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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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강도단이라고? 그것도 보행기를 밀고 다니는 여든 살이 다 되는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모여 은행을 턴다고?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더군다나 무슨 일이 생겼을때 대처능력도 뛰어나지 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인데. 아무리 감옥보다 못한 것 같은 노인 요양소라지만 이들은 과연 은행을 털 수 있을까? 일단 흥미로웠다. 강도단이라고 하면 날렵한 젊은 사람들이나 노련한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지않나. 수많은 영화를 보아도 그 어디에서도 노인들이 은행을 털었다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런 가정하에 소설은 시작되었다.

 

 

  79세의 메르타 할머니는 다이아몬드 노인 요양소에 머물고 있다. 어느 날 TV에서 보니 감옥의 생활이 노인 요양소의 생활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간식도 줄어들고 노인에게 필요한 산책도 어쩌다 가끔 한번씩인데 감옥에서는 하루에 한번 꼬박꼬박 산책을 시켜주고 있었다. 이에 메르타 할머니는 함께 합창단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꼬드겨 감옥에 들어가기위해 은행을 털 계획을 세운다. 아무리 산책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노인 요양소보다 감옥이 낫겠다고 생각하다니.

 

  마침 이 책을 읽고난 후 시어머니 때문에 노인 주간보호소를 방문했다. 시골에서 생활하신 분이라 도시의 생활을 무료하게 느끼시는터라 주간보호소라도 다니시면 낫겠다 싶어 방문한 것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 가보니 아직은 추운 날씨라 그런지 가만히 앉으셔서 계신 모습을 보고 참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건강하실때는 집에 계시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머물고 있었던 곳이라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비해 메르타 할머니가 머물고 있는 노인 요양소의 친구분들은 어떤가. 합창을 부르는데 열심이었고, 나름대로 관리인 모르게 북극산 오디주를 마시는등 꽤 즐겁게 살아가고 계셨다. 그런데도 이분들은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었다.

 

  일단 노인 강도단을 이끌게 되는 추리소설 광팬 메르타 할머니가 있고, 발명가로 알려진 '천재', 전직 선원이며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갈퀴', 젊었을때 은행에 근무했던 '안나그레타', 수채화를 그리고 벨기에산 초콜릿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스티나'가 그들이다. 이들은 감옥에 들어가기 위해 범행을 계획하고는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 호텔에 머물며 박물관에 있는 그림을 먼저 훔치기로 했다. 보행기를 끌고 박물관에 가서 이들은 서로가 역할을 나누어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훔치게 된다. 훔친 그림에 수채화 물감으로 콧수염 등을 그려넣어 위장해 호텔 벽에 걸어놓았다. 그림값으로 천만 크로나를 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천만 크로나 중 오백만 크로나를 폭풍우로 인해 잃어버렸고, 호텔벽에 걸어놓은 그림 또한 잃어버렸다. 노인강도단들은 감옥에 나와서 쓰려고 오백만 크로나를 호텔 통풍구에 줄로 매달아놓고 경찰서에 자수를 하러 간다.

 

 

  사실 노인 강도단들이 완벽하게 그림을 훔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바탕 해프닝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나의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한듯 노인 강도단들은 박물관에서 완벽하게 그림을 훔쳐낸 것이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발명왕 천재와 노인들이 의지하고 다니는 보행기 하나와 그들의 능청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소설이니까 그렇겠지만 소설 속 경찰들도 참 어수룩하다. 뻔히 보이겠고만 도무지 누가 그림을 훔친건지 제대로 수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많은 CC카메라가 있고 그들의 행동이 고스란히 찍혔는데도 말이다. 은행 현금 수송차량을 털 때도 마찬가지. 느린 걸음으로 움직일텐데 그들의 현금수송차량 털이할때 뒤따라가면서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어디 경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인 강도단들이 그들보다 한수 위다. 그들이 계획한 것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메르타 할머니와 합창단 친구들이 노인 강도단이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았을때 우리들에게 노인 복지 문제를 일깨운다. 복지국가라고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노인 복지 문제는 역시 어쩔수 없는 것이었을까.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보다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져 우리에게도 노인 문제는 낯설지 않은 주제다. 주변에서도 다들 모이면 부모님 혹은 지인들의 부모님의 치매와 병 그로 인한 요양 병원의 빈번한 방문과 가족간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곧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것이기에 꽤 무거운 주제일 수 밖에 없는데 소설에서 또한 노인 복지의 문제점들이 보였다.

 

  물론 소설은 꽤 유쾌하게 읽힌다. 비록 보행기에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거침이 없다. 아무 할 일 없이 멍하게 앉아 텔레비젼을 시청하며 무료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는 훨씬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일단 그들이 일을 꾸밀때 즐거워하니 인생을 좀더 즐겁게 살 필요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게 뭔지 알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거야. 그래서 아무리 늦었어도 희망을 가져 볼 수 있다는 거야.  (204페이지)

 

  이 문장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누구나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는 없고,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나이를 먹되 젊게 살 필요가 있다는 것.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바베이도스로 떠나는 이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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