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중세 시대의 유령 기마부대인 '성난 군대'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를 끌었던 『죽은 자의 심판』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프레드 바르가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새겼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2004년 작품을 다시 읽으니 장 바티스트 아담스베르그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넵튠의 무기인 삼지창, 즉 세발작살이 살인무기이다. 과연 세발작살이 살인무기가 될 수 있을까. 『죽은 자의 심판』에서는 중세 시대의 유령 기마부대가 출현하더니 이번엔 분명 죽은 자가 저질렀던 똑같은 수법의 살인이 발생한 것이다. 

 

  오래전 십대의 아담스베르그는 동생 라파엘이 연인 리즈를 죽인 것 같다며 찾아오자 동생의 손에 쥐어져있던 송곳을 강물속에 버리고 다른 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며 동생의 무죄를 주장한다. 열여덟 살의 아담스베르그는 저택에 살고 있었던 퓔장스 판사가 그 곳을 지나가는 모습이 생각났고 그를 의심한다. 배에 세 개의 혈흔이 있고, 세 개의 혈흔은 세발작살로 추정되었다. 삼십 년에 걸쳐 같은 사건이 9건이나 생겼고, 퓔장스 판사가 분명히 죽었는데도 같은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자 아담스베르그는 판사가 분명하다며 판사의 흔적을 뒤쫓는다. 분명히 죽어 땅속에 묻혀있는데, 퓔장스 판사의 유령이 저지른 살인일까, 아니면 판사의 제자라도 생겨난 것일까. 소설의 처음부터 아담스베르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퓔장스 판사가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추리를 했다. 그래서 몇십년 동안 그 사건을 추적해왔고 퓔장스 판사를 잡고 싶었다. 세발작살로 죽은 사건이 또 생겼지만 아담스베르그는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캐나다의 퀘백으로 'DNA 연수'를 떠나야했다.  

 

  퀘백에서의 연수는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하고 있었다. 굉장히 지루한 그의 퀘백 생활이었다. 그가 머물던 숙소에서 오솔길을 산책하곤 하다가 한 여자를 만나 우연히 여자와 밤을 보내기도 했던 생활을 나타낸 장면을 읽으면서도 왜 이렇게 지루하게 긴 페이지를 할애해 그의 연수 생활을 나타내려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가 연수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가야하는 날이 되어서야 무언가 사건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 술을 마시고 기억나지 않은 일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더군다나 자신이 잡고 싶었던 퓔장스 판사가 저질렀을 똑같은 사건이 생긴 것이다. 꼼짝없이 살인자로 몰리게 생긴 그를 도운것은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거구의 여형사 르탕쿠르였다. 르탕쿠르는 그에게 전봇대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그를 변장시켜 캐나다를 탈출시키게 만든 것이다.

 

 

  이쯤에서 아담스베르그가 주장하고 있는 살인사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과연 퓔장스 판사는 유령이 되어 세발작살로 된 무기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왜, 무엇때문에? 왜 죽어서도 다시 되살아나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그가 살아있다면 아흔일곱 살의 노인일텐데, 과연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 거구의 시체를 움직일 힘이 있을까. 누군가 조력자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살인 방법을 본따 같은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른 제자라도 생긴 것일까. 여러가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묘미는 살인을 저질렀던 살인자의 흔적을 추적해가면서 발견해내는 살인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아니던가.

 

  살인자의 흔적과 살인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숨어있었던 그에게 팔순이 넘은 할머니 클레망틴과 역시 할머니 해커 조제트가 그들이었다. 추리소설은 대부분의 남성작가의 전유물로 알고 있다. 물론 애거사 크리스티도 있었지만 거의 남성작가들의 작품이 많고 대부분의 독자들도 남성작가의 작품에 열광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작품은 남성 형사인 아담스베르그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다지 남성적이라고 볼 수 없다.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기보다는 말수가 없고 느리며 천재적인 직관력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그의 보좌관인 당글라르와 루탕쿠르가 오히려 남성적인 형사의 모습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아담스베르그의 주변 인물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인물 중심의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에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 사건을 해결하는 식의 추리소설이다. 약간 지루하게 인물 묘사를 한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소설의 중반을 넘어가면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이게 프레드 바르가스 만의 추리소설의 묘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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