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순원 지음 / 북극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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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 것이다. 첫사랑으로 명명되는 것들. 처음이라는 그것때문에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그게 사랑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첫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때마다 나의 첫사랑은 누구 였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내가 항상 말하는 첫사랑은 초등학교 3학년때의 내 짝꿍이라고 말한다.

 

  나이 사십이 넘으면 어렸을적 친구들이 생각나 동창회를 많이 하는 것을 볼수 있다. 나는 그런 것에는 무던한 편인지 동창회를 찾거나 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던 차에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전국 동창회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이 지역에서 동창회를 추진하는 친구와 꾸준히 만나고 있기 에 동창회를 가게 되었다. 나의 첫사랑, 나의 짝꿍이었던 아이가 혹시나 올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면 좋겠다. 어떻게 변해 있을까. 결국 그 애는 오지 않았고, 잘 모르는 시꺼먼 애들만 가득이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그대로 남아야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거겠지 하며 마음을 달랬다.

 

  우리 모두의 첫사랑인 여자 아이. 남자 아이들 모두에게 첫사랑으로 남은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에 동창들의 소식이 궁금해 모인 친구들이 있다. 사십이 넘어 어렸을 적 친구들이 그리워 작가인 정수는 그렇게 동창들을 만났다. 모든 남자아이들의 첫사랑 자현은 오지 않았다. 강원도 시골 오지 가랑잎 초등학교를 나온 친구들. 사는게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진학을 하는 아이들이 몇되지 않는 곳. 순탄한 생활을 해온 정수, 형우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친구들은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중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는 겨우 두 명의 친구들 뿐이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초등학교 시절에 어땠었는지 추억에 젖어들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자신이 본 것,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은 조금씩 왜곡되기도 하는 것. 첫사랑 자현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했다. 모두들 잘 살고 있으면 좋으련만. 힘들게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자현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말하는 은봉이. 잘 먹지 못하는 운동선수를 위해 계란 후라이를 얹은 도시락을 싸줘 그것에 대한 기억들을 말하는 미선이. 각자의 기억으로 그 시절의 애틋함을 내비친다.

 

 

 

  같은 사람을 살지 않았기때문에, 어떤 사람을 살아온지 자세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친구들의 삶이 궁금하고 무던한 삶을 살아온 사람에 비해 힘든 삶을 살아온 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미래 보다는 과거의 기억으로, 과거에 함께 했던 추억 속의 사람과 만나 어릴적 이야기를 하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들. 과거에 대한 회귀는 우리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주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추억을 먹고 사는 이들처럼 그렇게 우리의 첫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다.

 

  작가 이순원의 소설은 최근 동창회를 찾는 내 주변의 친구들의 마음을 엿볼수 있었다. 과거에 네가 나를 좋아했지 않느냐. 아니다. 그 반대다. 그처럼 아이적에 했던 말들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것. 어느 것 하나 계산하지 않았던, 아주 순수했던 때의 친구들이기때문에 가능하지 않겠나. 첫사랑에 대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들. 작가가 지나온 시절에 대한 과거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느낄수 있는 책.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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