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나 -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그림을 본다는 건 나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며 내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받는다. 혹은 그림속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을 엿보고, 그림을 그렸던 시기의 역사를 아는 일이다. 김선현 작가의 책은 미술로 하는 심리 치료의 일환이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효과를 줘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웅진지식하우스에 나온 저자의 새로운 책 『그림과 나』는 명화속 얼굴들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위로를 받는 힐링 효과를 주는 책이었다.

 

  『그림과 나』라는 제목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화가들의 자화상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화상은 화가의 내면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미술 치료에서 자화상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풍경화가 더 치료에 도움되지 않을까 했는데 자화상이 미술 치료에 도움된다고 하니 새로운 발견이었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과거의 나를 끌어안은 후, 시시때때로 바뀌는 나를 통합적으로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변신할 수 있습니다. (5페이지)

 

빈센트 반 고흐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책 속에서는 임상 치료에서 가장 효과 있었던 명화 64점을 선정했다. 여러 작가의 자화상들을 만나고, 작가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있었으며, 그림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는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화가들에게 트라우마는 영감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얼굴이 나타나지 않거나 유달리 모자를 쓴 남자가 있는 그림이 많다. 마그리트의 트라우마는 어머니에게 있었다. 성폭행을 당하고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치마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강에 빠져 죽었고, 어머니의 자살 현장을 확인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초기작들은 얼굴을 천으로 가린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그때의 충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마그리트에게는 얼굴이 가리는 게 트라우마의 극복법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그림을 논할때 뭉크의  「절규」가 거론된다. 뭉크의 자화상을 보면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과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으로 인해 어딘가로 숨고 그림이다. 마그리트 뿐만 아니라 뭉크의 또한 우울한 과거가 있었다. 어머니와 누이를 폐병으로 잃고 종교적으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아버지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에게 있었던 정신질환도 창작 활동에 촉매 작용을 한다면서 치유되지 않기를 원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베브 두리틀 「내 영혼의 비상」, 존 화이트 알렉산더 「머리 손질을 하는 젊은 여인」

 

  꽤 많은 그림들 속에서 내가 보았던 그림들 외에 새로운 그림들도 있었다. 모두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림에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탐색하고 드러내기 위해 표현했던 그림이 있는 반면 그림속에 자신의 모습을 가두려 했던 자화상 들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처럼 육체적인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서도 삶의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강인한 의지를 심어주는 얼굴을 그리기도 했다.

 

  위의 그림 중 베브 두리틀의  「내 영혼의 비상」은 누군가로부터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때 보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두리틀은 자연과 인간을 모티프로 한 인디언이 작품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인디언의 정서를 잘 표현해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시각 전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오른쪽의 알렉산더의 그림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안다. 그림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아 책도 읽히지 않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안을 받았었다. 그림을 보며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림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림을 보는 일은 새로운 힘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그림속에서 '나'를 만나는 일, 그림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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