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사는 집
김상현 외 지음, 전홍식 옮김, SF&판타지 도서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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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현실을 나타내는 소설이라. 우리 미래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어 즐겁다. 때로는 허황되지만 상상하는 마음대로이므로. 때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짜릿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지 않았던가. 평소에 SF적인 이야기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처럼 영화로도 즐겨왔고, 책으로도 즐겨왔던 일인걸.

 

  이번 책 『조커가 사는 집』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SF작품을 믿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처럼 많은 발전을 해왔다는 걸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 속에서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한 편마다 작가의 개성으로 빛나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공상과학만화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져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블랙잭을 알지 못하고 그림 정도만 아는 상태에서 「조커가 사는 집」을 읽는 일은 흥미로웠다. 카드 카운팅이라는 거. 머릿속에 각자의 상상속의 카드 집을 지어 놓고 기억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 그 일은 블랙잭을 잘해보겠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점 특별한 기억력때문에 연구소에까지 가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말이지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런 기억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주인공처럼 상상속의 집을 짓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건 알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한때 좀비가 한 소녀를 보고 반한다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좀비는 우리 상상속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소설에서 자주 다루게 되는 소재가 되었다. 좀비가 나오는 곳에서 그들을 피해 숨어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옥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이다. 쓰레기 배출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보급품을 가지고 내려오는 성국씨의 이야기였다. 힘이 있는 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비록 한때 청소부로 일했지만 그들을 위해 보급품을 가져다 줄수 있는 그의 작은 몸이 힘이었던 것.

 

 

 

 

  수많은 영화에서 지구를 집어 삼키려는 외계인의 침공을 이야기했다. 「장군은 울지 않는다」도 마찬가지. 갓 태어난 쌍둥이가 울지 않아 부모는 불안해하며 무당에게 데려가 굿을 하게 되지만 진짜 진실은 따로 있었다는 것. 왜 제목이 「장군은 울지 않는다」일까 궁금해 며 읽고 있었는데 그들의 진실이 드러나자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장군이어도 지구에서는 한낱 아기였을 뿐인데.

 

 

 

  만약 자기가 사랑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저주가 내린 것처럼 고통스러울것 같다. 좋아하는 이의 진실한 사랑이 자신이라면 더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자꾸면 사랑하는 이의 곁에 보인다면 사는게 절망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비틀어진 「큐피드」 트위터에서 듀나라는 이를 팔로우하고 있다. 영화를 많이 보고 주로 영화에 대한 글을 올려 영화와 관련된 일만 하는줄 알았는데 이처럼 소설도 쓴다는 걸 최근에 알았고, 작가의 단편을 처음 읽게 되어 반가움이 일었다.

 

  이외에도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내의 죽음을 재구성해보는 「사건의 재구성」, 컴퓨터로 만든 세상속에서 씨앗을 키우려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다룬 「씨앗」,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을 만들어 생체실험을 하는 「지하실의 여신들」, 영화 「메멘토」를 모티프로 한 「도둑맞은 어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SF 소설도 많이 발전을 했구나. 나같은 일반 독자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못했지만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어도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작품을 읽는 일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겠구나 했다. 이런 작품들을 영화로 만든다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찾아서 읽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가상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거. 생소한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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