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불어.영어.한국어 번역 비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가지고 있는게 새움출판사를 포함해 다섯 권이 된다.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출판사별로 소장하고 싶은게 욕심인 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아마 이십 년쯤 읽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게 또한 책이다. 기억하고 있었던 문장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어린 왕자』는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껍다. 아마도 번역자의 불어, 영어, 한국어 비교본과 뒷 편에 불어, 영어로 된 원문이 실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에 영어를 배워보겠다고 영한대역본을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 책은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이 책에 실려 있어 영어와 불어를 비교해가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책의 리뷰에서 말한 바 있지만, 사실 번역본 책을 읽을 때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다면 굳이 번역데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싶지 않다. 물론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면야 좋겠지만, 그 나라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얼마전에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읽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다. 그만큼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역시 어른들이 읽는 동화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른이 된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산다. 어렸을 적 꾸었던 꿈,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었던 우리만의 언어로 된 상상력.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실리를 따지는 탓일까. 하나의 그림을 보고도, 아이들 대부분은 맞추는 것을 어른들은 맞추지 못한 것처럼.

 

 

 

 

나는 이 책이 누구에게라도 가볍게 읽히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러한 기억들을 말하는 동안 너무 큰 슬픔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내가 여기에 기술하려 애쓰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31페이지)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잊었던 상상력을 선물한다. 머나먼 별, 소행성 B612에서 왔던 어린 왕자를 바라보며 우리가 잊었던 것들을 다시 상상해 내는 것이다. 친구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움때문에 견디기 힘든 감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어린 왕자가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가를. 우리는 살펴보게 된다. 회계사처럼 돈만 계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통치할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지, 정작 그 사람들 곁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어른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왕자처럼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상 밖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수많은 장미들 틈에서 자신 만의 장미를 생각해 낸 어린왕자처럼.

 

밤에, 당신이 하늘을 바라볼 때, 나는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가운데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을 테니까. 그때 당신에게는 마치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과 꼭 같을 거야. 당신은, 그러니까 당신은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131페이지)

 

이별 앞에 선 감정들. 이별한 후에 생기는 그리움. 그리운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진을 찍고 때로는 글로 남긴다. 그마저도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기억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글로 남겨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때는 아이였던 우리 어른들에게 건네는 동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동심을 떠올리게 된다. 순수했던 지난 날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시절이라 더 그리운 법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