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사랑하는 방법
헤일리 태너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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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참 많은 것을 나타낸다. 한 소녀가 피리를 불며 가고 있고 소녀의 뒤에는 아기 코끼리가

따라간다. 소녀의 앞에는 소년이 앞서 걸어가고 있고 소년의 모습은 뒷표지에 이어져 있다. 앞 표지와 뒷표지를 연결해 놓으면 하나의 풍경이 된다. 소녀와 소년의 모습이 나타나며 이곳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인듯 보인다.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걸 표지에서 드러난다. 그림 때문에 동화적인 느낌이 강하겠구나 하고 느껴진다. 이책은 표지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한 소년과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

 

  한 소녀가 있다.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이모와 살아가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이모가 엄마처럼 자신을 보살펴주느냐 하면 그런건 아니다. 클럽에서 일하는 통에 밤에 집을 비우기 일쑤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잠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소녀의 이름은 옐레나. 레나라고 불린다. 아기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의 죽음을 기억하는 레나라는 소녀는 바츨라프와 함께 마술 연습을 하고 매일 바츨라프의 집에 들렀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한 소년이 있다. 러시아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오게된 이민자의 아들이다. 외로웠던 그에게 레나는 단 하나의 친구다. 마술사가 되고 싶은 바츨라프는 엄마 모르게 마술 연습을 하고 자신의 조수는 꼭 레나가 되어야 했다. 바츨라프가 5살, 레나가 5살이 채 안되었을때 둘은 만났고 평생의 친구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레나가 사라졌다. 바츨라프의 삶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레나가 사라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듯 한데 엄마 라시아가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한것 같은데 엄마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이제 바츨라프는 열일곱 살이 되었다. 레나의 생일날 바츨라프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7년동안 연락이 없었던 레나의 전화였다. 한번도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그들은 대화를 하고 바츨라프의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신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랑 같이 있거나 그 사람을 떠올리면 아무리 추워도 난롯가에 앉은 것처럼 따뜻해진다니. 아니면 추위를 느끼기는 하는데 별로 개의치 않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엄청나게 추운 곳에서도 거뜬히 살아가는 에스키모들처럼. 그러나 온 세상이 추운 듯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들은 전부 각자의 난롯가에 앉아 몸을 녹이고 있는데 오로지 바츨라프 혼자만 추운 것 같고, 앞으로도 영원히 추울 것만 같다. 심지어 한여름에도. (54페이지)

 

 

 

 

 

  매일 밤 레나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했던 바츨라프와 일부러 잊고 살았던 바츨라프와의 기억은 레나에게 아픔이었고 슬픔이었고 고통이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은 것처럼 살고 있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꾹꾹 눌러왔다. 어쩌면 자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았으리라. 화장실 바닥에서 보였던 조그만 얼룩처럼 자신의 기억을 잊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한 소녀의 삶이 아팠고, 혼자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 했던 소년의 엄마 라시아 나름대로의 사랑법에 안타까워했다. 러시아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도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소녀를 방치하다시피했던 이모의 나름의 사랑법에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하는 거짓말에서 그들의 진심을 엿볼수도 있었다.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힘겨움에 대한 것. 순수하게 사랑을 한다는 것. 사랑은 긴 시간이 부재해도 그대로의 감정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 책 속에 수록된 동화에서처럼. 사랑은 때로 모른 채로 있는 것도 중요한 것임을 알수 있었다. 한 편의 동화, 한 편의 성장소설을 읽으며 거짓말도 때로는 뭉클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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