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온 과정을 세세하게 열거하는 타인의 삶의 여정은 어쩌면 지루한 일일수도 있다. 예를들면 어머니 뱃속에서 왼발부터 나오고 오른발을 나중에 내미는 식의 나열 말이다. 날때부터 희귀한 성격을 가진 누나보다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주인공의 삶. 누나의 괴짜같은 행동에 비해 순했던 주인공은 부모님과 주변 인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아마도 그렇게 해야 부모님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무의식중에 알았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삶, 약간은 지루하게까지 진행되는 그의 삶은 훗날 몇십 년이 지난 다음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에 빛을 발하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그렇다. 1편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약간 지루했다. 이런 소설이 나오키상을 받았다고? 더군다나 일본서점대상 하면 서점 직원들이 뽑는 상이 아니던가. 일본서점대상 수상작을 읽을 때 실망한 적이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1권을 읽었다. 2권을 기대하며. 이 책은 2권을 꼭 읽어야 한다. 2권을 읽지않으면 이 책은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 되고 말테니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2권에 가서야 제대로 빛을 발휘하니까.

 

우리의 '사라바'는 '안녕'이라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 되었다. '내일도 만나자' '잘 있어' '약속이야' '굿 럭' '갓 블레스 유' 그리고 '우리는 하나야'.

'사라바'는 우리를 이어주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 (1권, 257페이지)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아유무'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다. 이후 아버지의 인사 발령으로 다시 오사카로 오게 되었고, 오사카에서 몇 년 외할머니와 이모들, 그리고 야다 아줌마와 가깝게 지냈던 가족은 다시 아버지의 근무로 이집트 카이로로 향하게 된다. 그곳 일본학교를 다니던 아유무는 그곳에서 이집트 소년 야곱을 만나 어느 누구와도 나누지 않았던 우정을 나누게 된다. 다시 일본으로 가야하는 아유무는 야곱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했다. 이후 아유무의 삶은 부모님의 이혼, 누나의 종교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 스구와도 점점 소원해진다.

 

 

   아유무는 기행을 일삼는 누나에게서, 여러 남자를 거치는 어머니의 삶에서도, 승려같은 삶을 살다가 결국 승려가 된 아버지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많은 여자를 만나고 헤어졌고, 어느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다. 잡지에 짧은 글을 기고할 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을 만한 직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삶을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토록 아름답던 자신의 외모도 퇴색하고 있었다. 외모 때문에 여자들에게도 인기를 끌던 그였다. 머리가 빠지고 외모에 힘을 잃어가자 그의 삶도 외모처럼 퇴색해져 가고 있었다. 자신의 황금시대였던 때를 떠올릴 때라고는 스구와 대학교때 친구였던 고가미와 함께 있을 때 뿐이었다. 그의 삶은 변화가 필요했다. 종교 소녀였던 누나의 변한 모습과 누나와의 대화에서 그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집트 카이로로 향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그곳에 있을 야곱이 그리웠다. 둘이서 '사라바'를 외치던 그 순간들이 그리웠다.

 

너도 네가 믿을 것을 찾아. 너만이 믿을 것을.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안 돼. 물론 나하고도, 가족하고도, 친구하고도. 그냥 너는 너인 거야. 너는 너일 수밖에 없는 거란 말이야.

 

네가 믿을 걸 누군가한테 결정하게 해서는 안 돼. (2권, 295페이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던 계기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만나고부터 였다. 자신의 삶. 자신이 가장 빛났을 때 친구와 함께 외쳤던 그 말 '사라바'라는 말이 있었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그는 자기 삶을 살기로 했다. 자신만의 삶을. 자신을 믿을 건 자신부터라는 걸.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 자신에게 어떤 믿음이 필요한지를 말하는 작품이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살아있는 이 모든 순간의 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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