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연의 1 : 도원결의 - 모종강본 원문 대역 삼국연의 (모종강본 원문 대역) 1
나관중 지음, 모종강 엮음, 박기봉 옮김 / 비봉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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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작가가 풀어 쓴 소설로 된 『삼국지』를 읽은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삼국지』를 읽을때는 나라를 차지하려 싸움만 하는 내용들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열 권으로 된 책을 겨우 다 읽고는 이십 년 동안 읽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게 삼국지만은 읽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100권 가까이 되는 만화 전집을 사 주었고, 아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삼국지 만화를 읽어주어야겠다 생각만 했지 다른 소설들을 읽느라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몇해를 지나왔다. 오래전에 읽은 삼국지를 이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 같아 다시 읽어야 할 때가 된것 같다고 느낄 즈음에 이 책을 만났다. 나관중이 썼고, 모종강이 풀어 쓴 『삼국연의』다. 원문대역이라 삼국지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겠다 싶었고, 이십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기도 했다. 

 

  난 『삼국지』가 그저 삼국지 인줄만 알았다. 위, 촉, 오 세 나라를 가리키는 삼국이야기. 삼국을 다스렸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쓴 이야기일 거라고만 짐작했다. 저자 박기봉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여태 알아왔던 『삼국지』가 원래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였다는 것. 말 그대로 '삼국지'는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 처럼 역사서를 나타낸다는 것. 『삼국연의』는 삼국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충실하게 기록할 필요도 없고, 진실이어야 할 의무도 없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예술적 표현인 역사소설임을 이야기했다. 우리도 역사 소설을 읽을때 사실적인 인물과 허구의 인물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버무려 있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수 있게 하지 않나. 『삼국연의』도 그러한 역사소설인 것이다.

 

  자 이제 소설을 읽어볼까. 총 12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삼국연의』의 첫 번째 책은 '도원결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는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 복숭아밭에서 형제의 의를 맺고 마음과 힘을 합쳐서 의로운 일을 하겠다는 맹세를 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연의』에서 가장 현명한 군주라는 유비, 그의 곁에서 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가 보필하니 가장 든든해보이는 유비였다. 유비는 아랫사람을 현명하게 다룰줄 알았고, 간계를 쓴 편지를 받더라도 그 의중을 파악할 줄 아는 이였기에 이에 대처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다른 장수들은 간계를 쓰면 간계에 넘어가고 휘하에 있는 장수들을 부릴줄 몰랐다.

 

  예부터 남자들은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여자때문에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물론 여자지만 여자를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왕윤이 동탁과 여포를 잡기 위해 가기 초선을 쓴 '연환계連環計'를 보아도 그렇다. 왕윤은 여포에게는 딸이라 칭하며 초선을 시집보내기로 해놓고는 동탁에게는 가기라 하며 바치겠다고 한 것이다. 동탁과 동탁의 수양아들을 이간질시켜 이 둘을 치겠다는 이간계였던 것이다.

 

 

 

 

 

  여성을 앞세운 계책은 1권에서 또 나타난다. 양표가 헌제에게 말한 계책으로 곽사와 이각의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반간계反間計를 쓴 것이다. 질투가 많은 곽사의 처를 이용해 곽사가 이각의 처와 정분이 있다고 하며 이 둘을 갈라놓는 것이다. 여자의 질투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천하의 간웅이라고 알고 있는 조조를 말하는 부분도 참 재미있다. 조조의 숙부 허소가 조조를 가리켜, '치세에는 유능한 신하가 될 테지만,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이었다. 숙부 허소는 조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조의 행보를 보면 자기가 살기 위해서 곁에 있는 이들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부분을 보면서 맞는 말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즈 같은 세상에서도 조조같은 간웅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형제라고 불리우는 이들도 이용한다는 점이 특히 그럴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적재적소에 쓸 줄 안다는 것. 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부릴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부리지 못해 피해를 많이 보는 것처럼,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연의』1권에서는 모종강의 '삼국지 읽는 법'도 괘 여러 페이지로 적혀져 있었고, 한 회가 끝날때마다 모종강의 서시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삼국연의』를 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삼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서로 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면 누군가의 그늘 아래서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하고 숨도 골라야 하는 법. 힘이 되지 않는데도 무작정 달려가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삼국연의』1권을 읽었는데 점점 재미있어져서 큰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달랑 두 권.

 

매 회가 끝날때마다, '~~ 어찌될지 모르겠거든 다음 회를 읽어보아라.' 이 문장 때문에 다음 회가 궁금해 미치겠다.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다음 회를 향해 손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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