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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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를 상당히 좋아한다. 스릴러 중에서도 수작들이 많아 거의 챙겨보고 있는데, 이 책을 받아들고는 로리 로이라는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의문이 든 게 사실이다.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 수상작이라고도 하는데 작가를 모르니 다른 책들에서 살짝 밀려나기도 했다. 작가들도 사람과의 관계와 같아서 모르는 작가의 경우 주저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로리 로이의 작품이 그랬다. 하지만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에 긴장하며 읽게 되었다. 오죽하면 책을 읽다가 잠을 잤는데, 꿈까지 꾸었을까. 누군가 있을 것만 같은,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그런 불안감 혹은 공포였다.

 

처음엔 책을 읽다가, 이 소설이 왜 스릴러인가 의심스러웠다. 전혀 스릴러 같지 않아서 말이다. 다 읽고나서도 스릴러가 맞는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의 등장만으로도 불안감과 공포감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 형사가 주인공이 아닌, 그렇다고 살인범의 심리가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였을 뿐이었으니.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이 소설이 왜 스릴러인가.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바로 스릴러였음을 알게 되었다.  

 

1965년, 디트로이트에서 캔자스로 향하는 한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 아서가 25년만에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곳, 벤트로드였다. 나에게 캔자스는 토네이도때문에 집이 통째로 날아간  『오즈의 마법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일까. 어두운 밤 아빠 아서와 엄마 실리어가 각자의 차량에 아이들을 싣고 오던 중 어떤 물체가 따라오는데 토네이도가 연상될 만큼 강한 바람이 시야를 가렸던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누군가를 치었을 수도 있지만, 그저 텀블위드(회전초. 바람이 날려 굴러다니는 말라붙은 식물 따위의 덩어리)려니 했다. 캔자스로 돌아온 때부터 어쩐지 이 곳이 심상찮다. 무슨 일이 그들 가족에게 기다리고 있을까. 아빠 아서는 25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서와 실리어 부부, 일레인과 대니얼, 에비네 가족을 반겨주는 사람은 리사 할머니와 레이 고모부, 루스 고모다. 여기에서 레이 고모부와 루스 고모는 이들 가족에게 특히 중요한 인물인데 그들은 반겨주는 모양새부터 어쩐지 불안감을 조성한다. 레이 고모부에게서는 술냄새가 나고 실리어를 바라보는 눈빛엔 어쩐지 엄마를 훑어보는 느낌이다. 엄마는 그 눈빛이 무척 싫었다. 살집이 없이 창백한 피부를 갖고 있는 루스 고모. 루스 고모는 불안해보이지만 가족들을 반기며 힘껏 안아주었다. 에비의 외모는 키가 작고 금발 머리를 가졌는데, 이 소설에서 에비의 외모는 큰 의미를 가진다. 죽은 이브 고모의 외모와 꼭 닮은 것도 있지만, 비슷한 외모의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서와 실리어 가족이 이사오고서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실종된 줄리앤 로비슨을 레이 고모부가 죽였을 거라고 의심한 것이다. 이십여 년전에 이브 고모를 죽였을 거라고도 했다. 술을 마시는 레이 고모부. 불안에 떠는 루스 고모. 이브 고모는 누가 죽였는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의문이다. 아서도 이브 고모의 죽음과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텐데 쉽게 드러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로하여금 불안감만 조성한다. 그러던 와중에 레이 고모부가 루스 고모에게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아서는 루스 고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때 아서는 레이 고모부를 심하게 때렸는데, 가족들은 그가 나타날까봐 두렵다. 

 

1960년대의 여성의 지위는 지금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고, 마을의 신부마저 아내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루스 고모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아서와 루스 고모를 데려가려는 레이 고모부의 등장이 위태위태하다. 집안의 온갖 창문과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잠궜다. 혹시라도 레이 고모부가 들어올까봐 아서는 외출도 자제할 정도였다. 여기에서 루스 고모의 임신 사실이 드러났고, 가족들은 레이 고모부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려 든다. 어떻게든 루스 고모에게서 떼어놓고 싶기 때문이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캔자스로 이동해왔기 때문일까. 대니얼과 에비에겐 친구가 없었다. 키가 작아 놀림받던 에비는 학교에서도 친구들 만들지 못했고, 죽은 이브 고모의 드레스를 입어보며 집안에서만 있었다. 친구가 없었던만큼 이브 고모에게 집착했다고 해야겠다. 편하게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곤 이브 고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브 고모와 레이 고모부가 함께 직은 사진도 발견했고, 그 사진을 간직하고 있는 것부터가 불안했다. 레이 고모부의 시선이 에비에게 머무는 게 두려웠고, 엄마를 바라보는 레이 고모부의 시선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그가 살인범인 것일까. 혹시 이브 고모마저 죽게한 것일까. 임신한 사실을 안 레이 고모부가 루스 고모를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할 것인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인 누군가가 살인범이고, 이브 고모의 죽음의 진실까지 드러나긴 했다. 레이 고모부가 라이플을 들고 루스 고모를 찾으러왔던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극도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내가 집안에 갇혀있는 듯 했고, 금방이라도 레이 고모부가 쳐들어올 것만 같았다.

 

작가가 왜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할만큼 작가의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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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7-05-18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중석 시리즈 광팬인데 이 리뷰보니 굉장히 읽고싶어지네요 ^^

Breeze 2017-06-08 17:0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모중석 시리즈는 역시 믿고 볼만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