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허밍버드 클래식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배수아 옮김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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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집을 새롭게 읽고 있으려니 마음이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서 읽었던 어린시절의 동화는 상상력의 힘을 길러주었고,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길러 주었다. 나이가 들어 내가 다시 읽는 동화는 어린시절의 환상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처럼 모든 시절을 총망라하며 우리에게 꿈과 낭만을 길러주는 게 동화가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안데르센 동화집도 꽤 많이 알고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내가 읽지 않은 동화도 있다는 걸 알았다. 허밍버드판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수록된 동화 중 내가 읽은 것은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백조왕자」 뿐이었다. 나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은걸 보면 읽지 않은 「눈의여왕」, 「그림자」, 「어머니 이야기」, 「발데마르 다에와 그의 딸들에 대해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아름다워라」라는 동화였다. 이 동화집은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배수아가 번역했다. 배수아만의 감성과 문장이 살아 숨쉬는 동화였다.  

 

  『안데르센 동화집』을 보며 느낀 것은 그림을 그림 삽화가들이 19세기에 태어난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동화와 잘 어울렸다. 현재의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이야기가 먼 곳에서 온것처럼 다른 감정들을 선사했다.

 

라플란드는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곳이야. 얼마나 아름다운 땅인지! 눈에 덮인 드넓고 눈부신 벌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지. 눈의 여왕은 그곳에 여름 별장을 두고 머물러. 하지만 여왕의 성은 그보다 더 북쪽, 북극에 가까운 스피츠베르겐이란 이름의 섬에 있어. (71페이지, 「눈의여왕」 중에서)

 

  카이와 게르다의 거울 조각으로 인한 모험의 여정은 한 곳에 머물고 있는 것 보다는 먼 곳을 향해,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꿈꾸게 한다.

 

  내가 읽지 않은 동화중 인상 깊었던 작품이 두 작품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는 「그림자」라는 작품이었다. 빛이 비칠때면 누구에게나 있는 그림자. 그림자는 빛의 방향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하는 것. 나의 분신이었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어느 날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행세를 하는 나의 그림자를 만났다면 그림자의 주인인 사람은 어떻게 될까. 더군다나 그림자는 부자고, 그림자의 주인은 가난한 학자라면. 그래서 어딘가로 떠난 여행에서 자신의 그림자 행세를 해달라고 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잘 지켜야 함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자신의 존재까지 도둑맞을지도 모른다.

 

 

 

형체의 마법이 그를 홀렸다. 그는 상자를 보았지만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경솔함은 결혼 생활에 불행을 가져다준다. 그것도 엄청난 불행을. 상자가 망가지고 떨어져 나가면, 그제야 사람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호화로운 파티에 갔는데 바지 단추 두 개가 몽땅 떨어진 걸 안다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 (275페이지, 「아름다워라」 중에서)

 

  「아름다워라」라는 작품은 칼라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반한 알프레드의 이야기이다. 그가 보았던 칼라의 외모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보는 칼라는 자신과 대화가 통화지도 않았고, 그저 거실의 정물화처럼 아름다움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모에 홀려 사랑에 빠졌더라도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생활인 것을. 칼라의 친구 소피의 방문은 그에게 어땠었는가. 마른 하늘의 단비처럼, 막힌 곳의 싱그러운 바람처럼 느껴졌었다. 못생긴 외모였지만 소피의 박식함이 그에게는 청량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그녀와 대화하는게 너무 즐거웠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중에 외모가 아름다운 것보다 미모는 좀 못하더라도 삶의 지혜가 가득한 사람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우리가 배우자를 고를 때도 그렇지 않을까 시쳇말로 외모는 몇개월이라고 하던데. 외모 이외의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고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야 깨닫지 않는가.

 

  우리가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것들. 동화나 문학등 언제 읽어도 좋고, 세대를 달리해 읽어도 좋은 것이 고전이다. 몇세기가 지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대리하게 만들고 다양한 감정과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들.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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