느낀다. 위로의 한마디 보다 그저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조용히 들어주며 끄덕거리면 될텐데 말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상해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그저 그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게 침묵이건, 농담이건, 그저 경청하는 태도건 위로를 해야 하는 순간에는 내가 위로받았던 순간을 떠올려보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그저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앞에서 가장 많이 위로받았다. (17페이지)

 

 

아무 말 하지 않더라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아기 해달의 말 속에 찾았고 공감했던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든 것인 이것 뿐만 아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칭찬을 하게 되는게 이게 잘못 전해지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 또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는데, 그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작가의 말처럼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글을 마주했을 때에야 깨닫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십대 때나 지금이나 무척 중요하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더 중요하다. 나이가 먹어도 친구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람들은 내가 주는 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한다. 친구가 나한테 했던 서운했던 말 한 마디. 위로를 받고 싶은데 무관심하게 대처했던 것들. 그저 나의 말을 들어주었으면 싶은데, 따끔하게 건네는 말. 이런 것들은 위에서 말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 것인데, 그 연장선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해서 이런저런 말을 하게 되는데, '너는 그게 문제'라는 등 충고의 말을 원한게 아니었다.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친구가 속상했던 자기의 마음을 묵묵히 들어주었으면 좋은데, 더 나아가 한마디를 하는 것. 이렇게되면 친구는 위로를 받고 싶어 왔다가 더 불편해져 돌아가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어기는 거 아냐.

포    로    리   어긴 게 아니라 잊어버린 거예요.

포로리 아빠   노인네들하고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거 아냐.

                     젊은이들한테는 다음 달, 내년도 있겠지만

                     노인네들에게는 지금뿐이라고. (104~105페이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전화하지도 찾아뵙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마 자식이라면 한달음에 달려갔겠지. 이런 마음이 문득문득 든다. 자식에게 할 행동들의 십분의 일이라도 부모님 생각을 하자고. 이번 주엔 시간이 안돼 다음주에 찾아뵈어야지, 했다가도 꼭 놓치게 된다. 보노보노의 친구인 다람쥐 포로리와 아빠는 매년 꽃구경을 갔었다. 그해에 부모님의 병간호를 하느라 가지 못했는데 아빠는 은근히 기다렸었나 보다. 포로리 아빠와 포로리의 대화를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작가가 아빠와 대화 도중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싶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씀 하셨을때, 언젠가 나도 우리 부모님이 보고싶어 가슴이 사무칠 때까 있을 것 같았다.

 

 

이렇듯 별 것 아닐 것 같았던 보노보노의 문장들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좋았을 수도 있다. 보노보노가 친구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들이 작가의 글과 적절히 어우러져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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