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십여년이 지난 사건에서의 죽음이라면 가족만이 기억하지 않을까. 1980년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을 영화화한 「변호인」이 개봉되었었다. 그 영화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가. 그 영화를 떠올리게 했던 소설이 조완선의 『코뿔소를 보여주마』다. 1980년대는 그랬다. 과도한 충성이 죄 없는 자들을 가두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

 

공안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 장기국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이메일로 장기국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배달되고, 그의 시체가 있는 곳을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기자 출신의 시사 평론가가 실종되었다. 그는 장기국과 함께 '샛별회'라는 이름을 만들어 죄 없는 사람들을 엮어 죽음에 이르게 한 자다.

 

장기국과 백인찬의 실종과 죽음에서 드러난 증거들은 그를 좇는 경찰들과 검사에게 그들이 '샛별회'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샛별회'는 배종관, 고석만, 손기출 등 3인이 결성한 반국가 단체라고 규정짓고 그들을 고문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었을 때 드러난 정황이라고는 단체의 『신곡』 속의 문장과 대학 강사였던 배종관의 논문집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카론과 이집트 신화의 '사자의 서'에서 죽은자를 심판할 때의 이비누스 등의 이름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검사 홍준혁, 경찰 최두식 반장, 범죄심리학자 오 교수, 지방신문 기자 송형진이 이들의 죽음과 사건을 좇는다. 각자의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사건을 조사하며 지난 날의 아픔을 회상하는 식이었다. 경찰의 곤봉에 맞아 죽음 아버지를 둔 최 반장, 시국 사건으로 수배를 받던 남자를 사랑했던 오 교수, 어렸을 때 연이어 죽어 친척들에게 사람 취급 받지 못하며 자라 성공에 눈이 먼 홍 검사 등 그들의 면면이 '샛별회'에 연루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소위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실종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 장기국과 백민찬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죄 없는 자들에게 사건을 엮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반면 샛별회 사건으로 연루된 배종관, 고석만, 손기출 등은 교도소에서 고문으로 죽거나 단식으로 죽었고, 출소후 정신착란으로 올가미에 목을 매달아 모두 죽었다. 그들의 자식들은 어땠을까.

 

죽은 자들을 납치하고 죽였던 그들이 말하고자 한 것은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시지 하나였다. 아무도 죽은 이들을 기억해주지 못하는 세상.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죄 지은 그들을 단죄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들을 꼭 죽여야 했을까. 또 한 사람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방조한 이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샛별회 사건을 주도했던 자들이 너무도 싫었고 억울했겠지만 꼭 이런 식이어야 했을까. 이런 방법 밖에 없었을까. 소설로 나타난 살인 예고를 보면 끔찍함을 금할 수없다. 우리가 소설을 읽지만 소설로 살인을 예고하고, 누군가에게 보라고 나타내기까지 하다니. 물론 소설이라 가능했겠지만 동조할 수 없는 부분도 꽤 많았다.  

 

초반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지만 중반부에 접어들수록 집중하여 읽게 되었다. 더불어 작가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졌다. 역사 속 사건을 새롭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