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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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그저 글을 통해 보는 세상이 좋았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 내가 살아보고 싶은 세상. 이 모든 것들이 책 속에 있었다. 때로는 아파하고, 상처로 인해 고통받을 때 위로가 되어주는 글들의 집합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상처를 잊었고, 다른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삶의 방향을 배웠다. 책을 읽은지 삼십 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고, 읽어야 할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책은 역시 내가 읽었던 책이 아닐까. 누군가가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을 적은 글에 의견을 표할 수 있는 것도 읽은 책인 경우 할 말이 더 많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같은 책에 대한 공감이 사람을 더 가깝게도 만든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면서도 누군가가 좋았다는 책 목록을 보게 되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메모를 하게 된다.

 

아예 메모장을 옆에 두고 책 읽기를 시작했다. 과연 뇌과학자가 읽은 책은 어떤 책일까. 독자에게 소개할 만큼 좋은 책일 것이며, 여러 사람이 두루두루 읽을 수 있는 보편적인 책이어야 할텐데. 책의 첫장에서부터 마음에 들었다. 어떤 글이든 첫 문장이 가장 중요한 법인데, 역시 그의 독서 이력이 먼저 나오게 되니 괜시리 반가웠다. 저자는 신화에서부터 철학, 역사, 과학 서적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은 책도 소개할 정도로 저자의 다양한 독서에 감탄하게 되는데, 얼마전에 읽었던 호메로스의 『오딧세우스』에서부터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와 그가 읽은 책들의 기억을 함께 한다.

 

우리는 소위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질문하는 것 보다는 답변을 내놓는데 급급하다.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할지 말문이 막히는 때가 많다. 내가 읽었던 책 이야기도 결국 말하지 못하는 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어쩌면 질문에 대한 준비 작업일 수있다. 언젠가 기계가 질문할 수 있는 위험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보스트룀 교수의 말처럼.

 

꽤 여러 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나는 내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중 꼭 읽어보고 싶은 책 몇 권을 메모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가 그 중 한 권인데, 궁금했지만 읽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도서였다가 저자의 글을 보고는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과학 분야에 젬병인 까닭에 소설이어도 이해하지 못한 면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소개글을 보니 꽤 흥미를 돋우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과학 기술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소설이라는 건 둘째 치고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소설이라고 해야겠다.

 

 

오래전에 영화로도 보았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영화를 보았을때나 원작으로 읽었을 때에도 그저 그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읽었던 듯 한데, 이 책에서 새로운 걸발견했다. 물론 움베르트 에코가 기호학자이자 중세학자라는 건 책을 읽은 다음이었다. 중세를 연구한 학자답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이 실제로도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 속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역사서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 또한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책은 또 하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의 뇌가 몰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태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읽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책. (74페이지)

 

내가 메모한 책 중에서 전부터 꼭 읽어보겠다고 다짐했던 책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아직까지 읽지 못했는데, 역시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한다. 어렵지만 이해하기 불가능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또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축복받은 집』에 대한 것도 말했다. 줌파 라히리의 책은 궁금했으나 다른 책들을 읽느라 놓친 책인데, 이웃 분도 왜 그 책을 아직까지 읽지 않았느냐며 강력히 권한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게 익숙한 작가의 책을 먼저 선택하게 되는데 습관적으로 이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느냐에 관심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생각지 못했던 책의 발견이며, 잊고 있었던 책의 새로운 발견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는다는 건, 그 속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일이다. 나 혼자 책을 읽는 것하고 책을 읽는 이웃들과 소통하며 책을 읽는 일은 천지차이다. 다양한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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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3-30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은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책만큼 독자의 상상을 풍부하게 불러일으키는 사물도 드문 듯하고요.

저는 다른 책을 통해서 여러 번 ‘어떤 책‘을 거듭 소개받는 경우에, 결국 나중에 언젠가는 그 책을 붙잡고 읽게 되는 경우가 제법 많았던 듯합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그런 책 가운데 한 권인데, 읽고 나서도 정말 오래도록 계속해서 그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는데, 언젠가는 다른 번역자를 통해서 그 책을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답니다.(저는 김종건 교수님이 번역한 제4개역판으로 읽었는데,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김성숙 교수님의 번역으로 읽으면 그 책이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Breeze 2017-03-30 13:10   좋아요 1 | URL
어문학사에서 나온 율리시스 보려고 했었거든요. 동서문학사 판도 괜찮으려나요? 율리시스는 전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어서 역시 이번에도 읽고 싶은 마음에 메모했습니다.
다른 번역으로 읽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 있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