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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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의 노르웨이의 오슬로라. 우리나라의 1970년대도 무법지대였을텐데, 노르웨이의 1970년대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사람을 죽이고도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들. 유유히 시내를 활보하는 킬러들. 킬러들에게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여자고 또한 보스의 아름다운 아내가 아닐까. 수많은 범죄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요 네스뵈의 1970년대를 추억하는 어느 킬러의 이야기는 당시의 오슬로의 시린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영하 20도가 넘는 오슬로의 거리. 희디흰 눈발이 휘날리는 도시에 피를 흘리는 남자 혹은 시체. 그것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어느 킬러의 고백이라고 해야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소설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살인자가 사라져가는 기억들을 애써 붙잡으려는 기록 혹은 독백을 담고 있었다. 소설이 출간되었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김영하의 글에 반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 소설 『블러드 온 스노우』도 한 살인자의 기록 혹은 독백으로 표현되었다. 다만 요 네스뵈가 다른 이름으로 출간하려고 했던 '오슬로 1970년'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다.

 

  그렇다. 킬러의 고백이다. 그의 이름은 올라브 요한센. 그의 보스가 제거해 달라는 사람을 제거하고 돈을 받는 킬러다. 보스가 또 한 건의 살인을 제의한다. 대상자는 보스의 아내였다. 보스인 다니엘의 집이 바라다보이는 호텔에 방을 얻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주 아름다운 여자였다. 당연히 그녀에게 반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매일 오후 한 젊은 남자가 찾아오는 걸 발견했고, 그 남자를 죽였다. 그 남자를 죽인후 보스에게 보고하자 그는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고 했다. 이에 올라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올라브도, 코리나도 목숨이 위험했다. 

 

 

 

  여타의 요 네스뵈의 소설보다 훨씬 짧은 소설이다. 700여페이지가 넘은 그의 소설을 읽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의 소설책을 보니 약간 실망스러울 정도로 짧은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요 네스뵈가 쓴 소설은 매력적이다. 어디선가 보았음직 하면서도 오슬로의 풍경이 새로운. 1970년대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소위 '추억 돋는' 범죄소설이라고 해도 좋았다. 여태 그가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형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은 범죄 소설이기도 하면서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다. 범죄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게 여자 아니던가. 소설 속 주인공 올라브의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네 가지 중의 한가지가 사랑에 금방 빠지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코리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여자가 분명해 보이더만, 그만 외모에 홀려 사랑에 빠지고 말다니. 보스인 다니엘에게 혹은 보스의 아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었다고 올라브에게까지 매달리지 않았는가. 

 

  미국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2시간만에 완성한 소설이자 톰 요한센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려고 했던 소설. 소설 속 올라브 요한센은 그가 필명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이름과도 같다는 사실. 그의 다음 이야기인 요한센의 두번째 고백인 『미드나잇 선』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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