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남자의 고백이 있다. 삶의 모든 것을 잃고 절망앞에 선 한 남자의 고백. 이제 그는 가족과 있지 않다. 산 속에서 홀로 살며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 숲 속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포도주를 내주고 잠자리를 내주기도 하는 남자. 그 남자는 다른 이들에게 성자 비슷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을 한다. 왜 이렇게 사느냐고. 그는 양을 기르며 치즈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몇조각씩 나눠준다. 사람들은 그에게 양치기냐고 물어보고, 치즈를 파느냐고 물어본다. 그는 그저 양을 기르니 양치기요, 산에서 거주하는 사람일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들의 질문에서 남자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본다.

 

  이 남자의 고백이 시작된다. 남자는 '사랑하는 노라'에게 고백을 한다. 노라를 처음 만났던 그때, 처음 등산을 갔던 때, 아버지가 없었던 노라와 앞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있었던 마테오. 남자는 조곤조곤 노라에게 편지를 쓰듯 말을 건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장 행복이 넘치는 시기에 갑자기 잃어버렸던 가족. 그의 번민, 상처, 고통이 시작되었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너무도 힘든때 바에서 만났던 한 여자 라리사. 라리사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지만, 사랑했던 가족을 잃은 마테오는 그녀의 사랑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그런 자신과 마주할 수 없었다.

 

  가장 행복했던 때,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고통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어 자신의 삶을 되는대로 살아가며, 술에 의지하고, 사랑하는 이를 새로 만나지만, 너무도 뒤늦게야 깨달았을때 사랑하는 이는 이미 떠나고 없다. 이럴때 그가 할 수 있는건 뭐가 있을까. 오래도록 방황을 하고, 그가 안식을 찾았던 산에서 머물게 된 것이다.

 

  그는 한때 의사였고, 가족을 잃었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될수도 있는 이를 잃었다. 자신의 아픔이 너무 커 자신의 곁에 다가오는 사람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산 속에서 홀로 살며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우리 자신한테서 벗어나기. '너무 늦었다'는 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삶은 너무 앞으로 달려가 있었어.

너무 앞으로.

너무 늦게.

너무 씁쓸하게.

너무 고통스럽게.

피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게. (68페이지)

 

 

 

  어쩌면 살아가는 일은 영원을 향한 수업중일지도 모른다. 연습일 뿐이다. 과거에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매순간 우리는 실수를 하고 고통을 받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몰라 헤매기도 한다. 어느 것이나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작가 수산나 타마로의 작품을 『마음가는 대로』와 『엄마의 다락방』을 읽고 이번 작품을 읽었는데,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을 하느님에게서 위로 받는 느낌들, 그로 인한 살아가야 할 이유를 되찾고, 삶에 대한 안식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인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는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해야 한다는 것.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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