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역사는 늘 가슴아프다. 전쟁의 역사 속 진실과 마주할 때는 특히 더 가슴아프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죽이거나 죽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흔은 몇십 년이 지나도 가슴에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일부러 잊고 살려고 해도 가슴 한구석에는 폐허처럼 자리잡아 가슴을 허허롭게 만드는 게 또한 전쟁의 상흔이다. 어느 나라든 전쟁의 역사는 이토록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책속의 주인공 호프만 씨가 몇십년의 기억들을 일부러 꺼내놓지 않고 잊고 살았던 것처럼 전쟁의 역사는 그렇게 참혹하게 기억될 뿐이다.

 

  일흔이 넘은 호프만 씨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부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1941년 10월의 어느 날, 부모로부터 친척집에 가야한다고 하고 열두 살의 게오르크에게는 이웃집에서 자라고 했던 그 날의 기억들을. 게오르크는 부모가 떠나는 장면들을 보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잡혀가던 그 시절의 일들. 소년은 부모의 생사를 어느 정도 예감했으면서도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으려했다. 우연히 방송에 출연하게 된 호프만 씨는 어릴적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이어 한 여성으로 부터 서류 봉투 하나를 받게 된다.

 

  봉투 겉표지에는 아버지의 이름과 아우슈비츠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60년이 지나 아들 호프만 씨에게 배달되었다. 서류 봉투 속에 든 것은 오페라의 거장 오펜바흐의 미출간 친필 악보였고, 악보의 가치는 말할 수 없이 컸다. 호프만 씨를 인터뷰 했던 방송 기자 발레리는 호프만 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악보의 저작권 문제로 계약하러 프랑크푸르트로 떠났고, 약속 장소인 선상 레스토랑에서 다섯 명의 시체가 발견된다. 발레리는 실종되었다. 선상 레스토랑의 주인 남자도 사라졌다. 총상을 입은 다섯 명의 시체. 경찰은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죽였는지 사건을 그려보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청 강력계 팀장 로버트 마탈러가 이 사건을 이끈다. 마탈러는 이 사건의 살해 동기가 뭘까 생각한다. 사건이 일어날 만한 근거를 찾아 다닐수록 수수께끼 같다. 발레리의 실종의 이유도 찾지 못하겠고, 선상 레스토랑의 주인 또한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유품으로 받은 오펜바흐의 친필 악보와 악보를 빼앗으려는 자들. 돈을 벌기 위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죽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갈수록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오펜바흐의 친필 악보의 궁극적인 의미는 무얼까. 돈 아니면 역사? 좀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법도 한데 그 이유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친필 악보를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이들의 분투기 정도면 상당히 실망스러울텐데, 역사 얀 제거스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 속에 숨겨둔 비밀을 숨겨두고 있었으니까. 

 

  앞서 이야기했지만 전쟁은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치 전범들에 대한 재판도 있었듯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소설에서처럼 실제로도 그런 인물들이 있지 않았을까.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새로운 신분을 얻어 살아온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터. 죽을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겠지만 어디 세상 일이라는게 영원한 비밀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드러나고 말 일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청 강력계 팀장 마탈러의 활약이 돋보였다. 애인 테레자와의 관계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직원들에게도 인간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살인범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또 얼마나 차갑게 대하는지 강력계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마탈러라는 인물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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