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하면 여성추리소설작가라는 닉네임이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여성 추리소설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하나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한두 편쯤은 읽었으리라. 나 또한 작가의 작품을 꽤 여러편 읽었으니까. 아마 셜록 홈즈 시리즈와 비슷하게 읽었을 것이다.

 

  포레에서 어여쁜 표지로 나온 『사랑을 배운다』라는 작품을 읽었다. 사랑스러운 여성의 옆모습이 보이는 표지하며 제목하며 애거사 크리스티하면 떠오르는 추리소설 작품과 전혀 달라보인다. 이 작품은 작가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여섯 권의 작품을 썼고, 이 작품은 그 마지막 여섯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쓴 글에 대해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쳤고, 이는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여섯 권의 작품 중 고작 한 편의 작품만 읽었지만 작품속에서 작가의 여성으로서의 삶, 사랑에 대한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추리소설가로서의 삶과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싶지 않았을까. 자신이 느꼈던 마음들을 소설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로라라는 여자 아이가 있다. 엄마와 아빠는 오빠인 찰스를 좋아했고, 사랑해마지 않던 찰스가 죽자 새로운 여자아이를 낳았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한 로라는 오빠가 죽은후 부모의 사랑이 자신에게 올줄 알았지만, 부모는 여동생을 낳았고 로라는 다시 부모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엄마와 아빠는 말이 없고 사고도 치지 않는 로라에게 정을 주지 못했고, 혼자서도 잘 해나가려니 했다. 로라는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여동생이 차라리 죽었으면 했다. 그런 엄청난 마음을 가졌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로라에게도 친구가 있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대학교수인 존 밸독아저씨였다. 로라는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존 아저씨를 찾아갔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아직 갓난아이인 여동생의 셜리에 대해,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들을 내비쳤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가 외출을 하고 집에 불이 났고, 불 속으로 뛰어든 로라는 온 몸에 검댕을 묻히고 셜리를 구했다. 그때부터였다. 여동생 셜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시작한 것이었다. 어쩌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셜리를 보살피고, 셜리의 안위를 걱정했고, 셜리의 삶에 한 조각 불행도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비서학교에서 공부해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를 바랬지만 여동생 셜리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테니스를 치며 만난 헨리라는 남자였다. 로라가 보기에 헨리는 자기중식적인 남자로 보였고, 셜리가 1년쯤 약혼기간을 거쳤으면 했다. 하지만 셜리는 헨리와 결혼하고 싶어했고 헨리 또한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로라를 이해할 수 없어했다. 이에 로라는 자신의 셜리에 대한 사랑이 집착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의 결혼을 허락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약간은 위험한 사랑을 하고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은 그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통 말한다. 하지만 셜리를 사랑한 헨리의 사랑을 볼까. 셜리와 결혼하고서도 헨리는 자주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돈을 헤프게 쓴다. 여기저기에 돈을 빌리고 로라에게까지 손을 내밀기도 한다. 그런 헨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셜리의 삶이 안타깝다. 하지만 헨리는 헨리대로 나름의 방법으로 셜리를 사랑했고, 헨리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헨리를 사랑했다. 로라가 보기에 헨리보다는 셜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남자 리처드와 결혼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헨리가 아프지만 않았다면 셜리는 헨리를 떠나 리처드에게로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헨리가 아팠다. 셜리의 보살핌이 필요했고, 셜리는 헨리를 떠날 수 없었다.

 

  사랑이 어떠하다고 누가 감히 판단할 수가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대로 사랑을 하게 된다. 질투와 시샘으로 일관했던 셜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에 집착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달랬던 로라. 자신에게 새로운 사랑이 왔지만 지난 사랑을 내칠수 없었던 셜리. 그 사랑을 기다릴 줄 알았던 리처드. 리처드와 셜리가 머문 섬으로 쉬러 갔다가 어느 날 환영속에서 만났던 여자에게로 향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던 루엘린. 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에 대해 거부할 수 없었던 로라. 이 모든 만남은 그들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찾아든 사랑은 모두 달랐다. 대상에 대한 애착에 한 발 물러설 줄도 알았고,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에 한 발 앞서 가기도 했다. 주춤하지 않는 것, 이런 모든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랑법도 배우게 된다.

 

 

 

  인생에 대한 짐, 사랑에 대한 짐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에게 찾아든 사랑, 사랑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도 모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배웠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은 아주 확실하고 논리적으로 펼쳐졌고, 한참 후에야 그는 자신의 삶을 바깥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계획된 미래가 논리적이긴 했지만 그 어떤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4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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