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안정제
김동영.김병수 지음 / 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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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풍겨지는 건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약처럼 사랑하는 대상에게 쓴 글일 것이다 였다. 김동영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구입한 책인데, 나중에 읽으려고 자세히 보았더니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라는 이름도 있었다. 그제서야 이 책이 무슨 책일까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김동영이라는 작가가 오랜 세월 우울증으로 힘들어할때 병원에서 진료받았던 기록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한편으로 한 챕터의 글에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는 그에 답장이라도 하듯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었다. 김동영이 자신의 마음과 상태에 대한 글을 쓰고 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감정을 내비치면, 의사 김병수는 김동영의 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답장 형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위로의 글을 건네는 식이다.  

 

  여행에세이 일거라는 내 예상을 깼다. 그의 여행사진이 있을 것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내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여행지에서의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내 예상을 깬 것이다. 과연 타인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과연 나에게 어떠한 느낌을 줄까 우려의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렇잖은가. 우울한 세상,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읽을 책에서 더 우울함을 느낀다면 아마 당분간 책과 멀어질 수도 있는 일.

 

  공황장애라는 건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연예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인 줄만 알았는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식의 말을 했다. 주변 사람들을 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우울증이 공황 장애까지 가는 건 아닐까.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다정하고 멀쩡하게 보였는데 사실 우울증을 앓아왔다던가 하는 말을 종종 들었기에 이제 먼 이야기만은 아닌 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글쓰는 일이 좋다. 책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고 책을 쓰고 나면 내가 이 세상에서 그나마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아서 나는 멈출 수가 없다. (76페이지)

 

  그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여행이었고 글 쓰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에게 글 쓰는 일마저 없었다면 그의 삶은 아마 엉망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그에게는 여행이 있었다. 비록 여행지에서 아파 제대로 병원에 갈수도, 입원할 수도 없었지만 그는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할 때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떠올릴 때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자신의 시각에 맞추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자기 마음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죠. 내 생각과 감정이 끼어들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190페이지)

 

  책에서는 여행작가 김동영의 아픈 역사가 나오는데 한 챕터에서는 그의 질병의 역사를 수록했다. 그 부분을 읽는데 분명 아픈 이야기이고 슬픈 이야기 임에도 나는 웃음을 터트릴수 밖에 없었다. 자라오면서 수많은 질병으로 약과 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렇게 아픈 치레를 한 사람을 보고는 마치 소설속 인물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질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평생 입원해 본적도 없고, 수술을 한 적이 없는 나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아픈 사람도 있구나. 평생 약을 달고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약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면. 너무나 우울할 것만 같은 그의 삶.

 

  그래서 그는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약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기에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는 어쩌면 그에게 선물과도 같지 않았을까.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맛보게 해준다. 대부분 나는 괴롭고 고독하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그 와중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 달콤함을 느낀다. 그 찰나의 순간 때문에 나는 글쓰는 일을 멈출 수 없다. 그리고 믿는다. 그 일이 날 특별하게 만들고 지금보다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는 것을. (265페이지)

 

 

  190페이지에 인용된 글에서처럼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의 말처럼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할때 나의 마음을 비추어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가끔씩 느끼는 우울함이 김동영이 습관처럼 느끼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며 우리의 마음을 다스린다. 아직은 내가 아프지 않구나. 아프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 나는 건강한 편이구나. 내가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 이래서 '당신이라는 안정제'가 필요한 것이구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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