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하우스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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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집안에 맨처음 들어갔을때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첫 인사말이 달라진다. 불꺼진 집에 들어가기 싫듯, 집에 들어갔을때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을때 맨처음 묻는 말이 '누구 어디 있니?' 일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자주하는 말이 '엄마 어디 있니?' 라는 말이 아닐까. 저녁을 해야 할 시간, 엄마가 준비해주는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 그 모습이 없을때의 허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별다른 연락도 없었고, 어딘가 특별히 가야 할 이유도 없었을때. 더군다나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면?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엄마가 갈만한 곳을 찾아가 봐야 할 것이다. 엄마가 차를 가지고 갔다면? 이웃에 살고 있는 이모네 집으로 가 차를 빌려타고 엄마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가 평소와 다르게 얼굴을 파묻고 운전을 하는 엄마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를 지나쳤다면 그대로 엄마 차의 뒷꽁무니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엄마에게서는 휘발유 냄새가 났고, 얼굴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부어있었고, 옷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충격에 빠진 얼굴 표정으로 엄마에게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행복했던 가정은 엄마가 겪은 일로 인해 침울해져 버렸다. 누구한테 당했는지 물어도 말을 잃은 엄마. 다른쪽으로 뒤돌아 누웠고, 요리하는 엄마의 모습은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엄마에게 폭행한 자를 찾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엄마는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다. 엄마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고, 그가 기소되기를 바라지만 어디에서 당했는지 알지 못한 엄마때문에 아빠와 조는 애가 타기만 하다. 판사인 아버지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버지가 판사라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원주민과 백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경계였다.  

 

  어떠한 일이 있어났을때 우리가 하는 생각 첫번째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라고 할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엔 일어난 일이었고 돌이킬 수가 없다. 조의 엄마를 폭행한 사람을 알기만 하다면 그를 죽이고 말거라고,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죽였거나 폭행을 가했다면 그 일을 저지른 자를 찾아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 법이 그에게 죗값을 묻기에 자신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인데, 만약 법이 그것을 해주지 못한다면 자신들이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은게 사람의 심정일 것이다.

 

 

 

 

 

 

 

정의는 있을 거야. 정의가 도와줄 거야. 지금 당신은 정의는 아무 도움 안 된다고,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 방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사랑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의가 도와줄 거야.  (235페이지) 

 

 

 

  법에 대한 정의. 정의는 있을 거라고 믿지만, 그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상대적 박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가는 북미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법적 관할권 문제에 대해 쓰고 싶었고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로 하여금 물었다. 열세 살의 조가 생각하는 정의는 아버지가 말한 정의와 달랐다. 판사이면서 그 어떤 것도 할수 없는 아버지 보다는 누군가라도, 아니면 직접 자신이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엄마에 대한 사건으로 어린시절은 사라져 버렸고, 엄마와의 평온했던 감정도 조금쯤은 물러나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나름대로 엄마의 사건을 유추하고 사건이 일어났던 라운드 하우스 주변을 뒤지는 게 하루의 일과였다. 엄마 아빠에게 숨기고 싶었던 일들까지도 인디언 특유의 정령을 보는 것 때문에 숨길 수 없었다. 그럼으로써 조는 성장한다. 조가 성장하는데 많은 것을 이루는 부분이 친구들과의 관계도 있었다. 조에게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 캐피가 '스타트렉'을 좋아해 '스타트렉'에서의 내용과 빗대어 사건을 해결하고 생각하고자 하는 십대 특유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루이스 어드리크의 작품 『그림자 밟기』를 읽었기에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피하고 싶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작품을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법적 적용에 대한 문제가 이 작품의 배경인 1988년도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때의 역사, 그 시절의 정의에 대한 것을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마 작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전편 격인 『비둘기 재앙』의 이야기도 그래서 궁금하다. 여전히 세계 어느 곳에서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그들에게 말살 정책을 펴기도 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책을 읽으며 우리의 시선이 한 곳에 편향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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