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 원재훈 독서고백
원재훈 지음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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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말하는 것.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공유하는 것. 책에 대한 느낌을 잊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공감하고 싶어하는 것. 혹은 책을 읽는 느낌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 수많은 책들 중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들, 작가들, 문장들. 이 모든 것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 읽은 책의 목록을 늘어보기도 한다. 내가 읽었던 책. 내가 좋았던 책을 다른 이의 글에서 만나면 무척 반갑다. 내가 느낀 것과 타인이 느낀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책이라는 게 취향을 타기도 하는 터라 누구에게는 굉장히 좋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그저그런 책이기도 하는게 취향의 차이이기도 하다.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책을 다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작가가 내린 결론에 다가가고자 고민을 하고 생각을 거듭해보지만 다른 이와 다른 결론에 나의 책읽기를 점검해보기도 한다.

 

  최근 작가들이 읽은 책을 책으로 엮어 독자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책들이 꽤 나오는 편이다. 작가가 읽은 책에 공감을 하고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보이면 메모를 하고 다음 번 책 구매할때 구입해 작가와 교감하고자 하는데 책에 대한 파급효과가 아닐까 한다. 원재훈 작가, 나에겐 낯선 작가다. 하지만 그가 읽은 스물여덟 권의 책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내가 읽었거나 간단한 스토리라도 알고 있는 책이 많았다. 물론 생소한 책 몇가지도 있어 역시 메모로 남겼다.

 

  스물여덟 권의 책을 소개하며 작가가 책을 읽었던 그때의 감정들과 작가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어릴때, 내 아이들이 어렸을때 좋아했던 『이솝이야기』 같은 경우 언제 읽어도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글이다. 작가 또한 첫 책의 이야기를  『이솝이야기』로 시작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를 주고 고단한 삶에 유머를 주는 책이라고 말한다. 오래전에 구입한 책으로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단테는 지옥을 천국과 대비되는 고통의 장소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국의 사랑의 의미를 간절하게 느끼는 장소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고 소식과 주변의 아프신 분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큰 탓이다. 아프지 않고 잘 죽는 것, 내 정신을 온전하게 유지하다가 죽는 것.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죽음에 대한 사유를 말하는 또다른 책이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우리가 죽으면 아무것도 알수 없고 느낄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책속에서 만나는 죽음은 죽었다고 다 끝난 게 아닌것도 같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느낄테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을 느낄수 있는게 이 책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고 말이다. 몇년전 암투병을 하고 계신 가족이 계셨다. 타인들에게는 세상에 다시없이 좋은 분이셨지만 가족에게는 조금 소홀하셨던 분인데, 살이라고는 하나도 남지않은 그분의 마지막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마지막으로 보고오고 며칠뒤 운명을 달리하셔서 아직까지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처럼 죽음을 바라보며 우리의 현재를 점검하는 것. 이는 책속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책을 읽으며 꼭 다시 읽어봐야 할 작품 중 첫번째로 꼽은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는 작품이었다. 전당포의 주인 노파를 도끼로 죽인 라스콜니코프. 인간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죄의식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는 오랜만에 다시 가슴을 울렸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책 속의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성찰을 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작가가 속한 시대, 작가가 생각하는 사상,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깨닫는 일, 혹은 다가가고자 하는 일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결국 문체입니다. 문체만 확립되어 있다면 뭔들 쓰지 못하겠습니까. 헤밍웨이가 거장의 반열에 올라간 이유는 그의 문체에 있습니다. 그의 인생처럼 군더더기가 없는 하드보일드 문체는 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335페이지)

 

  저자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대한 책을 말하여 위의 이야기를 했다.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헤밍웨이의 불후의 명작 『노인과 바다』는 다른 분들의 리뷰로 읽고 읽어야 할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제대로 읽지 못한 작품이다. 작가의 문체를 아는 일, 작가의 문체를 파악하는 일.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저절로 느껴지는게 문체일 텐데도 그동안 재미 위주의 책만 읽었던가 싶다.

 

  아내에 대한 헌사이자 사랑을 주제로 한 시 애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라는 시가 책속에 들어있어 반가워 여기에 몇 소절 적어본다. 내가 포를 처음 알게 된게 「애너벨 리」라는 시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랑의 시를 쓴 그가 공포소설의 대가였다니. 참 대단하다.

 

달도 내 아름다운 에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으리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으리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다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127페이지, 「애너벨 리」 중에서)

 

  내가 하는 독서를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내 위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싶다. 책을 읽으며 삶의 성찰을 하게 된다. 내가 살아온 삶,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세우기도 한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함께 나누고싶기도 하다. 어느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어느 때는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한 나의 독서기록들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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