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도리스 레싱이라는 이름때문에 『그랜드마더스』를 읽고 싶었다. 할머니의 생애를 다루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랜드마더스』라는 제목때문이었다. 할머니의 생애, 엄마의 삶을 바라보는 화자가 따로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던 것. 이 책이 영화 「투마더스」의 원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예고편을 보았었다. 둘도 없는 친한 친구와 그 아들들이 친구의 아들들과 관계를 맺는다?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으로 보였다. 나오미 왓츠라는 여배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파격적인 내용때문에 뒤로 미루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걸 그랬다.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가 궁금해졌다.

 

  소설속에서는 로즈와 이안, 릴과 톰이 침대속에서의 상황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밤에 침대로 왔다 갔다는 이야기만 간단하게 표현됐다. 난 이들이 관계를 맺었을까? 맺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걸 보니 잠을 잔건 맞구나. 과연 이런 관계가 가능한 것인가. 어떻게 친구의 아들과 관계를 맺는단 말인가. 더군다나 두 명의 친구, 두명의 아들이 서로의 아들들과 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데 이들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쯤은 수긍할 수도 있겠다. 어렸을때부터 서로의 거울처럼, 쌍둥이 자매처럼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던 로즈와 릴. 바로 앞집에서 살며 각자의 남편들과 서로 한가족처럼 왕래하며 서로의 아들들을 친아들처럼 키우는 사이였다. 남편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로즈와 릴은 친구였고, 로즈의 남편 헤럴드가 다른 도시로 근무지를 옮겼을때 릴과 떨어지기 싫어 남편 혼자 떠나보낼 정도였다. 친구사이라는게 아무리 친하고 헤어지기 싫어도 결국엔 가족을 위해 떠나지 않는가.

 

  시간이 흘러 아들들은 열일곱이 되었다. 이안은 아버지의 부재로 릴처럼 로즈를 의지했다. 그 마음을 착각했던 게 아닐까. 친구 아들이 자신의 침대로 들어왔을때 왜 거부하지 않았을까. 엄마 친구는 또다른 엄마일텐데. 이런 이유 때문인지 로즈와 이안, 릴과 톰의 관계는 금기시되는 근친상간적 느낌이 강했다. 서로의 남편들이라면 차라리 덜할텐데, 서로의 아들들이라고 하면 이건 좀 다르지 않나. 이안이 엄마의 침대에 있는 장면을 보았을때 톰은 왜 릴에게로 향했는지. 톰과 이안은 사랑이라고 표현하던데. 이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틀린 사랑. 영원히, 아무도 모르게 이 사랑이 지켜지길 원했을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서로를 향한 마음을, 서로의 아들에게로 향한게 아니었을까. 모성애의 또다른 모습을 변질시킨건 아니었는지. 누구보다도 사랑했다고 하는 이들의 말이 모순되는 순간이었다.

 

 

 

  아흔이 넘은 작가는 우리들에게 사랑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건넨다. 금기시되는 사랑도 사랑의 한 종류일 것인가. 백인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가진 흑인 처녀의 사랑은 과연 사랑이었는지, 전쟁속, 단 며칠간의 만남에서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가 그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두번째 소설은 「러브차일드」라는 소설이다. 진취적인 어린 청년 제임스. 그는 정치와 문학에 눈을 떴다. 전쟁이 터지고 맞지 않은 군화를 신고 전쟁에 참여했다. 그의 맞지 않은 군화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전쟁의 힘겨움을 표현한 것 같았다. 그가 탔던 군함이 케이프타운 항구에 도착했다. 나흘간을 머물 예정인데 저택의 아름다운 젊은 부인은 군인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파티까지 열어 주었다. 제임스에게 안주인인 대프니는 여신이자 님프였다.

 

  생각해보자. 단 나흘간의 만남이었다. 이 만남이 평생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격정적이고 절박했던 그리고 한없이 다정했던 나흘간의 기간. 가장 절박한 시기에 만난 사람이라 평생의 사랑이었다고 생각된 것일까. 만약 대프니가 아닌 다른 누구였더라도 제임스에게는 사랑이었을까. 영원한 사랑, 사랑의 집착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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