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패설, 밀애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수'라는 주제를 담은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빤하다. 더군다나 그게 로맨스 소설이라면 다음 내용을 읽기도 전에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복수를 다루는 대부분의 소설이 복수의 대상과 사랑에 빠지는 등의 내용이 있기 마련인걸 보면 어느 때는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월우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모든 복수에 대한 것과 여주인공에 대한 식상함을 버렸다. 연약하기만한 여주인공이 아닌 복수의 길로 향하는 끝이 자신의 죽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복수의 일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주인공이었다. 복수의 대상에서 친구와의 우정같은거 진작에 버릴것 같은데도 끝까지 우정을 중요시했던 새로운 타입의 여자 주인공을 만날수 있어서 즐거웠다. 

 

  월우 작가는 복수를 꿈꾸는 여자주인공이, 패설(민간소설)은 민간에 떠도는 전설, 기담, 연담 등을 말하는데, 패설을 자신의 복수의 도구로 삼았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패설을 읽어줄 전기수가 필요한 법, 잘생기고 목소리도 그윽한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소설을 읽는이로 하여금 여러 즐거움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읽어주듯, 전기수는 야밤에 부인들과 처자들을 모아놓고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연기하듯 읽어주는 역할을 했다.  

 

  잘생긴 남자가 목소리도 그윽하게 책을 읽어주면 요즘 여자들이 남자 연예인에게 열광하듯 아녀자들로부터 전기수는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야밤을 틈타 패설을 읽어주므로 아녀자들이 쓰고 다녔던 쓰개치마를 제비뽑듯이 하나 골라 쓰고 그 여성을 집까지 바래다주기까지 했으니. 전기수에게 애정을 바치는 아녀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지언을 혜방은 자신의 복수에 가담시켰다. 자신의 친구인 병판의 딸을 유혹해 달라고 말을 건넨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소설을 읽고 발견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공지영 소설이 그러했듯, 여러 사람에게 읽히는 패설에 오래전 14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로 써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게 한 것이다. 패설로 자신의 복수를 꿈꾸면서도 어렸을때부터 함께 해왔던 친구에게 상처는 주기 싫어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고 싶어하는 혜방. 아울러 자신의 친구를 유혹해 달라고 했으면서도 지언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숨길수 없었던 혜방의 이야기였다.

 

 

  복수를 다루는 연애소설이되 남여 주인공들의 연애만 다루는게 아니었다. 복수의 대상인 패설에 대한 것과 패설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을 빌려주고 판매하는 세책점의 역할, 패설을 읽는 여자들을 보며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녀자들이 패설을 좋아했던 이유도 억눌린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억눌린 삶, 자신의 뜻대로 하지 못했던 시대에 이야기에서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었던 이들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복수를 위해서는 연모했던 남자도 친구와 함께 멀리 보낼 굳은 마음을 갖고 있었던 혜방과 혜방이기전에 만났던 혜방에게는 아버지이자 오라버니이자 친구였던 쾌. 전기수인 지언에 대한 연모의 감정과 쾌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는 혜방. 이들을 보며 나는 쾌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겼다. 오래도록 나이를 먹지 않는 쾌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꼈다. 혜방을 연모함에도 연모의 감정을 숨길수 밖에 없었던. 혜방이 연모하는 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이연임에도 연모할 수 없는게 쾌의 연모였다.

 

 

 

  책의 말미에 홍생원이 왜 쾌에게서 이연을 빼앗았느냐며, 쾌와 이연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이연을 쾌와 이어지게 해달라고 떼쓰는 어린 혜방의 마음에 나도 무척 공감을 했단 말이지. 이연이자 혜방만을 바라보았던 쾌는 어떻게 하느냐고 작가에게 묻고 싶단 말이지. 홍생원이 밉다고 떼쓰는 어린 혜방의 말에 공범이 된듯 슬며시 입가를 늘였단 말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