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메이 페일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에 혹은 삶에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누군가가 구해주겠다고 하면 그게 구해질까. 내가 너를 구할거라고 해서 구해질까. 만약 죽을 만큼 힘들어 아끼던 개까지 죽어버렸다면, 삶에 대해 절망을 느낄 뿐이라면 과연 살고 싶을까. 그럼에도 마음깊숙한 곳에서는 누군가 나를 구하러 와주길 바라는 것일까. 만약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와주었을때, 말로는 죽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 나를 구하러 와주길 간절히 바라게 될지도 모르는 일. 삶이란 그럴지도. 내가 아무리 죽고 싶다고 할때도 마음 저변에서는 살고 싶다는 욕망을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수도 있다는 것. 죽고 싶다는 것은 타인에게 나를 살려달라고 하는 말일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배워왔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살아가야할 이유를 잊어버릴때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릴지도 모르는 소설을 만났다. 매튜 퀵의 소설 『러브 메이 페일』이다. 어쩐지 연애소설 같은 혹은 삶의 희열과 희망을 느끼게 하는 소설일수도 있었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네 명의 사람들이다. 네 명 모두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삶에 있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앞날에 희망만이 가득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 첫번째 사람으로 포샤 케인이라는 여성이 있다. 포르노를 만드는 남편의 혼외정사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그 길로 짐을 싸들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많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비행기에 탔고 비행기 옆좌석에는 매브 라는 수녀가 타고 있었다. 매브 수녀는 술취한 포샤를 챙기고 헤어질때는 편지 한 통도 놔두고 갔다. 쓰레기를 쌓아두고 밖에 나가지 않은 엄마의 집에 도착한 포샤는 식당에서 고등학교 때 친구 다니엘을 만나고, 포샤의 고등학교 문학 교사였던 버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들에게 소중한 무엇을 깨닫게 해주었던 버논 선생님의 소식에 안타까워하며 버논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두번째 인물은 고등학교 문학 교사였던 네이트 버논 선생님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문학교사였지만, 한 남자아이로부터 구타를 당했고 더이상 교사를 할 수 없어 불구의 몸으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개에게 알베르 카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어느날 개가 죽고 자신마저 죽을 위험에 처해 있을때 마치 천사처럼 나타난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제자 포샤였다. 포샤는 버논 선생님을 구하러왔다며 그를 보살핀다.

 

  세번째 인물은 매브 수녀다. 갑자기 신의 영접을 받아 수녀가 되었지만 아들 네이트 버논은 매브 수녀와 절연하고 떠나버렸다. 그를 구하고 싶었지만 보낸 편지에 답장이 없어 안타까워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때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술취한 포샤와의 인연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글로 나타냈다. 네번째 인물은 다니엘의 오빠인 척 베이스. 한때 마약중독자였지만 초등학교 교사이자 밤에는 바텐더로 일하던 그는 우연히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이들 모두는 하나로 엮여 있었고, 그 중간에 버논 선생님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세상엔 그보다 나은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싶을 때, 적어도 단 한 명의 좋은 사람은 있다고 믿고 싶을 때, 버논 선생님과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생각했다.  (222페이지)

 

 

 

  네이트 버논 선생님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을 닮았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던 선생님이었다. 종이 비행기를 접어 자신의 꿈을 향해 날리게 했던 멋진 선생님의 전형이었다. 네이트 버논 선생님의 가르침에 포샤 케인도, 척 베이스도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품었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의 삶을 꿈꾸었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었던 공식 인류 회원증을 이십 년이 지나서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키팅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버논 선생님의 교육 철학을 사랑했던 포샤가 이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불신의 늪에 빠진 선생님을 구하려 한다. 자신이 버논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고 강하게 믿는 포샤는 선생님을 설득하고 버논 선생님이 진짜 있어야 할 곳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자신의 삶은 어떤가. 부자 남편을 만나 돈을 펑펑 썼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버논 선생님에게 배웠던 때의 소설을 써보겠다는, 그래서 좀더 나은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포샤는 자신의 글을 쓴다. 사라져버린 버논 선생님이 언젠가는 자신의 소설을 읽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다시한번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을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과거 우리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생각하면 된다. 좌절과 절망을 겪었지만 다시금 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잘 할수 있는 찾는다는 것이 삶의 희망을 가지는 일이며 또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의 꿈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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