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꽃들 돌런갱어 시리즈 1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누군가에게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고 해야 할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고, 제목과 V. C. 앤드루스라는 이름도 익숙하다. 분명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기에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책 표지도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돌런갱어 가문 이야기 5부작의 국내 첫 완역본이라는 문장도 눈에 띄어서였다. 책의 표지를 보자면 아찔한 느낌을 준다. 다섯 권의 책 모두가 한 소녀의 다리를 부각시켰다. 꽃잎이 소녀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듯하고 왠지 금지된 감정을 가진듯, 아찔한 감정을 갖게 한다. 이것은 표지에서부터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듯 하다. 금지된 사랑, 비밀의 문, 숨겨진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을 짐작하게 한다. 우리는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것 같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끌릴 수 밖에 없는 것. 혼자서라도 보고싶은 것. 호기심을 충족하고픈 욕망에 들뜨는 지도 모르겠다. V. C. 앤드루스의 『다락방의 꽃들』의 꽃들이 그랬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가족들. 어느 날 아빠가 사고로 죽자 엄마는 오빠와 캐시, 어린 쌍둥이들을 데리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이끈다. 외조부모님 댁으로 가기 전 엄마는 약간의 비밀을 알려준다. 열여덟 살에 엄마가 큰 잘못을 했고, 외할아버지는 우리가 상상할수도 없을만큼 큰 부자라는 것. 또한 엄마의 잘못때문에 외할아버지의 많은 유산 상속자에게 제외되었다는 것. 이번에 외할아버지에게 잘못을 빌면 다시 상속자에 이름을 넣어줄 수도 있다는 것. 외할머니가 말한대로 다락방에 하루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것.

 

  엄마는 유산 상속을 받을때까지만 고생을 하라는 것이었다. 외할아버지에게서 유산을 받기만 하면 엄마에게 네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아이들은 넓은 집에서 마음껏 누리고 살수 있다며 버텨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 하룻밤이 며칠이 되고, 며칠이 몇주, 몇달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엄마는 아이들이 보고싶었다며 매일 저녁 나타나다가, 며칠 만에 값비싼 선물을 들고 나타나기도 했고 어느 때는 몇 주를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가 입고 온 값비싼 드레스, 값비싼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때 오빠 크리스는 열네 살, 캐시는 열두 살, 쌍둥이 코리와 캐리는 겨우 네 살의 나이였다. 네 아이들은 햇볕을 보지도 못하고, 한여름에도 창문이며 커텐을 열수도 없었고, 잠겨진 다락방에서 엄마를, 아침마다 음식 바구니를 가지고 오는 마녀같은 할머니를 기다려야 했다. 그들의 놀이터는 먼지가 잔뜩 낀 다락방이었다. 다락방에서 아이들은 책도 읽고, 쌍둥이들에게 공부도 시키고, 그 모든 놀이를 해야 했다.  

  

 

 

 

  아이들은 햇볕을 보고 자라야 한다. 햇볕을 받아야 피부도 건강해지고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것이다. 자연속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을 엄마는 자신의 돈을 위해 아이들을 다락방에 가두어놓았다. 그곳은 햇볕도 없었고, 꽃도 없었고, 무엇보다 먹을 것이 부족했다. 엄마가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는 걸 기다리고 있지만, 그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쌍둥이 아이들이 혈색도 없이 파리하기 말라가고 있을동안 엄마의 외모는 더 빛이 났다.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돈이지." 라고 말한 엄마의 말.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방으로 가지고 온 값비싼 드레스나 장난감들을 사지 않고 모아두면 자신들과 함께 살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텐데. 하는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글쎄, 돈 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랑이 아닐까. 엄마가 했던 잘못이 아이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아이들이 그 죄를 뒤집어 쓸 필요는 없는 것. 아이 넷을 다락방에 버려두고 어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위해, 돈을 위해, 사랑을 위할 수가 있을까. 아이들에게 거짓 맹세만 할 뿐 자신의 행복이나 즐거움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거짓말, 거짓말만 했을 뿐이었다. 아이들은 다락방 조그만 곳에서 아이들에게 사춘기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엄마는 그것도 몰랐던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본다. 내가 캐시의 엄마라면 이렇게 했을까. 의지가 약했던 엄마, 돈 쓰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던 엄마, 누리고 살아왔기에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던 것일까. 엄마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빠였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까맣게 잊어버릴수가 있었을까. 아빠와의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네 아이들을 어쩌면 그렇게 다락방에서 시들게 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래 엄마에게는 자신보다 아이들이 첫째인 법인데, 엄마 코린에게는 돈 앞에서는 자식들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걸리적거리는 존재. 없었으면 더 좋았을까?

 

  수많은 의문부호를 안게 되었다. 캐시가 말하는 엄마, 오빠, 쌍둥이 아이들에게 엄마나 다름없었던 캐시. 다락방에서도 이들은 꿈을 키웠고 저 먼 세상으로 나가고자 했다. 어떠한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길은 있는 법. 그 길을 찾아 떠나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가족의 비밀은 또 어떤 식으로 진실을 향해 갈까. 아이들의 미래는 또 어떻게 될까. 바로 다음 권을 읽고 싶지만, 숨을 고르자는 의미로 며칠을 기다려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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