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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예수
고진하 지음 / 비채 / 2015년 2월
평점 :
내가 특정한 종교에
속해있지 않아 종교에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느 종교의 서적에도 부담없이 이야기를 읽을 수가 있다. 스님이 쓴 글이라든지, 수녀님 혹은
신부님이 쓴 글에도 내 마음에 다가오는 글을 받아들이고 글쓴이의 마음을 닮아보려 애쓰는 편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때,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기독교의 색채가 강했다. 이 책 또한 특별한 부담감없이 읽을수 있겠지 하는 마음과 너무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면 어떻게 할까 라는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 사람은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것, 자기가 바라는 것을 보기 때문에 자칫 나와 맞지 않다고
해서 거부감부터 갖지 않으려 했던 마음도 있었다.
책의 첫머리 '여는 시'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를 먼저 만났다.
'그는 모든 사람을 시인이게 하는 시인' 으로 시작하는 정호승의
「시인 예수」를 만나면서 그 우려를 없앴다. 예수를 일컬어 '시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던 것이다. 시는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하느님을 생각하면 하느님에 관한 시를, 사랑하는 님을 생각하면 님을 생각하는 시로 읽혀진다는 것을 알겠다. 내가 무심코 읽었던 시들도
저자는 예수님의 사랑이 가득한 시로 읽었던 것이다.
저자 고진하는 총 서른여섯 편의 시를 소개하며 시에 깃든 자신의 생각과 예수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일상의 생활속에서도 삶의
성찰을 할수 있었다. 이를테면 장독을 닦는 일또한 자기 안에 깃든 하느님을 만나는 것임을,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하느님을 향한 자신의
믿음인 것을 알려주는 글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시인들뿐만아니라 세계의 유명한 시인의 시도 만날수 있었다. 헬렌 켈러의 시를
만나볼까.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115페이지, 헬렌
켈러 「행복의 문」 중에서)
눈이 보인다고 해서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볼수 있는지도 모른다. 시에서처럼 우리는 닫혀진 문만을 보고,
헬렌 켈러는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고자 했다.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166페이지, 정현종
「경청」 중에서)
보는 것 만큼 듣는 것의 의미를 잘 가르켜주는 정현종의 시이다. 세상 사람들을 보면 다른 이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기의 말을 더 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 주변의 이들을 봐도 그렇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와 집에 있다보면, '내가 오늘도 말을 많이 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 예전의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들어주는 이였는데 언제부터 내가 더 말을 하게 되었을까. 꼭 필요한 말만 하자고
다짐하지만, 어느새인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자주
반성한다. 하루를 마감할 때, 내가 오늘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
'경청'이라는 뜻을 잊지 말고 늘 경청하는 자세를 갖자, 이렇게 생각해본다.
에밀리 디킨슨의 「짧은 노래」라는 시를 제시해주고, 자기 상처를 돌보면서 고통에 대한 이해가
깊고 넓어지는 것이구나. 타인의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자비의 원천은 놀랍게도 자기 상처에서 나오는 구나 (291페이지) 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수 밖에 없다. 맞다. 내 상처가 깊었을때에야 비로소 타인의 상처도 보이는 것이리라. 받았던 상처에 대한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이었다.
손을 모아본다. 내가 염원하는 것에 대해. 모아놓은 손에 깊은 숨을 불어넣어 소원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