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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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매일 책만 읽으며 살면 좋겠다.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 앞에서 머무르는 일마저 행복한 일상들.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글을 쓰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나의 일상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이라는 부제가 있는 정여울의 신간 『공부할 권리』는 우리가 책을 가까이 하는 일, 책으로 인해 우리의 삶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문학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 까지는 없다. 우리가 읽었던 책 중에서 우리 삶에 비추어 생각하면 된다. 책 속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무심코 읽어왔던 책 보다는 저자가 말하는 책 속의 책이 더 빛나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늘 환영받는 아이로 자란 사람들이 인생의 장애물 앞에서 어쩔 줄 모릅니다. 고통에 대한 예방주사가 접종되어 있지 않은 것이죠. 저는 인생의 맷집을 키우고 고통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동화의 힘이라고 믿습니다. (26페이지)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라는 책에 수록된 「신데렐라」를 소개하며 하는 말이다. 내게 주어진 숨은 운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던 나의 진짜 운명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나한테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십 년도 더 전에 읽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대한 글을 읽고는 내가 읽은 것과 읽지 않은 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책을 읽었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것의 새로운 시각을 가질수 있다는 점이다. 기억나지 않는 내용과 더불어 용기에 대한 자세를 배울수 있었다. 친구의 죽음으로 분노와 복수심으로 창을 들었던 아킬레우스, 자신의 믿음과 사랑하는 것을 지키위해 앞으로 나아갔던 헥토르의 용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고독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독이 뿜어내는 소리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다면요. 저는 고독한 순간에 제 마음속에 가장 절실한 에너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고독을 통해 더욱 빛나는 자기 안의 영감을 찾을 수 있다면 고독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겠지요. (100페이지)

 

  카뮈의 『이방인』을 여러번 읽었지만 아직도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던 정여울의 말이 인상적이다. 뫼르소가 느꼈던 고독, 그의 고독이 절절한 슬픔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굉장히 못견뎌하는 사람이 있다.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일이라는 것. 부디, 혼자 있는 시간을 힘들어하지 말고 즐기기를. 

 

  돌이킬 수 없는 상처의 극복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역시 가슴아픈 주제였다. 위안부를 사랑했던 일본의 군의관. 전쟁이 끝난후 일본도 조선도 아닌 먼 미국 땅에서 조선의 아이를 입양해 그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일이 용서를 구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창래의  『척하는 삶』 즉 '제스처 라이프'는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 「귀향」과 현재 읽고 있는  『몽화』속 내용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아픈 역사 속 사람들은 전쟁을 일으켰던, 침략을 당했든 개인들은 아프고 상처일 수밖에 없는 일이므로. 

 

'평생 책만 읽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요한 것은 오직 책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소박한 공간뿐. 아무런 욕심도 내지 않고 그저 책 읽을 자유만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면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많은 문제들과 화해하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247페이지)

 

  책을 소개하는 에세이는 꽤 여러 편 읽었지만, 인문학적 접근은 오랜만에 읽는다. 책 속의 내용과 함께 철학적 사유를 하고 삶의 가치를 나타내는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저 책을 읽는 것과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며 읽는 책은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건넬 수 있고, 우리 내면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우는 일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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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4-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로 들어온 한 광고가 한시간안에 천만원을 다쓸수있냐 ㅡ하는 물음을 보곤 픽 웃으며..아 물론 ㅡ무조건 가능하다 생각했어요..외출해 써야하는게 아니라면 앉아서도 바로 천만원 어치 책을 살 수있을것 같았거든요 ㅡ그이야길 딸아이와 하며 행복했었는데 ㅡㅎㅎㅎ책만 보고 살아도 될 것 같았는데 ㅡ어렵긴 하네요...한계가 오니...^^

Breeze 2016-04-08 11:38   좋아요 0 | URL
책을 천만원어치 한번에 살수 있을까요?
아마 가방같은거, 명품으로다가, 그런거 몇개 지르면
천만워, 뭐, 우습게 쓰겠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