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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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작을 하는 작가도 없는 것 같다. 그가 작가로 나선지 30년이 되었고 80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작가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동시에 그의 80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의 작가 생활 30주년의 역작이라는 것 외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품이라는 것과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얼까 궁금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가독성이 뛰어나다. 소설이 끝날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읽던 소설인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이었다. 

 

  오래전에는 잘 맞지 않던 날씨 예보가 요즘엔 거의 정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휴대폰 앱에서도 시간대별로 날씨가 예보되어있고 거의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변한다는 걸 알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로 출타하거나 할때는 미리 날씨 예보를 보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게 된다. 만약 이런게 주어지지 않고도 날씨 등을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꽤 살아가는데 있어 편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삶까지도 예측할 수 있을까. 만약 예측하더라도 그들이 예측한 대로 삶은 흘러가지 않는다고 본다. 알수 없는게 우리 삶이므로. 우리의 미래에 시련이 다가올지, 행운이 다가올지 어떻게 알까. 

 

  소설의 시작점엔 우하라 마도카라는 소녀가 있다. 열 살의 소녀는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댁에 왔다가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는다. 그리고 한 온천에 들었던 미즈키 요시로가 그의 젊은 아내 치사토와 함께 숙박을 했고 산책을 나갔던 부부중에 요시로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천에 있는 화산가스인 황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사였다. 이후 또다른 온천에서도 한 남자가 역시 같은 이유로 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 사고가 발생한 신문기사를 본 경찰 나카오카 유지는 미즈키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떠올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대학교의 지구화학교수인 아오에 역시 온천에 일어난 황화수소에 의한 사고를 조사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하고 나름의 조사를 시작했다.

 

  요시로와 결혼한 치사토는 그가 죽기 3개월전에 3억엔이 넘는 보험을 가입했고, 함께 간 온천의 산책길에서 죽었다. 치사토가 누군가와 계획하에 살인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두번째로 다른 온천에서 죽은 나스노 고로는 누가 죽인 것일까. 아무도 다니지 않은 산책길에 눈위에 찍힌 발자국이란 나스노의 발자국밖에 없는데. 더군다나 온천 주변에서는 황화수소가 필요이상으로 검출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동물의 사체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이들을 죽인 것일까. 죽은 미즈키 요시로와 나스노 고로가 황화수소가스로 인한 중독사였다면 이들의 접점은 무얼까.  

 

 

 

  추리소설의 형태는 살인범을 숨겨두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살인범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있는 추리소설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독자에게 '이 사람이 살인범이다'라는 것을 가르켜주고 책 속의 인물들이 살인범을 유추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는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처음부터 한 남자가 의심스러웠고 그가 살인범일 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해야겠다. 이제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챘으므로 그가 왜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느냐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을까. 그는 어떤 것을 숨기고 있었나. 현재의 살인에서부터 과거 8년 전의 살인 혹은 자살 사건으로 옮겨가게 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나카오카와 아오에 교수는 사건의 핵심으로 점점 다가오고 그들 또한 황화수소 중독 사건을 일으키게 했던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황화수소 가스 중독 사건을 일어난 곳에서 누군가를 찾는 마도카의 정체와 마도카와 함께 머물렀던 수리학 연구소에서의 한 소년,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가 쓴 블로그에서의 이야기까지 진실에 거의 다가서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소설 속에서 언급되었던 '부성 결락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인간 남자나 수컷 쥐를 보게 되면 짝을 지어 새끼나 아이를 낳았던 아버지에게는 부성이 있기 마련,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부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가족을 보호하거나 자식을 보호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부성이 없으면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이슈화되었던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자식임에도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인간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건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자식이나 가족이 완벽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바꾸어 버리려는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497페이지)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추악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위해 가족을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가족으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인지. 범인의 단순한 이기심. 인간이 저지른 추악한 이기심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런 인간들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허탈했다. 이 세상이 아무리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지만, 과연 우리의 삶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삶은 절대 예측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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