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만약 시한부 인생이라면? 내가 만약 살수 있는 날이 6개월정도 밖에 남지않았다면? 남은 삶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나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가족들은 나 때문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언젠가는 죽겠지만, 6개월안에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죽는다는 실존적인 공포보다는 마음속의 깊은 두려움이 곧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일이라는 걸 느끼자마다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 혹은 염려가 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등 평소에 해왔던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되고 만다. 내가 죽어 사라지는 것보다 남아있는 사람이 느낄 고통이 더 커보인다는 것.

 

 

  배우자를 위암으로 잃은 남편의 가족이 있다. 암이 발병하고 난후 1년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병에 대해 왜 하필이면 나를, 이라는 생각에 분노도 해보고 어느새 인정하는 단계를 넘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 걸 바라보는 건 굉장한 고통이었다. 그래도 자신은 살 것이라고 낙관도 해보았지만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건 곧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 분이 생을 달리한지 벌써 몇 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나의 일이 아니기에 그렇게 시간이 훌쩍 간지도 몰랐나보다. 어른들 말씀이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들 하신다. 남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 때로 가족들이 모였을때 그 분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우리는 그 분의 이야기를 한다. 그 분을 잊지 않았다.  

 

  이렇듯 우울하게 시작된 생각으로 책의 스토리마저 우울하게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라는 부제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은 스물일곱 살의 여자 주인공 데이지. 암이 재발했음을 알게 된후 혼자 남을 남편 잭에 대한 염려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죽어야 하는 데이지의 마음이 죽을지도 모르는 분노보다는 남편에 대한 염려가 컸던 것이다. 요리도 할 줄 모르고, 양말은 늘 한쪽 발부터 벗어가며 던져놓고 아마 더이상 신을 양말이 없을 정도로 쌓아놓을 남편때문이었다.

 

  그런 남편에게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줄 여자, 즉 잭의 새로운 아내를 찾아주어야겠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있으면 '하필 왜 나일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고, 자신이 죽고난 뒤 새로운 여자를 만날 남편에 대한 미운 감정이 들텐데도 남편에게 아내를 찾아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이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아 우울한 나날을 보낼텐데 데이지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기를 원했다. 수의사 생활과 수의학 박사 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는 잭이 자신의 암 재발을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고, 자신이 아직 살아있을때 학위 따는 것을 보고싶었다.   

 

 

 

  죽음을 앞에둔 데이지의 이야기가 우울하게 진행되기보다는 긍정적인 데이지의 마인드답게 생각보다 유쾌하게 진행되는 편이었다. 남편에게 새 아내를 찾아주겠다는 데이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미지의 그녀를 찾았지만 막상 남편 옆에 그녀가 있는 모습을 본다면 남편의 새아내 따위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외에 다른 여자와 행복하게 웃고 무슨 일이든 함께할 것이라는 상상하는 시간. 그 때부터 또다른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럴바엔 차라리 모르는 채로 있는게 낫다는 것. 또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지 않겠는가.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일터.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그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게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우리에게 죽음은 먼 미래가 아니다. 가까운 시일내 혹은 조금더 시간이 흐른 뒤에 아무도 모르게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책 속의 데이지가 서른 살도 되지 않는 나이라 더 안타까웠다. 소설을 읽으며 또 다시 생각하는 것.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히 여길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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