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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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바타유의 자전적 소설 『눈 이야기』를 읽고난 뒤 어떻게 하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놀라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을 펼쳐들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거라는 마음으로 책장을 폈다. 표지 또한 우리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었다. 살집이 없는 창백한 피부의 아찔한 나신이 그려져 있는 표지였다. 서문에서 말했다시피 1935년에 쓰여졌으나 역사적인 사건때문에 출간되지 못하다가 친구들의 권유에 의해 출간된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작가의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트로프만을 내세워 한 남자의 격정과 욕망, 나치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을 암시한 작품이었다.

 

소설에서 이름이 나타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트로프만이 사랑하는 여자이나 그 여자와는 제대로 된 성행위를 할 수 없었던 도로테아를 가리켜 디르티(Dirty)라고 부른다. 런던의 더러운 자들이 모인 술집에서 역시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디르티를 사랑하게 되는 트로프만. 사보이 호텔에 취한 채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보이와 하녀가 보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줌을 누는 여인이 디르티다. 그런데도 트로프만은 디르트에게서 순수를 발견했다고 표현했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의 순진함이라. 어떻게 보면 부조리하다고 느껴지지만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처럼 전혀 다른 곳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어쩌면 쥐가 지나다녔을지도 모르는 바닥에 맨몸으로 누워있는 디르트에게서 순수를 발견했듯, 사랑하는 여자지만 디르티와 제대로 된 성관계를 할 수 없었던 트로프만은 절망한다. 그는 자신의 욕구를 죽음에서 찾았을까. 시체를 보고 욕망을 느꼈고, 실제로 시체에게 매력을 느끼는 시간자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라자르는 그의 앞에서 시체처럼 누워 그의 욕망을 채우게 했다. 그 자신이 죽어 있는 시체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도 도로테아와 라자르, 크세니에 이르기까지 다른 여성들과 폭음을 했다.

 

당신은 문학적인 사건에 말려든 거야. 당신은 사드를 읽었음에 틀림없어. 사드가 굉장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지. 사드를 찬미하는 자들은 사기꾼이야. 알아들어? 사기꾼이라고....... (101페이지)

 

 

 

소설은 『눈 이야기』와 다른 듯하면서도 너무도 똑같다. 변태적인 성향과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에게서는 발기 불능이 되어 결국 죽은자들 위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상의 사람과는 할 수 없었던, 창녀와 시체에게서만 가능하다는 변태적인 성향이 이해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그를 이해하려 했다고 말할 수밖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소설 속 곧 일어날 전쟁속에서 죽은 자들도 있고, 병으로 죽은 자들, 스스로 죽은 자들도 있다. 조르주 바타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소설 속 문장에서처럼 '죽음을 만나고 싶은 욕망에 홀린' 자 였던가.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자들과 이미 죽은 자들위에서의 철학적 고뇌였던가.

 

어렸을 때 나는 태양을 좋아했다. 두 눈을 감으면 눈꺼풀 너머의 태양은 붉은색이었다. 태양은 무시무시했고, 폭발할 것 같았다. 태양이 폭발하여 생명을 죽이는 것처럼, 아스팔트 위로 흘러내리는 붉은 피보다 더 태양다운 것이 있을까?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빛에 취하고 말았다. (157페이지)

 

그저 제목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본다. 전쟁속 하늘의 푸른 빛에 드러난 세상들,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숨기려고만 했던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비틀려 나타났던 것일까. 아니면 그는 그저 트로프만이라는 이름처럼 잉여인간인 것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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