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제의 아름다움을 엿보고 관심을 가진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 것이다. 학교다닐 적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우리의 유물들에 대한 기록들이 좋았다. 지금에 와서 든 생각이지만 왜 역사를 전공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이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전공했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텐데. 이런 생각을 너무 늦게야 했다는게 문제긴 하다.

 

역사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의 과거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치욕스러운 역사 때문에 어떻게든 일본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고구려, 신라, 백제 중에서 가장 먼저 멸망한 나라가 백제이다보니 백제가 가진 유산이 제대로 남아있을리도 없고, 역사적 기록 또한 폄하되었기 마련이었다. 우리가 초등학교때부터 배워왔던 역사 시간에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이 삼천 궁녀와 함께 낙화암에서 몸을 던졌다고 하지 않았나. 나 또한 아이들 어렸을 적에 부여에 있는 낙화암을 방문해서 저 곳에서 삼천 궁녀와 함께 의자왕이 뛰어내린 곳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곳은 삼천 명의 궁녀가 뛰어내릴 곳이 못된다. 아주 좁은 장소. 그곳을 흘러가는 백마강 또한 아주 얕다는 것을 발견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니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역사가들이 신라나 고구려를 연구한 것 때문에 신라의 유적과 유물을 사랑했다. 자주 경주를 방문하고 과거 역사속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 뭉클했었다. 이는 신라를 연구한 학자들이 많았기에 그만큼 우리가 습득한 지식도 많았으리라. 이제는 백제에 주목할 때인가. 『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다소 로맨스 소설적인 제목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나 또한 전라도에서 나고 자라 현재도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백제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그렇게 생각했 듯 말이다.

 

백제를 연구한 학자 때문에 백제의 유적과 유물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백제를 알아야 할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백제는 고구려의 문물을 가져와 백제식으로 만들었으며, 이를 일본이 영향을 받아 그들이 꽃피운 아스카 문화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

 

 

 

박물관 수장고에 남겨진 보물들은 그 가치를 알아 보는 사람의 눈에만 보물로 보인다. (173페이지)

 

나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백제가 다르게 보이고, 백제 유물이 달리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364페이지)

 

일제 강점기때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유적들을 파헤쳐 유물들을 몰래 빼돌렸다. 그들은 미개한 조선인들을 위해 유적들을 발굴해 박물관 건립을 했다는 식의 말을 했지만 결국엔 조선의 유물들을 약탈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현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인 저자 이병호는 20여년 간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박물관에 있는 백제의 유물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백제사 연구에 매진했던 학자다. 사료의 부족으로 연구되지 못한 백제의 유물과 유적 파편으로 존재할 뿐이었던 것을 연구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아야겠다. 그는 정림사지의 소조상과 능산리의 목간, 연꽃 문양을 가진 기와의 수막새를 분석했으며, 능산리 사지의 가람배치 등을 밝혀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백제의 아름다움을 탐했다.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아름다움에 일찍이 눈을 떴던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출생해 살아온 배경과 어떤 공부를 했으며, 국립박물관에 들어와 자신이 했던 백제사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마치 산문처럼 다정하며 백제의 아름다움을 익히 터득한 그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던 글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부여를 방문했었다. 최근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만간 부여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익산에 백제의 유적인 미륵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한번도 유적지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 이 책으로 인해 마음을 굳혔다. 부여와 익산에서 새롭게 백제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 저자가 속해있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역시 책을 읽은 자만이 꿈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